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오세훈 서울시장이 피고인의 핵심 방어권인 증인신문을 포기했습니다. 6·3 지방선거 기간 법정 공방이 생중계되듯 알려지는 것을 막고 재판 일정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받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 부장판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오 시장과 그의 최측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스폰서로 지목된 사업가 김한정씨에 대한 공판기일을 열었습니다.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강 전 부시장을 통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비용 3300만원을 김씨로 하여금 대납하게 한 혐의를 받습니다.
이날 서명원 PNR 대표 등 4명에 대한 증인신문은 취소됐습니다. 오 시장 등 피고인들이 서 대표 등에 대한 검찰 진술 조서를 증거로 사용하는 데 부동의하면서 증인신문이 열릴 예정이었는데, 전날인 14일 돌연 ‘증거 사용에 동의한다’고 의견을 바꿨기 때문입니다. 오 시장 측은 나머지 증인 10명의 검찰 조서에 대해서도 모두 증거로 인정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예정됐던 증인 14명에 대한 신문은 열리지 않게 됐습니다. 남은 절차는 증거조사와 피고인 신문뿐입니다. 재판부는 오는 22일 증거조사를 진행한 뒤 선거가 끝나고 피고인 신문을 진행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오는 9회 지방선거 기간 오 시장 재판이 열리지 않습니다. 오 시장 측은 이날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지상욱 전 여의도연구원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하려다가 5월에 공판이 열릴 수 있다는 재판부 언급에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본래 증인신문은 피고인의 핵심 방어권 중 하나입니다. 검찰 진술 조서는 공소사실에 부합하게 쓰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에 피고인 측은 조서 내용을 부인하고 증인을 법정에 세워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한편 허점을 찾아내는 전략을 씁니다. 하지만 오 시장 측은 방어권을 행사하는 대신 빠른 진행을 택한 겁니다.
이는 선거를 앞두고 사법 리스크가 커지는 데 부담을 느낀 결정으로 보입니다. 오 시장 측은 그간 재판 과정 내내 이 재판이 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며 빠른 선고를 요청했습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직접 발언에 나서 “법정에서 나오는 증언 한마디 한마디가 선거 국면에서 증폭돼 활용된다”며 “선거 전 선고가 내려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특검법상 6개월 내 1심 선고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거가 임박하기 전 명태균씨 등 핵심 증인신문을 마친 것만으로 오 시장을 배려했단 겁니다. 이에 오 시장 측은 선거 기간 재판을 일시 중지하는 것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오 시장 측은 이날 재판 일정을 줄이려고 하다가 재판부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재판부가 이날 오후 증거조사를 제안하자 오 시장은 “오후 2시 선거 일정이 있다”고 난색을 표했습니다. 그러자 재판부는 “(증거조사를) 다음주에 해야겠다”며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고…”라고 다소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오 시장이 “(재판이) 일찍 끝날 걸로 예상했다”고 해명하자 재판부는 “왜 마음대로 생각하느냐. 증거 인부 의견도 어제서야 내서 저도 뒤늦게 겨우 봤다”며 “쉽게, 본인이 생각하는 대로, 원하는 대로 될 거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가 오는 22일 증거조사 기일을 잡는 과정에서도 오 시장 측은 “(이날 2시 선거 일정을 끝내고) 오후 4시 재판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그렇게까지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