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민주당이 6·3 지방선거 서울시장 패배 후유증을 앓고 있습니다. 승리를 자신했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과거 주요 지지층이었던 '2030세대의 표심' 변화와 '부동산 민심'을 확인한 겁니다. 민주당에 등을 돌린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지 못한다면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입니다.
한 시민이 서울 동작구 일대 아파트 지역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세훈, '30대 여성' 지지세 우위…4년 전 '과반이 민주당'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2030세대의 표심은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했습니다.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전체 득표율에서 단 1.15%포인트(6만259표) 차이로 고배를 마셨지만, 20~30대 유권자 표심에서는 20%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방송 3사(KBS·MBC·SBS)의 서울시장 선거 출구조사를 보면, 20대 이하에서 오 시장 56.8%, 정 후보 35.9%로 집계됐습니다. 30대에서는 오 시장 59.7%, 정 후보 36.7%를 보였습니다. 두 사람 간 2030세대 유권자 표심 차이는 20%포인트를 상회합니다.
특히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젊은 여성들의 지지세가 크게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대 이하 여성에서 오 시장 41.4%, 정 후보 48.5%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30대 여성에서는 오 시장 53.6%, 정 후보 42.8%로 오 시장이 역전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남성의 경우 오 시장 지지가 월등히 높았습니다. 20대 이하 남성에서 오 시장 75.3%, 정 후보 20.6%를, 30대 남성에서 오 시장 66.8%, 정 후보 29.6%를 기록했습니다.
방송 3사 조사는 한국리서치·입소스·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실시했으며, 이달 3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615개 투표소에서 10만8727명을 조사한 결과입니다.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1.7%포인트에서 최대 약 4.1%포인트입니다.
4년 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오 시장이 2030 남성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으나, 여성들의 표심은 당시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향했는데요.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20대 이하 여성 약 67%, 30대 여성 54.1%가 송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대남'(20대 남성)에 이어 '이대녀'(20대 여성)에서도 민주당 비토 정서가 퍼진 것으로 읽힙니다. 지난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대남을 타깃으로 정권 교체에 성공한 바 있는데요. '여성가족부 폐지' 등의 공약을 내세우며 민주당에 불만이 쌓인 이대남을 집중 공략했습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부산 등 다른 지역 후보들에 대한 출구조사와 서울시장 조사는 다른 내용이 있다"며 "전체 세대적 문제인지, 지역적 문제인지, 통계상 오류인지 분석해 봐야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하나만 가지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통계 혹은 지역, 네거티브 이슈로 보는 것이 옳다고 이해한다"고 부연했습니다.
젊은 여성층 전반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해석엔 선을 그었지만 당내에서는 2030 지지층 약화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실정입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청년 세대의 어젠다를 읽지 못했다는 점과 오 시장의 '중도 보수' 확장 전략이 먹혔다고 보고 있습니다.
부동산에 발목…'한강벨트 민심' 정조준 실패
이번 서울시장 선거로 민주당은 서울 부동산 민심을 재확인했습니다. 과거 진보 정당 출신 대통령들이 서울 집값 급등세를 관리하지 못했다는 학습효과와 더불어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옥죄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오 시장은 선거 초반부터 민주당의 약한 고리인 부동산 이슈 띄우기에 나섰습니다. 재개발·재건축, 세금 등을 주제로 부동산 민심을 자극하며 정 후보를 강하게 때렸습니다. 동시에 이재명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꼬집으며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습니다.
그 결과,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이자 중도세가 강한 '한강벨트'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습니다. 오 시장은 한강벨트 주요 자치구 가운데 용산·영등포·동작·광진구에서 정 후보를 앞섰습니다. 정 후보는 성동·중·마포구에서만 오 시장을 꺾었습니다. 25개 서울 자치구 중 정 후보가 15곳, 오 시장이 10곳에서 선전했지만 한강벨트에선 정 후보가 약세를 보인 겁니다.
부동산 민심은 정권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파급력이 상당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한 번에 (집값을) 잡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고,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고 공언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임기를 1년 남긴 시점에서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며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부동산 문제에 발목이 잡혔던 두 정부는 모두 보수 정당에 정권을 내줬습니다.
이재명정부 출범 1년 뒤 치러진 서울시장에서도 뿔난 부동산 민심이 민주당 견제를 택했습니다. 통상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높은 정권 초기에 이런 성적표를 받아 든 터라 민주당에서는 다음 총선과 대선을 위한 대비책 마련을 고심하는 분위기입니다.
이에 부동산 정책에 재시동을 걸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세제, 금융, 규제, 공급 등을 조만간 정리해서 한꺼번에 하려고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 그래서 (부동산을) 많이 사모아도 부담이 별로 없다"며 부동산 세제 개편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서울시장 선거와 부동산 시장과의 상관관계를 묻는 말에는 "부동산이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 저는 상수였다고 본다"며 "부동산 가격은 이미 서울의 주요 의제"라고 답했습니다.
한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서울시장 선거 패배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서울이 인구 변화로 점점 보수화돼 가고 있고, 부동산 시장 상황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볼 때 우리 당이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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