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분야의 실패를 인정하고 실리콘밸리 빅테크 핵심 인재들을 사장급으로 영입하는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테슬라의 ‘카메라 중심’ 전략을 견제하고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절박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박민우 현대차·기아 첨단차플랫폼(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가 지난 3월5일 경기 판교 테크원에 위치한 AVP본부에서 임직원 150여명과 타운홀 미팅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미래 기술 연구개발(R&D) 조직인 첨단차플랫폼(AVP)본부에 대한 대규모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 테슬라와 엔비디아를 거친 자율주행 기술 전문가 박민우 박사를 신임 AVP본부장 겸 자율주행 자회사 포티투닷(42dot) 대표로 영입한 데 이어, 테슬라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총괄했던 밀란 코박 전 부사장도 그룹 자문역으로 선임해 보스턴다이나믹스 사외이사직을 겸하게 했습니다.
이번 추가 인사에서는 테슬라 출신 김동욱 전무가 신설 소프트웨어중심차(SDV) 플랫폼개발센터장으로 선임돼 차량 아키텍처 고도화와 무선통신 시스템 설계·개발을 담당하며, 애플과 토요타·엔비디아를 거친 제레미 마 전무는 AVP본부 내 신설 SV(실리콘밸리)실장에 임명돼 포티투닷 SV장을 겸임하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설계·개발을 이끌 예정입니다.
현대차그룹이 테슬라·엔비디아 출신들을 집중 낙점하는 배경에는 두 회사의 기술 방향이 사실상 옳았다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현대차는 그동안 라이다(LiDAR) 방식에 공을 들여왔으나, 센서 단가가 높고 대량 양산에 불리하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반면 테슬라는 초창기부터 카메라와 딥러닝 기반 방식을 고수했고,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포티투닷 역시 지난해 3월 카메라 8대·레이더 1대로 구동하는 엔드투엔드(End-to-End) 자율주행 시스템 ‘아트리아AI’를 공개하며 사실상 같은 방법론을 채택했습니다. AVP본부 일각에서는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 '알파마요' 기반으로 전면 재편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습니다.
이 같은 영입의 배경에는 자율주행 분야에서의 실패 경험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2020년 미국 앱티브(Aptiv)와 약 4조원을 투입해 합작사 ‘모셔널’을 설립하고, 포티투닷을 앞세워 자체 자율주행 및 SDV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제네시스에 탑재하려던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은 수차례 연기 끝에 사실상 무산됐고, 모셔널의 R&D 인력 유출과 기술 폐기 논란이 겹치며 내부적으로는 “시간과 비용만 날렸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결국 송창현 전 사장은 지난해 12월 AVP본부장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판을 완전히 새로 짜기로 했습니다. 특히 인재 영입과 관련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배경·국적·학벌을 다 떼고 오직 실전 성과와 실력으로만 평가하라”는 실력주의 원칙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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