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 18) 전면 도입을 앞두고 자산 손상 인식이 빈번한 화학주에 취약점이 부각됩니다. 그동안 영업외비용으로 털어내며 본업의 영업이익에서는 비켜나 있던 대규모 자산 손상차손이 새 회계기준에서는 영업이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 때문입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27년 의무 시행(일부 기업 자발적 조기 시행 중)을 앞둔 K-IFRS 제1118호(IFRS 18)는 손익계산서를 영업, 투자, 재무 카테고리로 엄격히 재편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가장 치명적인 변화는 공장 설비 등 영업활동에 사용되는 유형자산의 가치 하락분(손상차손)이 '영업 범주'에 직접 포함된다는 점입니다. 기존에는 이를 기타비용(영업외비용)으로 처리해 당기순이익만 줄이면 됐지만, 앞으로는 기업의 핵심 밸류에이션 지표인 영업이익 자체가 삭감됩니다.
이런 회계기준은 유형자산 규모가 큰 인프라 업종에 밀접하며, 특히 구조적 불황에 빠진 화학업종의 실적 변동성이 커질 전망입니다. 앞서
LG화학(051910)은 지난해 말 전 사업 부문의 회수가능액 저하 판단에 따라 총 1조8995억원의 대규모 유형자산 손상차손을 인식했습니다. 중국발 공급과잉이란 구조적 불황이 지속되면 추가 손상도 불가피합니다. 대신 잠재적 부실을 선제적으로 인식한 만큼 새 회계기준 의무 도입에 따른 영업이익 변동성은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습니다.
LG화학은 대규모 손상 인식으로 2000년대 들어 첫 당기순손실(9771억원)을 기록한 데다, 총차입금이 올 1분기 기준 35조6548억원으로 폭증했습니다. 재무약정(Covenant) 리스크도 있습니다. 올 1분기 기준 약정 비율(총차입금/EBITDA 등)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기한이익상실(조기 상환)이 발생하는 차입금 규모가 14조1404억원에 달합니다. 향후 IFRS 18 도입으로 추가 영업적자가 발생할 경우 방어선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통상 채권단은 기업의 채무 상환능력을 평가할 때 순차입금/EBITDA 비율이나 이자보상배율(EBITDA/이자비용) 등을 중요하게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롯데케미칼(011170)도 위태롭습니다. 회사는 LG화학과 달리 유형자산 손상을 장부에 인식하지 않아서 추후 업황이 반등하지 않으면 신규 인식의 압박을 받습니다. 더욱이 롯데케미칼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금융(6900억원)과 인도네시아 법인 차입금(24억달러)에 걸린 이자보상비율 등 재무약정을 미충족(위반)한 상태이며, 대주단의 유예 처분에 기대고 있습니다. 또 채권금융기관과 '구조혁신 지원 약정'을 맺고 3년간 대출 상환의무를 유예받았습니다. 자력 상환이 어려운 형편입니다.
뿐만 아니라 롯데케미칼이 자회사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한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PRS(주가수익스왑) 계약에는 '신용등급 A0 이하 또는 A+ 미만 하락 시 조기 정산'이라는 트리거가 걸려 있습니다. 누적된 잠재 손상차손이 IFRS 18 도입과 함께 영업적자로 터질 경우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조기상환 압박에 처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기업들의 착시현상과 자의적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훼손된 영업이익을 감추기 위해 가동률이 떨어진 노후 설비 등을 투자 자산으로 분류해 손상차손을 투자 카테고리로 빼려는 유인이 강해질 수 있다”며 “제도의 과도기 속에서 투자자의 정보 오인을 막고 자산 손상 평가의 합리성을 보강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회계기준원의 모니터링과 세부 가이드라인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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