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게임사들이 운영 효율화와 포트폴리오 재편을 이유로 서비스를 종료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용자 권리 논쟁도 커지고 있습니다. 업계는 수익성이 낮은 서비스를 무기한 유지하긴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이용자들은 그간 구매한 콘텐츠와 아이템은 물론 플레이 기록과 커뮤니티 접근권까지 함께 사라지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셧 다운 즉시 이용 불가…EU는 제도화 속도
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대개 온라인·모바일 게임은 서버 기반 라이브 서비스 구조인 탓에, 서비스 종료와 함께 게임 이용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료 재화 환불이나 사전 고지 절차가 이뤄지더라도 이용자가 게임 안에서 쌓아온 시간과 기록, 커뮤니티 경험까지 온전히 보전 받기는 어려운데요. 일부 게임은 서비스 종료 이후 인게임 정보 확인이나 공식 커뮤니티 접근이 제한돼 이용자가 환불 신청에 필요한 계정 정보나 게시글을 직접 저장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이용자들의 현실적 피해는 구체화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막을 국내 이용자 보호 장치는 사전 고지와 환불, 잔여 재화 처리 중심에 머물러 있습니다. 보편적으로 모바일 게임 표준약관에는 서비스 중단 30일 전 공지와 개별 통지, 유료 아이템 보상조건 안내 등의 기본 고지는 담겨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권고사항일 뿐입니다.
이처럼 서비스 종료 관련 보호 장치가 약관에 의존하고 있는 점은 큰 한계점으로 꼽힙니다. 개별 게임 약관에 사전 고지와 환불 절차가 담겨 있다 해도, 서비스 종료 결정이 언제 이뤄졌는지, 이용자에게 언제 알려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또한 현행 법제상 이용자가 게임 안에서 쌓은 아이템, 계정, 기록 등은 소유권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반면 해외에서는 게임 보존 논의가 제도화하는 추세입니다. 유럽연합(EU)에서는 '비디오 게임 파괴 반대(Stop Destroying Videogames)'라는 시민 이니셔티브를 계기로,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게임이 일정 부분 기능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습니다. EU는 게임사가 판매하거나 라이선스한 게임을 지원 종료 뒤 구동 불가능하게 만드는 문제를 소비자 권리와 소유권, 라이선스, 지식재산권 쟁점으로 보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용자 단체를 중심으로 유사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제도화 논의는 상대적으로 미진합니다.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은 "현재는 전자상거래법 제21조에 의존하고 있는 측면이 있어서, 궁극적으로는 게임법에 서비스 종료 관련 보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효성 없는 약관…신뢰도 저하도 문제
전문가들 역시 현행 장치만으로는 이용자를 충분히 보호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 협회장은 "서비스 종료 전 고지나 환불에 관한 부분은 개별 게임 약관에 들어가 있는 수준으로, 법으로 정해진 보호로 보긴 어렵다"며 약관의 실효성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이철우 협회장은 "서비스 종료에 대한 내부 의사결정을 빨리 내렸음에도 이를 숨기면서 시간을 끄는 행태 등에 대해서는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서비스 종료 고지를 둘러싼 분쟁도 있었는데요. 공정거래위원회는
웹젠(069080)이 모바일 게임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 서비스 종료를 확정하고도 신규 캐릭터를 출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태료를 부과한 바 있습니다.
이 협회장은 서비스 종료 자체를 강제하기는 어렵더라도 이용자의 '알 권리'와 '최소한의 이용 권리'는 보장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그는 "게임 재화나 아이템, 계정에 대한 소유권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적어도 일정 기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는 보장해야 한다"며 "내부적으로 서비스 종료 의사결정이 이뤄진 시점에는 바로 고지하도록 정보공개 차원의 규정을 넣는 것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특히 서비스 종료는 단순 법적 절차뿐 아니라 이용자 신뢰 문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위정현 중앙대 가상융합대학 학장은 "게임을 플레이할 수 없게 되면, 그동안 게이머들이 축적한 자산을 날려버리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게임사가 이를 얼마나 지킬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 역시 서비스 종료를 반려동물을 잃었을 때의 상실감인 '펫로스'에 빗댄 '게임로스(Game loss)'로 설명하며 이용자 경험의 마무리 문제로 봤습니다. 김 교수는 "회사의 비용과 부담이 있다 하더라도 함께 해온 게이머들에 대한 예우라고 생각한다"며 "원만하게 매듭짓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일부 게임사는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이용자의 마지막 경험을 정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넥슨은 PC게임 '슈퍼바이브'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공식 홈페이지에 '마지막 전투 기록' 페이지를 개설해 이용자들이 자신의 플레이 기록을 살펴보고 게임에 작별 인사를 남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반면 업계는 현실적 한계를 호소합니다. 온라인 게임 특성상 서비스를 종료하더라도, 서버를 유지하는 순간 비용이 계속해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유지 보수를 위한 전담 인력 배치는 물론 보안, 개인정보 관리, 저작권료 등 감당해야 할 고정비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유저들이 자체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사설 서버를 열어주는 대안도 제시되지만, 이는 불법 수익화나 보안 사고, 지식재산권(IP) 침해 우려가 커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서비스 종료와 관련한 부분은 이용자 공지와 환불 정책 등 정해진 절차에 맞춰 진행된다"면서도 "온라인 게임 특성상 서버 운영과 유지 보수 비용이 계속 들어가기 때문에 모든 서비스를 무기한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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