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백겸 기자] 새로운 수장 박윤영 대표를 맞이한 KT가 '토탈영업 태스크포스(TF)' 해체키로 했으나 노동자들은 사 측이 보여주기식 수습을 하기보다는 사과부터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토탈영업TF는 김영섭 전 대표 때 단행된 대규모 구조조정 정책입니다. 사 측은 구조조정을 거부한 직원들을 TF에 모아놓고 실적 압박을 가하는 한편 인간적 모멸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결국 TF로 내몰린 3명은 극단적 선택을 했고, 2명은 심질환으로 인해 돌연사했습니다. 토탈영업TF 해체로 구조조정은 무효화됐지만, 노동자들은 사 측의 공식적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소통을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20일 토탈영업TF에 소속됐던 KT 새노조(제2노조) 조합원 이모씨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직원들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통을 많이 받았는데, 이분들에 대한 회사 차원의 공식적인 사과나 이런 게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토탈영업TF는 김영섭 전 대표 시절인 지난 2024년 10월 KT 직원 57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구조조정 과정에서 탄생했습니다. 명예퇴직, 자회사 전출을 거부한 노동자 2300여명을 모아 새로운 부서를 만든 겁니다. 당시 구조조정 대상은 대부분 선로 통신시설 관리 기술자들이었는데, KT는 5700명 중 4800명을 선로 관리 업무를 맡는 자회사를 만들어 전출시키려고 했던 겁니다. 그러나 자회사로 갈 경우, 노동환경이 열악해질 것을 우려한 노동자들은 자회사행을 거부, 자회사 전출은 1700여명에 그쳤습니다.
KT는 구조조정을 거부한 이들을 토탈영업TF로 배치했습니다. 노조는 토탈영업TF가 본래 기술 업무를 하던 직원들에게 휴대폰·인터넷 등을 판매하는 영업 업무를 맡기고, 실적 압박을 가했다고 주장합니다. 구조조정 과정 당시 안창용 부사장(엔터프라이즈 부문장)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토탈영업TF에 배치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굉장히 모멸감과 자괴감이 있을 것"이라고 협박성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이씨는 당시 토탈영업TF 상황에 대해 "영업 목표가 개인별로 2억~3억원씩 주어졌다"며 "애초에 영업 기반이 없는 사람들 보고 영업하라고 하면 맨땅에 헤딩하라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토탈영업TF로 배치된 김모씨도 "밖에 돌아다니면서 전단지 돌리고 지인들한테 전화 돌리고 그런 식으로 영업을 했다"며 "모텔 같은 데 찾아가서 인터넷TV 전단지를 돌리고, 식당도 찾아다니면서 테이블오더 홍보하고 그런 식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기술 업무만 하던 직원들이 영업 실적 압박을 받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노동자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1월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토탈영업TF 소속 40대 노동자 정모씨는 유서를 통해 "말도 안 되는 교육을 받으면서 자괴감이 든다"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유족은 정씨에 대한 산업재해를 신청했으나, 올해 1월 산재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KT의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지난해에만 토탈영업TF 직원 3명, 자회사 전출 직원 2명이 사망했습니다. 이 가운데 3명은 극단적 선택, 2명은 심질환으로 인한 돌연사였습니다. 지난 2024년 명예퇴직한 60대 직원의 돌연사까지 합하면 KT 구조조정 이후 모두 6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실제로 정책연구소 이음이 지난해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KT 영업직군 노동자 302명을 대상으로 긴급정신건강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토탈영업 TF 노동자의 64.8%는 우울증 위험군에 속했던 것으로 나타난 바 있습니다.
김씨는 "다들 마음 한편으로는 매일매일 실적에 대한 압박감을 갖고 출근을 했다"며 "저도 처음에는 거의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다가 반년 넘게 지나서야 나아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씨는 "남은 직원뿐만 아니라 돌아가신 분들도 있다. 이분들은 산재 인정이 안 됐지만, 회사가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KT새노조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KT는 잘못된 구조조정에 대한 공식 사과와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며 "피해자와 유가족, 그리고 오랜 기간 사실상 정신적 산재를 겪은 현장 구성원들에게 회사 차원의 사과와 실질적 회복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사과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에 대해 KT 관계자는 "그분들의 목소리가 전체의 의견은 아니다. 실제로 의욕적으로 새로운 직무에 적응하는 분도 있었다"면서 "노동자들이 '본인들이 원하지 않는 토탈영업TF 배치를 받았고 영업 압박에 시달렸다'라고 한다면 그곳에 있었던 전부가 그렇게 보일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동자들은 재발 방지를 위한 노사 소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씨는 "이번 구조조정은 제1노조와 합의하긴 했지만, 직원들과 구체적 소통이 없이 일방적으로 회사가 진행했다"며 "제2노조를 비롯한 직원들과의 소통을 정상화하는 게 신임 대표의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김백겸 기자 kb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