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비지배주주 다수결 도입' 쟁점 부상
기관 "주주가치 보호 필요" vs PE "모험자본 위축"
자본시장연구원 "MoM 가장 강력하나 현실적 한계도"
당국, 원칙 금지 방침 속 이르면 7월 개정안 시행 목표
2026-05-20 15:27:09 2026-05-20 16:10:40
[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이미 상장된 모회사가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할 때 지배주주를 의사결정에서 배제하고 일반주주 과반 동의만으로 안건을 결정하는 '비지배주주 다수결(MoM·Majority of Minority)' 제도가 중복상장 규제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기관투자자 측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사모펀드(PE)와 벤처캐피탈(VC) 업계는 모험자본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20일 한국거래소는 여의도 컨퍼런스홀에서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중복상장은 이미 주식시장에 상장된 모회사가 핵심 사업 부문을 분리해 자회사로 별도 상장하는 것을 말합니다. LG화학(051910)이 배터리 사업부를 분리해 LG에너지솔루션(373220)을 상장하는 과정에서 모회사 주가가 하락하는 '지주사 할인' 논란이 불거진 사례도 있습니다. 이른바 '쪼개기 상장' 논란이 확산되자 이재명 대통령은 주주 권익 보호 강화를 주문했고, 금융당국은 '원칙 금지·예외 허용' 기조를 공식화했습니다. 지난달 1차 세미나에서 거래소가 영업·경영 독립성·투자자 보호 3가지 심사 요건을 제시한 데 이어, 이번 세미나는 그 후속으로 구체적인 주주 동의 절차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이날 세미나 화두는 주주 동의를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의무화할 것이냐였습니다. 발제를 맡은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주 동의 의무화 수준과 관련해 이사회 자율 판단에 맡기는 방식부터 거래소 판단에 따른 부분적 의무화, 원칙적 전면 의무화까지 세 단계를 제시했습니다. 동의 방식으로는 주총 특별결의,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 지배주주를 완전히 배제하는 MoM 방식 등 세 가지를 소개했습니다.
 
이 가운데 MoM을 둘러싼 논의가 집중됐습니다. MoM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가 충돌할 수 있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대주주의 의결권을 배제하고 일반주주 과반의 동의만으로 안건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미국·영국·홍콩 등 주요 선진 자본시장에서는 이미 활용되고 있습니다. 남 위원은 "MoM은 가장 강력한 일반주주 보호 장치이지만 소액주주 참여율이 낮은 현실을 고려하면 안건 통과가 쉽지 않고 비용 부담도 상당하다"며 현실적 한계도 함께 짚었습니다.
 
패널 토론에서는 MoM 도입을 둘러싼 찬반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기관투자자 측을 대표한 김형균 차파트너스 본부장은 "한국 자본시장의 중복상장 피라미드 구조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이라며 MoM 전면 도입을 주장했습니다. PE·VC 업계의 자금 회수 차질 우려에 대해선 미국식 스핀오프를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IPO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들에게 직접 배분하는 방식을 취하면 된다는 논리입니다. 그는 "이 경우 VC나 PE 등 재무적 투자자들이 가진 지분율과 자금 회수 기회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했습니다. 왕수봉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도 계열사 간 계층 상장을 통해 지배권이 확대되는 구조가 핵심 문제라고 지적하며 MoM 방식이 가장 적절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PE와 VC 업계는 주주 동의 의무화 자체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임신권 IMM PE 최고법률책임자(CLO)는 "예외 인정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사실상 중복상장을 금지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자회사 IPO는 지배주주와 재무적 투자자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인데 이 경로가 막히면 이미 집행된 투자금 회수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MoM 방식의 현실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김경순 대신증권 IPO본부장은 일반주주와 기관투자자의 주총 참여율이 낮고 해외 투자자와의 소통도 쉽지 않은 현실을 들며 "전면적 주주동의 의무화는 현실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신중론도 제기됐습니다.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변호사는 "현행 상법상 자회사 상장은 모회사 주주총회 결의 사항이 아닌데 거래소 규정만으로 일반주주에게 사실상 비토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법 체계상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주총 특별결의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남궁주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모든 중복상장을 일률적으로 강하게 사전 통제할 경우 이중 규제 문제가 발생하고 해외 상장이나 우회 상장을 유도할 수 있다"며 사안별 차등 규율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금융당국은 원칙적 금지 방침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그동안의 관행이었다거나 기업 성장에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는 중복상장의 타당성을 설명하기 어려운 시대"라며 "자본시장 신뢰라는 본질적인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이번 의견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거래소 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시행할 계획입니다.
 
20일 한국거래소 여의도 컨퍼런스홀에서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한국거래소)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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