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애셋]110배 RAVE, 이틀 새 98% 폭락…“코인판 루보 사태”
6개 지갑, 물량 96.6% 장악
글로벌 거래소의 ‘모럴해저드’
“가상자산 초국경 규제 필요”
2026-04-24 09:50:50 2026-04-24 09:50:50
이 기사는 디지털자산 전문 매체 <디지털애셋>에서 작성했습니다. 
 
[디지털애셋 박상혁 기자] 웹3 기반 문화 커뮤니티 프로젝트 레이브다오의 자체 가상자산(디지털자산) RAVE(레이브다오)가 2주새 110배 올랐다가 이틀 만에 98% 폭락하면서, 국내 이용자들 사이에선 ‘디지털자산 버전 루보 사태’가 터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루보 사태는 작전 세력들이 자동차 등 기계에 들어가는 베어링을 생산하는 회사 루보의 주식을 매집해 2006년 10월부터 2007년 3월까지 주가 조작을 했다가 같은 해 4월 검찰 조사 후 주가가 폭락한 사건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선 지금도 회자되는 대표적인 주가 조작 사태를 뜻합니다.
 
RAVE는 지난 18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디지털자산 정보사이트 코인게코에서 14일 전보다 110배 폭등한 28달러(약 4만1140원)에 거래됐습니다. 통상 디지털자산을 비롯한 위험자산이 크게 상승할 땐 자사주 매입 및 디지털자산 소각, 실적 개선 등의 명확한 이유를 동반합니다. 그러나 RAVE는 특별한 이유 없이 2주간 가격이 110배 폭등해 이용자들의 의문을 낳았습니다. 또한 상승 원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2주 만에 110배 급등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RAVE는 폭락 전부터 글로벌 이용자들의 시선을 끌어 모았습니다. RAVE는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에는 상장되지 않았지만 바이낸스, 게이트아이오, 비트겟 등 글로벌 디지털자산 거래소에 상장됐기 때문에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국내 일부 이용자들도 RAVE 투자에 뛰어들었습니다.
 
RAVE 물량 구조. <디지털애셋> 분석 결과 RAVE 물량 상위 6개 지갑이 전체 물량의 약 97%를 장악했다.(이미지=디지털애셋)
 
온체인 분석가의 의문 제기
 
하지만 지난 19~20일 이틀 사이 RAVE 가격이 98% 폭락하면서 상승 기간 동안 투자했던 이용자들이 큰 손해를 입었습니다. 이 하락은 유명 온체인 데이터 분석가 잭XBT가 19일 X(전 트위터)에 RAVE 온체인 분석 결과를 공유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잭XBT는 이날 “RAVE를 처음 발행한 지갑을 추적해보니 크게 9개의 지갑이 전체 물량의 95%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번 폭등은 RAVE가 바이낸스, 비트겟, 게이트아이오에 상장된 뒤에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레이브다오 팀 내부 물량과 연관이 있는 지갑이 RAVE 폭등 기간 동안 글로벌 중앙화거래소와 의심스러운 거래 활동을 했다”고 지적하며 “이번 폭등 사건과 관련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제보자에게는 1만달러(약 1470만원) 상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실제 <디지털애셋> 분석 결과, 그가 밝힌 9개의 지갑 중 6개 지갑이 RAVE 전체 물량의 96.6%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머지 3개 지갑은 물량이 비워졌습니다. 통상 소수 주체가 전체 물량의 대부분을 장악하면, 시세조종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봅니다. 잭XBT는 “거래소들은 이러한 시세조종에 대해 더 빠르게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결국 잭XBT의 글이 게시된 후 비트겟 등 거래소 관계자들이 시세조종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히자, RAVE 가격이 폭락했습니다. 송창석 블롭 웹3 디렉터는 26일 <디지털애셋>에 “그간 소수 지갑이 특정 디지털자산 물량 대부분을 장악해 시세조종을 한 사례는 수차례 있었지만, RAVE처럼 단기간에 110배에 달하는 가격 상승을 일으키고 시세조종 의혹으로 이틀 만에 98% 폭락한 디지털자산은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RAVE 폭락 사태는 소수 세력들의 시세조종과 다단계 투자자들의 가담으로 주가가 급등했다가 검찰이 관련 인물들을 주가조작 가담 혐의로 소환하자 주가가 폭락한 2007년 한국의 루보 사태와 흡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실태 조사 어려워
 
일각에서는 이번 RAVE 폭락 사태가 루보 사태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RAVE 물량이 소수 지갑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걸 온체인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도, 글로벌 거래소들이 이를 고려하지 않고 RAVE를 상장했기 때문입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발행되는 디지털자산 특성상 특정 디지털자산에 대한 물량 현황은 누구나 투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폭등이 발생한 뒤에도 논란이 일어나기 전까지 거래소들이 이를 방치하고 있었고, 사태를 조사한 곳도 RAVE를 상장한 글로벌 거래소였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통상 미국, 한국 등 디지털자산 시세조종에 대한 처벌 근거가 있는 국가에서는 시세조종 문제가 불거졌을 때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합니다. 이후 시세조종이 입증되면 시세조종에 관여한 것으로 나타난 인물들이 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바이낸스, 게이트아이오 등 RAVE를 상장한 글로벌 거래소들은 본사 소재지가 명확하지 않거나 조세회피처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이같은 거래소에서는 시세조종이 발생해도 특정 국가의 금융당국이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거래소나 민간 감사 기업의 조사 결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객관적인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또 시세조종 의혹이 불거지더라도 글로벌 거래소들은 이를 조사할 의무도 없습니다.
 
서울 강남구 소재 가상자산거래소 고객센터 내 시황판에서 가산자산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요 거래소 공통 기준 필요”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RAVE 폭락과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선 초국경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디지털자산 시장은 특정 국가의 주식 시장처럼 발행·상장·거래·감독이 한 관할권 안에서 완결되지 않습니다. 프로젝트는 해외에서 만들어지고 거래소는 조세회피처나 복수 관할에 흩어져 있으며, 이용자는 한국·미국·유럽 등 전 세계에 분산돼 있습니다. 이 구조에서는 한 국가의 금융당국이 자국 이용자 피해를 확인하더라도 발행 주체, 거래소, 마켓메이커, 주요 지갑 보유자를 모두 조사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주요국 금융당국 및 거래소 공조와 이상거래 정보공유 체계 등의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초국경 규제가 실제로 이뤄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본사 소재지가 불분명하거나 조세회피처에 기반한 거래소는 법인, 서버, 임직원, 이용자가 서로 다른 국가에 흩어져 있어 특정 국가 금융당국이 직접 자료제출이나 현장검사를 강제하기 어렵습니다. 국제기구가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공통 기준을 제시하더라도 직접 처벌권은 없고 실제 집행은 각국 정부의 의지와 관할권에 달려 있습니다. 개리 드왈 전 캐튼머친로젠먼 변호사는 <디지털애셋>에 “RAVE 사태는 글로벌 거래소 상장 심사와 시장감시 체계가 소수 지갑의 물량 집중과 이상거래 가능성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며 “초국경 규제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최소한 주요 거래소들이 유통량 집중도, 내부자 지갑, 마켓메이커 거래를 상장 전후로 검증하고 이상거래 발생 시 즉각 공개하는 공통 기준을 마련해야 제2의 RAVE 사태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박상혁 기자 seminomad@digitalasset.works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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