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군함 한·일 조달론 가시화…K조선, ‘브릿지 전략’ 수혜
미, 한·일 조선소서 군함 건조 검토
2조8천억 규모…2척 활용 가능성
“사업성·전략성 검토 후 사업 추진”
2026-06-02 16:16:37 2026-06-03 14:35:37
[뉴스토마토 이원진 기자] 미국 정부가 해군 함정 일부를 한국과 일본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방안을 공개하면서 이른바 ‘한·일 조달론’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자국 조선업 재건 과정에서 동맹국 조선소를 활용해 초기 물량을 확보한 뒤 현지생산으로 전환하는 ‘브릿지 전략’이 구체화됐다는 평가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파트너로 국내 조선업계를 직접 언급한 가운데, 한국 조선사들이 미 함정 건조 협력의 핵심 수혜자로 부상하는 모양새입니다.
 
동해에서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이 한국 군함들과 훈련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2일 외신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관계자는 “최근 미 국방부가 2027 회계연도 예산안에 반영을 요청한 해군 연구개발 자금 18억5000만달러(약 2조8000억원)가 실제 군함 조달 사업에 활용될 수 있다”며 “최대 2척의 군함 선체·기계·전기 구조물을 한국이나 일본에서 생산하고 미 방산업체가 전투 시스템을 통합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중국 해군력 확대에 맞서 자국 조선업의 한계를 인정하고 동맹국 역량을 본격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됩니다. 조달 계획을 담당할 후보 업체로 국내에서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이, 일본에서는 미쓰비시중공업과 가와사키중공업, JMU 등이 물망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논의는 지난 2월 백악관이 발표한 ‘미국 해양 행동계획’이 구체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미 백악관은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미 조선산업 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브릿지 전략 구상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미 현지 투자,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등 마스가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국내 조선업계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한화오션은 한화시스템과 함께 2024년 약 1억달러를 투자해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현지생산 거점을 확보한 바 있습니다. 같은 해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4만톤급 미 해군 군수지원함 MRO 사업을 수주하며 미 해군 조달망에도 진입했습니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 미국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가 정박해 있다. (사진=뉴시스)
 
HD현대중공업도 미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HII)와 차세대 군수지원함 공동 건조 및 생산성 향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미 시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삼성중공업 역시 미 MRO 전문 업체 비거마린(Vigor Marine)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한 뒤 미국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단순한 함정 건조 물량 확보를 넘어 미 해군 시장을 본격 개척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논의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조선, 방산 수주를 중국이 쓸어가는 상황에서 중국 업계가 진입하지 못하는 미국 시장에 발을 들인다는 것은 의미 있는 행보”라며 “이번 사업이 향후 대미 진출에 탄력을 보탤 수 있는 만큼, 사업성과 전략적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수혜 규모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없지 않습니다. 미국이 이번 협력이 일시적인 조치일 뿐, 궁극적으로는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동맹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2척을 제외한 나머지 물량은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내 조선 생산 기반을 복원하려면 최소 수년 이상은 걸리는 만큼, 국내 조선사들의 역할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군함 2척을 수주해 건조하는 데에는 길게 잡아도 5년 정도가 걸린다”며 “미 조선업 역량이 제고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기간이다 보니, 추가적인 발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원진 기자 blue45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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