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변동성 커진 자본시장 신뢰의 과제
2026-08-10 11:28:58 2026-08-10 11:28:58
최근 국내 증시는 고금리 장기화 우려, 지정학적 리스크, 그리고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 산업의 실적 불안이 맞물리며 극심한 변동성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가중된 상황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출시는 코스피의 흔들림을 한층 더 증폭시키는 결정적 촉매가 됐다. 개별 종목의 일간 주가 변동성을 2배 이상 추종하는 고위험·고변동성 상품들이 시장에 대거 쏟아져 나오면서, 특정 대형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을 자극하고 증시 전체의 리스크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시장의 변동성보다 더 큰 문제는 이를 관리하고 감독해야 할 금융당국의 무책임한 태도와 정합성 없는 행정이다.
 
금융당국이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가치는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거대 자금을 움직이는 글로벌 투자자일수록 규제 환경의 안정성을 투자 결정의 최우선 척도로 삼는다. 하지만 이번 레버리지 ETF 사태에서 보여준 당국의 행보는 자본시장의 기본 원칙을 저버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공식 석상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를) 그때 당시에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 후회한다"며 이른바 '후회론'을 서슴없이 언급했다.
 
금융시장의 수장이 사전에 엄밀히 검증하고 승인했어야 할 상품을 두고 사후에 공적으로 실패를 자인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언행을 남긴 것은 시장에 거대한 정책적 혼란을 몰고 왔다. 실제로 이 발언 이후 당국의 사후 규제 가능성이 대두되며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고, 7월 한 달 동안 코스피지수가 22% 급락하며 국내 증시 전체 시가총액 약 1600조원이 증발했고,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에 집중된 개미 투자자 손실액만 50조원을 넘어서는 등 극심한 충격을 남겼다. 거래량마저 급감하며 시장은 급격히 냉각됐고, 당국자의 성급한 발언과 일관성 없는 규제 카드가 증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해외 선진 자본시장의 사례를 살펴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이미 보편화된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 및 유럽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의 일간 수익률을 추종하는 'NVDL'이나 테슬라를 추종하는 'TSLL' 등 다양한 레버리지 상품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으며, 스위스나 영국 등 주요국 당국 역시 이를 제도권 내에서 관리하고 있다. 선진 금융당국은 투자자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존중하되, 명확한 공시 의무와 리스크 고지 시스템을 철저히 작동시킴으로써 규제의 정당성과 예측 가능성을 유지한다. 무엇보다 한번 결정된 정책을 당국자의 개인적 감정이나 자극적인 언사로 흔들어 시장 불안을 조장하는 일은 결코 범하지 않는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한국 시장을 외면하지 않고 장기적인 투자를 집행하게 만드는 핵심 동력은 정부 정책에 대한 깊은 신뢰다. 당국자가 즉흥적인 반응으로 불안감을 조성하고 뒤늦게 규제의 잣대를 흔든다면, 글로벌 자본은 한국 증시 전체를 '정책 및 규제 리스크가 높은 위험 시장'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정당한 제도적 절차를 거쳐 도입된 상품에 대해 정부 스스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는 한, 자본 유출을 막고 외국인 유입을 촉진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코스피가 단기적 박스권과 변동성을 극복하고 다시 '만스피'라는 원대한 목표를 향해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와 감독당국의 정책적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 새로운 금융 상품이나 제도를 도입할 때에는 사전에 정교하고 엄밀한 검증, 그리고 면밀한 리스크 평가를 통해 투명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일단 시장에 시행된 정책에 대해서는 사후적 땜질이나 당국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로 시장 참여자들을 혼란에 빠뜨리지 않는 성숙한 관리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자본시장의 뼈대인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굳건히 지키고, 일관된 원칙으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에게 강력한 신뢰를 제공할 때 비로소 거대 해외 자본의 지속적인 유입과 한국 증시의 장기적 재도약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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