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확대되면서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전방위적인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나섰습니다. 최근 주택 거래 확대에 따른 주담대 증가와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증가가 맞물리자 은행권에 대출 총량 관리를 주문하고 있는데요. 다만 대출 한도 조정 중심의 가계대출 관리 정책이 지속될 경우 차주별 위험 평가를 기반으로 한 은행의 여신 심사 기능이 위축되고 우량 차주의 금융 접근성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부채 관리 강도를 높이고 은행권에 신용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한 달 만에 9조3000억원 증가했는데 4월 증가 폭(3조5000억원)의 약 3배 수준입니다.
특히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5조3000억원 늘어나며 증가세를 이끌었는데요. 증가 규모는 부동산과 주식 투자 열풍이 강했던 2021년 8월 이후 4년 9개월 만에 최대 수준입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가계대출 증가가 특정 요인 하나 때문이라기보다 주택 거래 확대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증가와 증시 활황에 따른 신용대출 수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금융당국은 전체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낮추기 위한 관리에 나선 상황입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신용대출 한도 관리 방식이 확대될 경우 은행의 차주별 위험 평가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은행의 대출 심사는 단순히 연봉 규모만 보는 구조가 아니라 소득 안정성, 기존 부채 수준, 보유 자산, 현금흐름, 상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출 가능 규모를 결정합니다.
하지만 금융권 전반에 동일한 기준의 한도 축소가 적용될 경우 상환 능력이 충분한 고소득·고신용 차주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은행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객에 대한 여신 운용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주요 은행들은 이미 신용대출 관리 강화 조치에 들어갔습니다. 하나은행은 고액 연봉자의 신규 신용대출 한도를 최대 1억원으로 제한했습니다. 기존에는 차주의 연소득 범위 안에서 대출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신규 신용대출 한도가 1억원을 넘을 수 없도록 관리합니다.
신한은행도 신용대출 신청이 내부적으로 설정한 일일 한도를 초과할 경우 비대면 신용대출 접수를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또 일부 마이너스통장은 만기 연장 과정에서 한도를 최대 20% 줄일 계획입니다. 우리은행은 비대면 신용대출 갈아타기 상품 접수를 중단했고 토스·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 대출 비교 플랫폼을 통한 일부 신용대출 신청도 제한했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차주의 상환 능력까지 고려한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일률적인 한도 조정이 확대되면 우량 차주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규제 강화 움직임이 오히려 단기적인 대출 증가를 부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행 전에 미리 한도를 확보하려는 선수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 일부 차주들은 향후 마이너스통장 한도 축소나 신용대출 제한 가능성을 우려해 필요하지 않더라도 대출 창구를 찾는 모습입니다.
은행권에서는 과거에도 대출 규제 발표 이후 한도를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며 단기적으로 대출 증가 압력이 커진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또 다른 우려는 풍선효과인데요. 은행권 대출이 제한될 경우 자금 수요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카드사 등 다른 금융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최근에는 지방은행과 카드사 역시 가계대출 관리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인터넷전문은행도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한도 조정에 나서면서 대체 창구 역시 점차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대출 비교 플랫폼 업계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금융사들이 플랫폼을 통한 신용대출 취급을 줄이면서 상품 노출 감소와 중개 수익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대출 비교 플랫폼은 금융회사와 소비자를 연결하고 중개 수수료를 받는 구조인 만큼 상품 노출 감소는 플랫폼 사업자의 수익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금융사들의 대출 관리가 확대되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선택 가능한 상품이 줄어들 수 있다"며 "시장 전체가 위축될 가능성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가계부채 문제를 단순히 대출 규모를 줄이는 방식보다 차주별 위험 관리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투자 목적 자금은 별도로 관리하되 은행 대출은 차주의 상환 능력과 위험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앞으로 중요한 것은 대출을 얼마나 줄일지가 아니라 위험도가 다른 차주를 어떻게 구분해 관리할지"라며 "은행의 여신 심사 기능과 금융 안정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