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사 '1사 통합안', 비용기반제부터 화력·재생분리 손봐야
'1사 통합' 몸집만 키우는 전력 구조
독점·비효율…"진단 부족 처방 거꾸로"
비용기반정산제도 개편 병행해야
화력·재생에너지 발전사 분리 필요
"송배전망사업 등 망 중립성 확보도"
2026-06-19 16:31:23 2026-06-19 16:31:23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에너지공기업 발전 5개사의 기능 재편을 위한 ‘단순 통폐합’은 에너지전환 가속은커녕 퇴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발전 5사 1사 통합안’이 가장 유력하게 꼽히고 있지만 연료비를 포함한 발전 비용을 보전해 주는 비용기반정산제도(CBP)를 그대로 둘 경우 몸집이 하나로 합쳐지는 거대 독점 공기업이 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또 수평 결합이 아닌 화력발전사와 재생에너지 발전사를 명확히 분리하고 공정한 직접전력구매(PPA) 조달을 위한 송배전망사업, 판매사업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1사 통합안’…비용기반정산제도 우려
 
19일 기후에너지환경단체인 기후솔루션이 꼽은 ‘발전 5사 1사 통합안’에 대한 개혁 전제는 전력시장 경쟁 실종 원인의 제도 개선과 단일 공기업화에 따른 독점·방만 경영 우려, 화력·재생에너지 분리 설립, 송배전망 독립 등입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대강당에서 ‘에너지전환기 전력공기업들의 새로운 역할 연구’ 용역 중간보고회를 열고 삼일회계법인이 수행한 연구 결과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대강당에서 ‘에너지전환기 전력공기업들의 새로운 역할 연구’ 용역 중간보고회를 열고 삼일회계법인이 수행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출처=삼일회계법인)
 
 
삼일회계법인은 1사 통합, 권역별 2~3사 통합, 지주사 및 권역별 자회사 구조 등 3개 대안을 검토한 결과, ‘발전 5사 1사 통합안’을 최적의 방안으로 권고했습니다. 투자 자본력 집중과 규모의 경제 달성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오는 7월 중 발전공기업 기능 재편 및 최종 구조조정 방안을 확정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그러나 ‘1사 통합안’을 둘러싸고 “문제의 본질을 비껴간 거꾸로 된 처방”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발전 부문에서 실질적인 경쟁 효과가 발생하지 않은 원인은 발전사 분할이 아닌 발전소가 전기를 만들 때 쓴 연료비 등 원가를 고스란히 보전해 주는 ‘CBP 고착화’에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CBP를 가격기반정산제도(PBP)로 전환하는 시장 개편 로드맵이 병행돼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원가를 아끼든 못하든 수익 전액 보전 구조에서는 비용 최소화를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쟁 요소를 아예 제거해 버리는 1사 통합은 비효율을 극대화하고 전력시장 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용역사인 삼일회계법인 중간보고서에서도 1사 통합의 단점으로 단일·거대 기업 탄생으로 인한 발전시장 공정경쟁 저해와 경쟁자 없는 공기업화에 따른 방만 경영 가능성을 지목한 상태입니다. 
 
석탄·재생 분리…송·배전망 독립 필요
 
혼재한 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 업무도 분리의 필요성을 제안했습니다. 2040년 석탄발전 전면 폐지 공약 이행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퇴출될 석탄화력발전소(2038년까지 총 36기 폐지 계획) 자산을 관리하는 업무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업무를 한 기업에 묶으면 구조적 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대강당에서 ‘에너지전환기 전력공기업들의 새로운 역할 연구’ 용역 중간보고회를 열고 삼일회계법인이 수행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출처=삼일회계법인)
 
재생에너지 확대는 곧 화력발전 자산의 가치 하락(좌초자산화)을 의미합니다. 통합 발전사는 스스로 사업 기반을 허무는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기후솔루션 측은 “해법은 분리”라며 “발전 공기업 5개사를 화력발전 공기업 1개사, 재생에너지발전 공기업 1개사로 재편한다면 에너지전환은 촉진될 수 있다. 독일의 사례가 그러했다”고 언급했습니다.
 
독일 에너지 기업 E.ON은 재생에너지, 그리드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석탄, 가스 등 기존 발전 자산을 분리해 유니퍼(Uniper)를 설립한 사례입니다. 이 회사는 석탄 완전 퇴출을 목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Uniper에서는 발전소 폐쇄와 함께 고용 전환도 병행해 지원합니다.
 
아울러 송·배전망 독립 등 망 중립성 확보의 필요성도 꼽았습니다. 기후솔루션 측은 “송배전망 사업으로부터 발전 사업을 분리해서 어떤 발 전원이든 차별 없는 접속을 보장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재생에너지가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또 송배전망사업과 판매사업을 분리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직접전력구매(PPA)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PPA가 늘어날수록 판매사업에서 독점적 지위를 영위하고 있는 한전의 시장점유율이 감소하기 때문에 한전과 PPA는 구조적으로 경쟁구도에 놓여 있다”며 “통합 이후 발전 부문의 거대 단일 공기업은 망 중립성에 대한 제도적 저항력을 더 키우고 전력산업 구조 개편의 동력을 오히려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선 망 중립성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발전공기업 구조개편은 단순한 기업 간 통폐합이 아니라 에너지 대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경쟁력을 갖춘 사업구조로 재편하는 것”이라며 “발전공기업과 함께 한국전력공사 등 모든 에너지공기업이 시대적 변화를 선도하며 공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혁신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6월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1주년 주요성과 발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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