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만스피'를 눈 앞에 뒀던 코스피 지수가 두 달여 만에 7000선 아래로 고꾸라졌습니다. 급격하게 상승했던 만큼 증시의 열기도 빠르게 식어가는 모습인데요. 그 중심에 단일종목 레버지리 상장지수펀드(ETF)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의 과도한 쏠림으로 레버리지 ETF의 등락이 전체 변동성을 흔드는 기형적인 구조를 만들어냈다는 지적입니다. 코스피를 출렁이게 하는 레버리지 ETF는 급기야 글로벌 증시 변동성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뉴스토마토>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탄생 배경과 운용 과정에서의 문제점, 투자자 보호를 위한 당국의 대응 방안 등을 통해 국내 증시가 다시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봤습니다. (편집자 주)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시 두 달여 만에 투자자들의 '눈물의 상품'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출시 직후 반도체 랠리에 힘입어 단기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개인투자자 자금을 끌어모았지만, 최근 한 달간 반도체 대형주의 극심한 변동성이 이어지면서 대부분 상품이 20~40%대 손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초자산보다 손실 폭이 훨씬 커지는 '음의 복리(Volatility Drag)' 효과가 현실화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도 빠르게 커지는 모습입니다.
삼전·하닉 레버리지, 고점 대비 60% 급락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대부분은 두 자릿수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기초자산인 반도체 대형주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한 영향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2일 32만2500원에서 지난 13일 25만4500원으로 21%가량 하락했습니다. 종가 기준 최고가인 지난달 18일(36만2500원)과 비교하면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약 30%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달 23일 장중 300만원선을 터치한 뒤 지난 13일 184만5000원까지 밀리며 고점 대비 약 40% 하락했습니다.
변동성이 커지면서 레버리지 ETF의 손실 폭은 기초자산보다 훨씬 가팔랐습니다. 지난 13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장중 급락하면서 두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4종은 일제히 상장 이후 최저가를 새로 썼습니다.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지난달 22일 장중 4만4385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한 뒤 지난 13일 1만4915원까지 떨어져 66% 넘게 폭락했습니다. 'ACE', 'RISE', 'SOL', 'TIGER', '1Q', 'KIWOOM' 등 나머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도 모두 상장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습니다.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는 지난달 2일 기록한 고점 대비 약 60% 하락하며 신저가를 기록했고, 나머지 상품도 일제히 상장 이후 최저가로 내려앉았습니다.
이는 레버리지 ETF의 구조적 특성 때문입니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일간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입니다. 하루 5% 오르면 ETF는 약 10% 상승하고, 하루 5% 내리면 약 10% 하락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 '음의 복리'입니다. 같은 폭의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면 기초자산은 원래 가격에 가까워질 수 있지만, 레버리지 ETF는 일간 수익률이 누적되면서 손실이 커질 수 있습니다. 시장이 횡보하더라도 변동성이 클수록 투자 성과는 악화되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기초자산이 첫날 10% 하락한 뒤 다음 날 11.1% 상승하면 원금 수준을 회복하지만, 이를 두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는 첫날 20% 하락한 뒤 둘째 날 22.2% 상승해도 원금을 회복하지 못합니다. 시장이 제자리걸음을 해도 레버리지 ETF는 손실이 쌓일 수 있는 구조인 셈입니다.
"레버리지는 단기 투자 상품이라는 점 인식해야"
특히 최근 반도체 업종은 미국 기술주 조정과 메모리 업황 둔화 우려, 외국인 수급 변화 등이 맞물리면서 하루에도 수%씩 오르내리는 장세가 반복됐습니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될수록 음의 복리 효과가 커지면서 장기 보유 투자자들의 손실도 예상보다 크게 확대됐다는 분석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삼성전자 거래대금은 8조4551억원, SK하이닉스는 15조653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종의 거래대금 12조1855억원을 더하면 총 36조2938억원으로, 같은 기간 코스피 거래대금(ETP 포함) 76조2694억원의 47.59%를 차지했습니다. ETP를 포함한 코스피 거래대금의 절반가량이 두 종목과 이들을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상품에 집중된 셈입니다.
높은 회전율도 문제로 꼽힙니다. 레버리지 ETF는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개인투자자의 매매가 집중되는 대표적인 상품입니다. 기초자산 가격이 크게 움직일 때마다 운용사 역시 레버리지 비율을 맞추기 위해 대규모 매매에 나서면서 변동성을 더욱 키우는 구조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장기투자상품보다는 단기 투기 수단으로 활용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활성화로 국내 증시가 '코인 시장'이나 '도박장'처럼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ETF가 단기 매매를 위한 상품이라는 점을 투자자들이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장기투자 상품으로 접근할 경우 기초자산과 전혀 다른 성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기초자산이 횡보하거나 소폭 하락하는 수준에 그쳐도 레버리지 ETF 손실은 몇 배로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 같은 우려 속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기본예탁금 상향과 투자 한도 설정, 사전 투자 교육 강화 등이 대표적인 보완책으로 거론됩니다. 해외 주요 시장처럼 고위험 ETF에 대한 적합성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 시장이 반도체가 주력 산업인데, 반도체 산업의 특징은 사이클을 타고 기본적으로 변동성이 크다"며 "다만 변동성이 심한 상황에서 레버리지 상품이 출시돼 타이밍에서 아쉬운 측면이 있고, 삼전·하닉 두 종목에 제한을 둔 점이 쏠림을 강화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자산운용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삼성자산운용 Kodex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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