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 금리 낮추면 리스크 관리 먹통”
2026-05-06 16:11:15 2026-05-06 16:23:53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정부가 저신용자 대출 고금리 구조를 잇따라 비판하면서 금융권 금리 체계에 대한 개입 가능성을 내비치자 리스크 관리 체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신용점수에 따른 금리 격차는 리스크 기반 가격 결정의 핵심 원리인데 인위적으로 이를 조정할 경우 금융사 손실 흡수 능력이 약화되는 동시에 금융시스템 전반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청 "저신용자 금리 낮추자"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SNS에 '금융의 구조' 시리즈 글을 올리고 현행 신용점수 중심 대출 구조를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김 실장은 "왜 가장 여유 있는 사람은 가장 낮은 금리를 누리고 가장 절박한 사람은 가장 비싼 돈을 써야 하느냐"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화두로 삼아 고신용자 중심의 대출 구조를 완화하고 저신용자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공개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사실상 고신용자 금리를 일정 부분 높이고 저신용자 금리를 낮추는 방향의 구조 전환을 주문한 셈입니다.
 
김 실장은 중저신용 등 특정 구간을 비워둔 채로는 금융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은행이 리스크를 세밀하게 나눠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정부 고위 관계자가 신용평가 시스템과 대출 구조까지 문제 삼으면서 금융권에서는 금리를 시장이 아닌 정책 변수로 다루려는 시그널이 아니겠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발언이 금융업의 핵심인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간과한 접근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은행 대출 금리는 차주의 상환 능력과 연체 가능성 예상 손실률을 반영해 결정됩니다. 신용도가 낮을수록 금리가 높은 이유는 손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며 이는 금융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가격 신호로 작동합니다.
 
이 같은 구조를 인위적으로 뒤집을 경우 은행의 대출 심사 기준이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동일한 리스크를 가진 차주에게 낮은 금리를 적용하면 손실을 가격에 반영할 수 없게 되고, 이는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은행은 대손충당금을 확대하거나 대출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저신용자 연체율 리스크 우려
 
중·저신용자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고 대출 공급을 늘릴 경우 충당금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리스크가 높은 차주에게 낮은 금리를 적용하면 예상 손실을 금리로 보전할 수 없게 된다"면서 "연체율 상승이 현실화될 경우 대규모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과거 연체 기록과 카드 이용 이력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소비와 납부 데이터 등 비금융 정보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신용평가를 개선해야 한다는 방향성에 공감한다"면서도 "대내외 리스크가 반영되는 금리를 정책적으로 조정하면 결국 다른 차주에게 비용이 전가되는 구조가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관리가 까다로워지고 공급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대출 부실이 커지면서 건전성 관리를 은행권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은행 대출 및 연체 현황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은행 대출금액은 2504조100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대출 건수는 2430만5000건에 달했습니다. 대출 규모는 2020년 1895조3000억원에서 2021년 2051조4000억원 2022년 2160조2000억원 2023년 2259조4000억원 2024년 2384조3000억원 지난해 2480조7000억원을 거쳐 올해 3월 2504조1000억원까지 늘었습니다.
 
은행권 대출이 매년 빠르게 증가하는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연체율 상승세도 뚜렷합니다. 국내 은행 전체 연체율은 2021년 0.21%에서 2022년 0.25% 2023년 0.38% 2024년 0.44% 지난해 0.50%를 거쳐 올해 3월 0.56%까지 상승했습니다. 특히 중·저신용자 연체율 상승 속도는 더 빠릅니다. 중·저신용자 연체율은 2021년 말 1.43%에서 지난해 2.47%, 올해 3월 말 2.57%까지 올랐습니다.
 
연체율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금리 산정 체계를 인위적으로 조정할 경우 금융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만큼 리스크를 반영하는 현재 체계를 유지하면서 취약계층 지원을 병행하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체 신용평가 체계를 흔들거나 금리를 단순히 역전시키겠다는 의미라기보다 중저신용자 대상 자금 공급 확대 차원으로 볼 필요가 있다"면서 "은행권도 대안신용평가모형을 활용한 중금리 대출과 대환 상품을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단순히 금리를 낮춘다고 연체율이 반드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제도권 밖으로 밀려난 차주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금융 접근성이 개선되면 상환 여건이 나아지고 장기적으로는 건전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부가 고신용자 중심의 대출 구조를 흔들고 신용평가 체계를 바꾸겠다는 방향을 제시하면서 금융권에서 리스크 관리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상황에서 대출금리를 인위적으로 조정할 경우 금융 시스템 전반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앞 대출금리 안내문.(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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