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재다능 종신보험…현실은?
2026-06-11 16:10:00 2026-06-11 16:56:11
[뉴스토마토 배희 기자] 사망 후 유족의 경제적 안정을 위해 가입하는 종신보험이 생전에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자산 유연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지만 명확한 가입 목적이 없다면 장기 유지 실패로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손주 교육비'부터 '상속세 절세'까지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종신보험의 부가 기능을 강조하며 영업 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습니다. 최근 생명보험사들은 체증형 사망 보장을 비롯해 연금 전환을 강화하고 부가 보장을 넓힌 종신보험을 잇따라 출시했습니다.
 
동양생명은 1일 사망보험금이 최대 7배까지 체증되는 '(무)우리WON하는7배더행복한플러스종신보험'을 출시했습니다. 가입 후 1년이면 보험가입금액의 100%를 사망보험금으로 보장하고, 이후부터 매년 체증되는 구조입니다. 납입 완료 후 10년 이내에 연금 개시 시점을 선택할 수 있는 특약도 신설했습니다.
 
교보생명은 지난달 '교보손주사랑포에버종신보험(무배당)'을 내놨습니다. 종신보험에 교육 자금 기능을 결합했는데요. 사망 보장뿐만 아니라 손자의 교육 자금으로도 전환해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사망보험금은 매년 5%씩 증가해 최대 150%까지 체증하는 구조로 이뤄졌습니다.
 
연금 전환 특약이 없더라도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도입한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에 따라 올해 1월부터 19개 생보사가 관련 제도를 운영하면서입니다. 유동화는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하고 계약 및 납입 기간이 10년 이상이면서 금리확정형 종신보험에 가입한 만 55세 이상인 경우 신청이 가능합니다.
 
종신보험은 과거 5·7년 내지의 단기납 상품에서 130% 수준의 해약환급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 쏟아지며 저축성으로 둔갑해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금융당국이 여기에 제재를 가하면서 해약환급금 비율이 축소됐으나 여전히 현장에서는 목돈 마련을 위해 가입하기도 합니다.
 
상속세를 줄이려는 절세 전략으로도 종신보험이 자주 활용됩니다. 자녀를 계약자 및 수익자로 설정해 보험을 가입하면 사망 후 지급되는 보험금이 상속 재산에 포함되지 않아 상속세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상속세는 현금 납부가 원칙이지만 대부분의 자산가들이 부동산 비중이 높아 이를 세금 납부의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사망률이 개선되고 1~2인 가구 증가하는 등 종신보험 니즈가 약화함에 따라 업계에서는 종신보험의 다양한 기능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종신보험이 젊은 사람에게 인기가 없기 때문에 이를 개선해 나가는 게 생보 업계의 숙제"라고 말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서울 중구 한화생명 시청 고객센터에 방문해 사망보험금 유동화 출시일에 맞춰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금융위원회)
 
종신보험 가입, 여윳돈 있을 때만 
 
종신보험의 자산 운용 폭이 넓어지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보험료를 납입하고도 여유가 있는 이들을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종신보험은 사망을 보장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특정 시점에 반드시 보험금을 지급하게 돼 있습니다. 따라서 납입 기간이 길고 보험료도 높습니다. 높은 보험료 납입이 버거운 상황에서 목돈 마련이나 추후 연금 활용을 목적으로 가입할 경우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소비자는 저축성 상품이 아님을 알고도 이자율을 보고 가입하는 측면이 있다"며 "연금으로 전환해야 할 정도라면 애초에 가입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과거 금리 확정형 종신보험은 적용 이율이 높아 연금으로 전환했을 때 적용 이율이 낮을 확률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종신보험이 연금보험보다 수익률이 낮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존재했습니다. 금융당국은 2015년 연금전환 종신보험이 일반 연금보험 대비 연금적립액과 최저보증이율이 적을 수 있다고 안내한 바 있습니다.
 
보험연구원은 2022년 종신보험 관련 보고서에서 사망보험·건강보험·연금보험·저축보험 등 다양한 소비자의 수요에 대응하는 상품군을 보유하고 있어 소수 상품군에 보장을 추가하기보다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며 소비자 니즈에 맞게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소비자들이 종신보험을 이해하고 가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종신보험은 보장성 보험으로 분류돼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서 저축성 보험보다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유리합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21개 생명보험사의 저축성 보험 최고 수수료율이 6.3%인 반면 종신보험은 12.9%로 차이가 2배를 넘었습니다. 이에 설계사들이 수수료 수입에 유리한 보험을 영업하는 방식이 불완전판매를 촉진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주요 해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보험계약 유지율은 낮은 편입니다. 지난해 25회차(2년) 기준 보험계약 유지율은 한국이 73.8%인 반면 싱가포르 96.5%, 일본 90.9%, 대만 90%, 미국 89.4%를 기록했습니다. 13회차(1년) 보험계약 유지율은 87.9%지만 61회차(5년)으로 넘어가면 45.7%로 급감하면서 보험의 중장기 유지율이 높지 않은 모습입니다. 대표적인 장기보험인 종신보험도 유지율이 낮다는 지적이 과거부터 반복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연금 전환이나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복수의 보험에 가입한 경우, 또는 종신보험 기능의 필요성이 사라졌을 때 부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처음부터 이들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년이 돼서 자녀가 장성한 경우 종신보험의 효용이 떨어져 연금 형식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다"며 "연금 받을 목적이라면 적합하지 않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배희 기자 SheisH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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