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0억에서 8000억으로…농협금융 '브랜드 사용료' 폭탄
2026-04-27 17:40:46 2026-04-27 17:40:46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농협금융지주가 농협중앙회에 납부하는 브랜드사용료격인 농업지원사업비(농지비) 부담이 올해부터 크게 늘어날 전망입니다. 법 개정에 따라 농지비 상한 비율이 상향되면서 단순 계산만으로도 연간 8000억원 수준에 근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금융사의 수익을 기반으로 농업 지원 재원을 마련한다는 취지지만, 금융 계열사의 자본 부담과 건전성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농지비 부과율 상한 2.5%→3.0%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의 올해 1분기 농지비는 1732억원으로 전년 동기 1625억원 대비 6.6% 증가했습니다. 계열사별로 보면 농협은행이 1263억원으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농지비를 많이 내는 NH투자증권은 약 100억원 규모로 농협은행과 격차가 큽니다.
 
농지비는 농협은행을 비롯한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 NH투자증권 등 농협금융 자회사들이 농협중앙회에 매분기마다 납부하는 분담금입니다. 농협중앙회는 농협볍 제159조2항에 따라 농업·농촌·농업인을 지원하기 위해 '농협'명칭을 사용하는 법인에 사업비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책정 기준은 이전 3개년 영업수익에 그룹별 부과율을 곱한 값으로, 영업수익에 따른 계열사별 부과율은 최대 2.5%와 최소 0.3% 범위에서 정해집니다. 2016년까지는 '명칭사용료'로 불렸습니다. 문제는 이 비율이 지속적으로 상향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존에는 상한선이 2.5%였으나, 올해부터 3%로 확대됐습니다. 지난 2월 농지비 부과액 상한을 회사 매출의 2.5%에서 3%로 상향하는 내용의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입니다. 
 
농협금융의 부담도 가파르게 늘어날 전망입니다. 농협금융이 지난해 농협중앙회에 납부한 농지비는 6503억원으로 전년 대비 6.4% 증가했습니다. 직전 5년치 농지비 부담을 보면 증가세가 뚜렷합니다. 2021년 4460억원이던 농지비는 2022년 4505억원, 2023년 4972억원, 2024년 6111억원으로 불과 5년새 2000억원 이상 늘어났습니다.
 
농지비 부담률 상한을 반영하면 단순 비례 계산만으로도 8000억원 규몪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농협 관계자는 "농지비 상한 비율을 올린 농협법 개정안은 대통령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되는 만큼 올 3분기부터 농협금융지주 자회사의 순이익에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농협금융은 영업이익에서 법인세비용과 농지비를 뺀 수치를 순이익으로 산정하는데요. 농지비가 커질수록 순이익이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농협금융의 자본 관리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역시 지난해 농협금융 정기검사에서 농지비와 관련해 경영유의 조치를 내린 바 있습니다. 당시 금감원은 "농업지원사업비가 재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중장기 자본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부 모습. (사진=뉴시스)
 
금감원, 배율산정 개선요구 계속
 
금융당국은 농협은행의 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상한 유지를 요청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농지비 상한이 논의되던 지난해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서 금융위원회는 "(농협금융지주의 농업지원사업비) 납부액이 증가하게 되면 은행의 건전성 문제가 심각하게 우려된다"며 부과액 상한 비율을 기존 2.5%로 유지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은행 중심의 수익 구조를 가진 농협금융 입장에서는 농지비 증가가 곧바로 자본비율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지주사들은 통상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주주환원 정책이나 대출 확대 여력을 확보할 수 있는데, 농지비와 같은 비용 증가가 이 여력을 제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 기업의 브랜드 사용료와 달리, 납부 비율이 법으로 규정돼 있어 수익이 늘어날수록 자동적으로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민간 금융지주사에서도 농지비와 비슷한 구조의 브랜드사용료를 계열사로부터 거둬들이고 있는데요. 각 그룹사별 영업이익 '추정값'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책정 중이며 그룹사별 수치는 0.71~2.08% 수준입니다. 타 시중은행 대비 농협중앙회가 거둬들이는 브랜드사용 비용 부담이 10배 이상 높은 셈입니다. 
 
금융당국은 농협 특수성을 인정하면서도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의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금융지주와 은행 대상 일정 주기로 정기검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통상 2년 안팎의 간격으로 수검 대상이 다시 선정됩니다. 정기검사가 아니더라도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이 수시검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만약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이 올해 검사 대상에 포함될 경우, 농지비 관련 이슈가 재차 거론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검사 결과 해당 조치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농협은행의 특수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수년째 반복되는 관행에도 경영유의조치를 내린 것"이라면서도 "자본건전성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농협은행은 농협중앙회가 농지비를 산정하기에 즉각적인 개선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농지비를 내는 다른 계열사들과의 형평성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업 지원 차원에서 주관 부처인 농축산부와 중앙회 정관에 따라 규정대로 납부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협금융의 역할이 협동종합의 금융기관이며 출범 시부터 농지비는 농협법으로 정해진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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