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윤서 기자] 서울고등법원이 경기신용보증재단 직원 사망 사건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가운데, 경기신보 노동조합은 과로사 인정 이후에도 사고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9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고법은 최근 경기신보 채권관리 업무를 담당하던 A씨의 사망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1심 판결을 유지하고 근로복지공단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하지만 경기신보는 판결 이후에도 개선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노조는 법원 판단 이후 사측에 사고 원인 분석과 위험성 검토를 공식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책임 소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관련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노조 관계자는 "중대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면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조직 차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당시 업무 문화나 실적 독려 방식, 인력 운영 체계 등을 검토하자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법원이 감정을 의뢰한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A씨가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고 음주·흡연도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와 그에 따른 면역력 저하가 심근염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업무상 부담이 질환 발생 또는 악화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A씨는 2023년 경기신보 군포지점 채권관리팀에서 근무하던 중 심근염으로 사망했습니다. 당시 채권관리팀은 인사 이동으로 기존 인력이 빠져나간 뒤 사실상 A씨가 업무 대부분을 처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입 직원이 배치됐지만 교육훈련 기간이어서 즉시 업무를 분담하기 어려웠고, 그 사이 업무 부담이 집중됐다는 것이 노조 설명입니다.
노조는 과로사 원인으로 지목된 업무 환경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실적 관리를 강화하는 캠페인을 추진하려 했지만 조합 반대로 시행되지 못했다"며 "제도가 개선된 것이 아니라 조합이 문제를 제기해 막은 것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노조는 특히 실적 압박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로 인력 부족을 지목했습니다. 민생 악화로 보증 수요와 채권관리 업무는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감당할 인력 확충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노조는 이러한 배경에 경기도의 정원 통제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출자·출연기관 운영 관련 법령에 따라 정원 변동에 대해서는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실질적인 인사·조직 운영과 관리 권한은 각 기관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기신보 측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됐다고 해서 곧바로 회사 시스템 전체가 잘못됐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사고)이전에도 시간 외 근무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고, PC오프제나 가정의 날 같은 제도도 운영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노조가 제안한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해서 사후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이 사고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교수는 "산재 인정 법리는 무과실책임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산재로 봐야 한다"며 "기존 질병이 있더라도 업무로 인해 질병이 악화돼 사망에 이르렀다면 산재로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국가기관과 법원이 이미 업무상 재해라고 판단한 사안이라면 재발 방지 대책을 함께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객관적 판단이 내려진 사안을 존중하고 이를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이 경기신용보증재단 직원 A씨 사망 사건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모습. (사진=뉴시스)
남윤서 기자 nyyyse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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