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특수성에 '절충안'…농협 개혁 '명과 암'
감사위 독립 '호선' 절충 등 관치 우려 불식
정보공개 20인 상향·인력 동결엔 비판도
전 조합원 직선제 2031년 유보·선거비 이견
2차 개혁안 예고 속 국회 험로 예상
"자율성 확보되려면 책임성 기본"
2026-06-16 16:53:05 2026-06-16 17:06:06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농민 실익을 증진하고 농협 본연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출범한 ‘농협개혁추진단’의 입법 과제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습니다. 민관이 주도해 온 내부통제 강화 중심의 1차 개혁안이 당초 계획보다 완화됐기 때문입니다. 민간 협동조합의 자율성 보장과 책임성 강화라는 양대 가치를 절충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고육책으로 분석됩니다.
 
다만 농협감사위원회 독립은 타협하거나 합의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표명한 만큼, 외부감사위원회 신설안을 둘러싼 이견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지배구조 개편 등을 골자로 한 2차 농협 개혁안도 남아 있어 법안 처리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입니다.
 
원승연 민관 농협개혁추진단 단장(왼쪽 세번째)이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농협 개혁 관련 농협법 개정 동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현실 대안으로 완화…비판도
 
16일 민관 농협개혁추진단이 추진한 1차 개혁안을 보면,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입법공청회를 거치며 현장 목소리와 야당의 문제 제기 등을 반영해 상당 부분 현실적인 대안으로 조율됐다는 평가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농협이라는 민간 협동조합의 자율성 존중과 이른바 ‘관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추진단이 유연하게 양보를 택한 점입니다. 큰 쟁점이던 ‘농협감사위원회 독립 법인화’가 대표적인 절충 사례로 지목됩니다. 
 
당초 당정 협의안에서는 감사 독립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농식품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감사위원장을 임명하는 7인 체제를 구상했습니다. 그러나 외부 임명이 되레 관치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을 수용해 대안에서는 정부 위원을 농식품부 1인으로 축소했습니다. 전체 위원도 5명으로 줄였습니다. 
 
특히 감사위원장은 외부 위원 중 ‘호선’하도록 변경했습니다. 호선은 외부 압력·개입을 줄이되, 협동조합 구성원들이 직접 선출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조합원 알권리를 위한 ‘회계 정보공개 청구권’도 행정적 현실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조정했습니다. 
 
당초 조합원 1인만 청구해도 모든 정보를 공개하도록 검토했으나 무분별한 청구 등 행정력 낭비를 방지해야 한다는 우려가 일부 수용된 겁니다. 이에 따라 상법상 소수주주권 개념을 참고해 국내 최대 규모 조합의 기준을 준용한 ‘조합원 20인 이상 공동 청구’로 문턱을 낮췄습니다.
 
하지만 협동조합의 특수성을 배려하는 과정에 당초 의도했던 개혁의 핵심 가치가 다소 무뎌졌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농협개혁추진단 기자간담회에서는 농협감사위원회를 독립 법인화하면서도 인력·예산 규모를 기존 체계(250명, 500억원 내외) 그대로 동결한 점을 짚으며 “이 상태로 30여개가 넘는 거대 지주와 자회사들을 상시적이고 실효성 있게 모니터링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반문이 나온 바 있습니다.
 
조합원 정보공개 청구 기준을 1인에서 20인 이상으로 대폭 상향한 것과 관련해서도 “지역사회의 폐쇄적인 특성상 고령의 조합원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20명을 모아 공동 청구를 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내부 고발과 감시권을 봉쇄하는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예산과 인력 동결에 따른 감사 부실 우려에 대해 추진단 측은 “기존 감사 인력과 예산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면 추가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당초 1인 청구안에서 후퇴한 정보공개 청구권과 관련해서는 무분별한 청구로 인한 조합의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취지입니다.
 
지난 12일 경찰이 고가의 기념품을 구매해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 농협중앙회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사진=뉴시스)
 
"법안 처리 과정 순탄치 않을 것"
 
넘어야 할 산은 여전합니다. 187만 조합원의 참정권을 확립하기 위한 ‘전 조합원 직선제’의 경우 전국 단위의 동시조합장선거와 회장 선거 주기를 맞추기 위해 차기 회장의 임기를 1년 단축하는 부칙 개정을 거치는 등 2031년 3월 동시 선거를 택했습니다.
 
선거 위탁 비용에 대해서도 농협 측은 406억원을 추산했지만 추진단은 위탁 경비 170억~190억원과 선거운동 비용 38억원을 합친 208억~228억원 수준으로 봤습니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업정책관은 “2027년 3월에 예정된 지역조합의 조합장 동시선거와 2028년도 3월에 예정된 중앙회장 선거 일정을 맞추는 문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비용 증가 부분은 있지만 2031년부터는 조합장 선거와 중앙회장 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비용은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추진단은 이번 1차 지배구조 개혁안의 입법 완료를 추진하는 동시에 오는 7~8월 중으로 품목별 조직화 및 농산물 유통 구조 혁신을 담은 ‘2차 경제사업 활성화 대책’과 지주 체계 평가를 포함한 최종 종합안을 발표하겠다는 청사진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 전문가는 “이번 농협 개혁안은 민간 조직의 자율성 보장과 책임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감사위 독립과 구조 개편이라는 핵심 과제를 사수하려는 정부와 비용 부담을 호소하는 농협 간의 간극이 커 국회 처리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하반기 국회 원 구성이 완료되는 대로 본격적인 법안 심사가 재개되는 만큼 ‘감사위 독립은 타협 대상이 아니다’라고 천명한 개혁의 본령을 지켜내면서 농민 실익을 위한 유통 혁신까지 매끄럽게 이끌어낼 수 있을지 향후 국회 논의 향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원승연 추진단 공동단장은 “농협은 자율성이 있는 조직이 돼야 하지만 그동안 잘 안 됐기 때문에 공적인 감시 기능이 필요하다. 자율성이 확보되려면 책임성이 기본인데 책임을 다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사회 흐름에 위배된다”며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원승연 민관 농협개혁추진단 단장(왼쪽 세번째)이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농협 개혁 관련 농협법 개정 동향을 밝히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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