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화번호 불법 조회 '유죄 판결' 파기환송…검찰 탓?
검찰 공소장에 서로 다른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 혼재
대법 "원심, 공소 취지 '석명'한 뒤 유·무죄 판단했어야"
2026-07-29 14:14:22 2026-07-29 15:55:31
[뉴스토마토 정주현 기자] 통신사 내부 시스템에 있는 다른 사람의 전화번호를 제공받은 휴대전화 판매업자에 대한 유죄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습니다. 검찰 공소장에 서로 다른 구성요건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가 혼재돼 어떤 범죄로 기소했는지 불명확하다는 겁니다. 1·2심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석명을 구해야 했음에도 이를 다하지 않고 유죄를 선고한 건 피해자의 방어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석명은 공소사실이나 적용 법 조항의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모순될 때 재판부가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내용을 확인하는 걸 말합니다.
 
2025년 7월13일 서대문구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에 이동통신 3사 로고가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휴대전화 판매업자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파기환송했습니다. 
 
A씨는 2023년 2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피해자의 동의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동통신사 직원 B씨에게 내부 시스템을 통해 피해자 전화번호를 조회·제공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2심도 A씨의 유죄를 유지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침해된 것에 대한 불쾌감뿐만 아니라 자신의 개인정보가 언제든지 노출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크게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수사기관인 검찰의 공소장 자체가 법리적으로 명확하지 않다는 겁니다. 
 
대법원에 따르면 검찰의 공소사실은 A씨를 단순 '무단 수령'을 처벌하는 구 개인정보보호법(제71조 제1호, 제17조 제1항 제1호)으로 기소한 걸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반면 통신사 직원인 B씨가 내부 시스템을 이용한 정황을 들어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의 취득'을 처벌하는 다른 조항(제71조 5호, 제59조 2호)을 적용한 걸로 볼 수도 있다는 판단입니다.
 
문제는 두 죄명의 입증 책임과 범죄 구성요건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제71조 5호를 적용하려면 A씨가 단순히 전화번호를 받은 것을 넘어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이 있었는지까지 따져야 합니다.
 
대법원은 이런 점을 지적하면서 "공소장 기재 내용에 관한 서로 다른 해석이 가능해 공소제기의 취지가 명료하지 않고, 그로 인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도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원심은 필요한 석명과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의 성립과 석명권 행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했습니다.
 
정주현 기자 give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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