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외국인 기업인이 입국 불허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습니다. 법원은 외국인의 입국 허가 여부를 판단할 때 경제적 기여나 이해관계보다 공공의 안전과 법질서 유지가 우선돼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법원 로고. (사진=뉴시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는 지난 5월28일 외국 국적 기업인 A씨가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입국 불허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A씨는 해외에 모회사를 둔 B그룹의 한국 지사와 제주도 부동산 사업을 위해 설립된 법인 등의 회장입니다. 앞서 A씨는 숙박·휴양·문화·상가 시설을 갖춘 관광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제주시 소재 토지 86만230㎡를 약 338억원에 매수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A씨는 과거 고용 관계에 있던 한국인 여성을 위력으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후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은 원고에게 출입국관리법에서 정한 입국 금지 사유가 있다고 보고 입국 불허 처분했고, A씨가 별도로 신청한 사전여행허가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출입국관리법 제11조(입국의 금지 등)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등에 대해 입국을 금지할 수 있습니다.
이에 A씨는 입국 불허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소송을 제기했습니다. A씨는 기소유예 이후 8년 넘게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고, 피해자와도 합의해 재범 위험성이 낮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제주도 관광단지 조성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만큼, 입국 불허로 인한 개인적 경제 손실은 물론 제주 관광객 유치라는 공익적 측면의 불이익도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입국 불허 처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의 범행이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위임과 동시에 선량한 성 풍속을 해치는 행위"라며 "범행의 성격, 행위의 양태 및 지위 관계에서 비롯되는 구조적 특성 등에 비추어 볼 때 비난 가능성이 결코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소유예 이후 약 8년이 지났고 추가 범죄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위험성이 충분히 해소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습니다. 특히 A씨가 여전히 범죄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 진정으로 반성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아울러 재판부는 인천공항출입국 등이 재량권을 남용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외국인의 입국에 관한 사항은 주권국가의 독자적 기능을 수행하는 영역으로, 행정청에 광범위한 정책적 재량이 인정된다는 취지입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불법행위를 저지른 외국인에 대해 기업의 총수라는 지위나 상당한 경제적 기여 가능성 등 개인적·경제적 사정을 주된 이유로 입국 및 체류를 허용하게 될 경우, 출입국 관리가 본래 지향하는 공공의 안전 및 법질서 유지 기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며 "(입국 허가 여부가)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판단이 좌우되는 걸로 비칠 경우 제도의 공정성과 일관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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