[뉴스토마토 이진희 기자] 정부가 생산적 금융 확대를 주문하면서 은행권 기술신용대출이 33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지방은행들은 소외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역 경기 침체로 기업대출 건전성이 악화하면서 기술금융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입니다.
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7개 특수·시중·지방은행의 6월 말 기준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334조5512억원으로, 전년 동기 307조9137억원 대비 8.7%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기술신용대출 건수 역시 71만737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8만4302건보다 4.8% 증가했습니다.
기술신용대출은 담보나 재무 실적은 부족하지만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제도입니다. 지난 2014년 혁신·중소기업 자금 공급을 목적으로 도입됐습니다. 전통적인 부동산 담보나 신용등급 중심 심사에서 벗어나 미래 성장력을 따지는 만큼, 대표적인 '생산적 금융' 상품으로 꼽힙니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 속에서 가계대출 규제까지 더해지며 기술금융 공급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혁신·중소기업 자금줄에 숨통이 트인 셈입니다.
그런데 지방은행의 사정은 다릅니다. 경남·광주·부산·전북·제주은행 등 지방은행 5곳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7조4111억원에서 18조505억원으로 3.7%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은행권 전체 증가율인 8.7%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주요 시중은행 한 곳의 잔액보다도 규모가 작습니다.
은행별로 보면 경남은행은 8조1630억원에서 8조838억원으로 1.0% 줄었고, 광주은행은 1조392억원에서 9950억원으로 4.3% 감소했습니다. 부산은행은 8조1516억원에서 8조9231억원으로 9.5% 늘며 지방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의미 있는 증가세를 보였지만, 8조원대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반면
기업은행(024110)과 주요 시중은행은 기술금융 공급을 꾸준히 확대했습니다. 기술금융 시장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기업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39조6211억원으로 140조원에 근접했습니다. 전년 동기 124조9377억원보다 11.8% 증가했으며, 전체 기술신용대출의 41.7%를 차지했습니다. 기업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증가액은 14조6834억원으로 지방은행 5곳의 증가액(6394억원)의 20배를 웃돕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도 지난해 6월 말 135조2703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45조6899억원으로 7.7% 늘었습니다. 사실상 기술금융 시장은 기업은행과 주요 시중은행이 성장을 견인하고, 지방은행은 상대적으로 성장세에서 뒤처지는 양상입니다.
업계에서는 지방은행의 기술금융이 정체된 배경으로 기업대출 건전성 악화를 꼽습니다. 고금리·고환율·고유가 등 '3고'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지역 중소기업과 제조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았고, 그 여파가 기업대출 비중이 높은 지방은행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5개 지방은행의 올해 6월 말 평균 연체율은 1.33%로 전년 동기(1.19%)보다 0.14%p 상승했습니다. 2024년 말 0.79%였던 점을 고려하면 연체율 상승세가 가파릅니다.
상황이 이렇자 지방은행들 사이에서는 기술금융을 늘리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적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당국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맞춰 공급을 확대하고 싶어도 대출 부실 부담이 커진 데다 기술금융 수요를 뒷받침할 지역 기술기업 자체가 부족하다는 설명입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최근에는 우량 중소기업은 줄고 기존 대출의 건전성 부담은 커지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생산적 금융 확대를 주문하지만 지방은 기술금융을 받을 기업 자체가 수도권보다 적고 연체 부담까지 커 공급을 공격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이진희 기자 l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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