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규제 강화 예고…은행 "혼선 커질 것"
실수요자 가려내기 쉽지 않아
2026-08-06 14:33:39 2026-08-06 15:37:56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정부가 1주택자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를 예고한 가운데 시장의 혼선을 우려하는 금융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 여부와 불가피한 실거주 예외를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고민 중입니다. 은행권에서는 규제 대상과 예외 기준이 불명확할 경우 대출 창구의 심사 혼선이 커지고 선의의 차주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걱정합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투기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에 대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등 보증기관의 보증 공급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비거주 1주택자는 본인 명의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지만 해당 주택에 거주하지 않고 다른 지역에서 전세로 사는 차주를 뜻합니다. 당국은 이 가운데 규제지역이나 집값 급등 지역에 주택을 보유한 차주를 중심으로 투기성 여부를 가려내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규제 방식으로는 신규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하거나 보증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이 거론되며, 기존 대출 역시 만기 연장이나 대환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수도권과 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적용하고 실수요자는 예외를 두는 방안에 무게가 실립니다. 
 
금융위는 직장 전근이나 취학, 부모 봉양, 질병 치료 등으로 보유 주택에 거주하기 어려운 경우를 규제 예외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다만 배우자의 전근을 포함할지, 자녀 교육의 인정 범위를 어디까지 둘지 등 세부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은행들은 차주가 보유 주택에 실제로 거주하지 못하는 사유와 전세대출의 필요성을 은행이 직접 확인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은행이 개별 차주의 투기성과 불가피성을 일선 창구에서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동일한 비거주 1주택자라도 직장과 학교, 가족 돌봄 등 사정이 서로 다른 데다 대출 실행 후 거주 상황이 바뀌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들은 보증비율이 추가로 낮아질 경우 해당 차주에 대한 전세대출 취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보증기관이 대신 부담하는 손실 범위가 축소되면 은행의 자체 신용위험이 커져 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심사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특히 청년과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의 전세자금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지원하는 역할도 맡고 있는데 규제가 반복될수록 대출 공급보다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며 "정책금융 기능이 위축되지 않도록 실수요자 예외 기준을 명확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세대출 규제는 비거주 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을 축소하려는 정부 부동산 정책 방향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정부는 2026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확대하는 대신 비거주 1주택자는 기본공제를 축소하고 세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비거주 보유에 대한 세 부담을 높여 실거주를 유도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시장에서는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이 늘어나면 기존 전세 물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여기에 전세대출까지 제한될 경우 기존 세입자의 주거 이동이 어려워지고 전세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 전세시장은 이미 공급 부족이 심화하는 모습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28.1을 기록했습니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초과할수록 전세를 찾는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인데요. 현재 수치는 2020년 임대차 2법 시행 당시 최고치인 133.3에 근접한 수준입니다.
 
은행들은 투기성 전세대출을 차단한다는 규제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존 차주의 만기 연장까지 일률적으로 제한하면 단기간에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신규 대출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인정 사유와 증빙 기준도 명확하게 제시해야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부동산중개업체. (사진=연합뉴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