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국민성장펀드, 낙관과 경계 사이
2026-05-11 17:35:10 2026-05-11 17:42:24
국민성장펀드가 일반 국민 앞에 나온다. 정부는 오는 22일부터 6월11일까지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 6000억원을 선착순 판매한다. 5년간 150조원을 첨단산업 생태계에 공급하겠다는 큰 그림 속에서, 올해는 30조원 공급을 목표로 하고 이 중 6000억원을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공모 구조로 모집하는 방식이다. 정부 재정 1200억원은 후순위로 들어가 자펀드별 손실을 20% 범위에서 먼저 부담한다.
 
취지는 나쁘지 않다. 반도체, 이차전지, 인공지능(AI), 바이오, 방산, 로봇, 핵심광물 등 12개 첨단전략산업에 돈을 넣고, 결성 금액의 30% 이상은 비상장기업이나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사에 신규 자금으로 공급하도록 했다. 단순히 상장주식을 사고파는 정책펀드가 아니라, 기업이 스케일업 과정에서 겪는 '죽음의 계곡'을 넘기도록 하겠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다. 정부는 손실은 재정이 일부 먼저 흡수하고, 수익은 투자자에게 우선 배분하는 구조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국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서 안전한 상품은 아니다. 이 펀드는 만기 5년짜리 환매금지형 상품이다. 중도 환매가 불가능하고, 거래소 상장 뒤 양도는 가능하지만 유동성이 낮거나 기준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될 수 있다. 정부가 손실을 20%까지 먼저 부담한다고 해도 원금 보장은 아니다. 세제혜택도 3년 안에 양도하면 감면세액 상당액이 추징될 수 있다. 사실상 사모투자 상품이라는 점에서 단순 예금이나 공모주 투자처럼 접근해서는 안 된다. 
 
핵심은 어쩌면 모집 성공이 아니라 투자 성공일지도 모른다. 펀드가 빨리 팔린다고 정책이 성공한 것은 아니다. 국민성장펀드의 진짜 평가는 몇 년 뒤에 나온다. 돈이 정말 기술기업의 성장자금으로 들어갔는지, 민간자금을 새로 끌어왔는지, 아니면 기존 정책금융 자금이 이름만 바꿔 이동했는지도 봐야 한다. 정부는 이미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올해 1~3월 약 6조6000억원 규모의 지원 승인을 했다고 밝혔다. 신안우이 해상풍력, 평택 AI반도체 생산기지, 리벨리온 증자 참여 등이 포함됐다. 숫자는 작지 않다. 하지만 큰 숫자일수록 더 필요한 것은 성과 공개와 사후 검증이다. 
 
응원은 할 수 있다. 한국 경제에 장기 인내자본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AI, 반도체, 에너지, 바이오 같은 신산업 분야에서 벤처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까지는 긴 시간과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정부가 위험 일부를 부담하고 민간과 국민 자금을 성장산업으로 연결하겠다는 방향 자체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다만 좋은 취지와 좋은 성과는 다르다. 국민성장펀드는 '애국 투자'가 아니라 정부 정책 방향과 산업 성장성에 함께 베팅하는 장기 위험자산에 가깝다. 그 과정에서 '국민'은 5년 동안 자금이 묶이는 구조와 낮은 유동성, 기대보다 저조한 수익률을 마주할 수도 있다. 국가가 20%를 우선 부담하는 구조인 만큼, 향후 투자 실패 사례가 나올 경우 재정으로 이를 메우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어떤 기업과 산업에 자금이 들어가는지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니 지금 언론에게 필요한 태도는 끝까지 추적하고 감시하는 일이다.
 
국민성장펀드는 잘돼야 한다. 정책이 실패하길 바라는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다만 잘되려면 이름이 아니라 운용이 증명해야 한다. 정부가 '국민과 성과를 공유하겠다'고 했다면, 손실 위험과 운용 결과도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결국 시장은 이름이 아니라 수익률과 성과로 판단한다. 국민성장펀드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지우 정책금융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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