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대구가 계속 국민의힘을 뽑아 줬는데 애프터 서비스가 와이라노."
동대구역에서 만난 60대 택시 기사 박모씨(남, 달서구 거주)의 하소연입니다. 그는 "국민의힘은 대구에 아무나 꽂으면 뽑아 줄 거라 생각한다"며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이제는 정신을 차릴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대구의 관문인 동대구역 광장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대구는 보수 진영의 대통령을 다수 배출했고, 보수 정당의 큰 정치적 기반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젠 '보수의 심장'이라는 상징이 무색하게 국민의힘을 향한 실망감이 뿌리 깊게 자리했습니다.
대구의 관문인 동대구역 앞 광장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이 세워져 있다. (사진=김성은 기자)
"김부겸, 대구에 올인할 사람"…국힘에 등 돌린 시민들
정치권은 6·3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로 부상한 대구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성지를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란 관측 때문입니다.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된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지난 9일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 행보에 돌입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오는 17일 6명의 예비후보 중 최종 경선을 치를 2인을 선출할 예정입니다.
두 번에 걸친 대통령 탄핵과 이번 대구시장 공천 파동으로 국민의힘에 대한 대구 시민들의 피로감과 절망감은 상당합니다. 대구 북구의 한 대형마트 앞에서 만난 60대 여성 이모씨(북구, 전업주부)는 "민주당 그런 거 상관없이 (지방선거에서) 김부겸을 찍을 것"이라며 "야무지게 잘할 것 같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 전에는 박근혜, 윤석열 다 찍었는데 실망했다"며 "주변 사람들이 욕하든가 말든가 김부겸을 선택하겠다"고 했습니다.
대구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을 택하겠다는 여론은 보수 자중지란의 반대급부와 김부겸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의 인물 경쟁력에 기인합니다.
주요 보수 지지층으로 꼽히는 한 30대 남성 강모씨(수성구, 프리랜서)도 김 후보에 한 표를 행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제발 당파 싸움을 그만하고 전 대구시장처럼 대통령 할 거라고 서울로 올라가지 않는, 대구에 올인할 수 있는 인물이 당선되길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는 김 후보가 2016년 총선에서 당선된 곳이자 대구 유일 민주당 계열 후보가 승리했던 '수성갑' 지역 구민입니다. 이 남성은 "어릴 때 김 후보가 동네에 열심히 인사 다니는 모습을 본 적 있다. 당시 어른들이 민주당을 떼고 무소속으로 나오면 찍어주겠다고 할 정도였다"며 "김 후보라면 당과 무관하게 대구만 볼 것 같은 사람"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미워도 다시 한번…싸울 사람 필요해"
반면 보수의 심장을 지켜야 한다는 아스팔트 지지층도 굳건했습니다. 스스로를 '보수 꼴통'이라고 소개한 70대 남성 장모씨(퇴직, 동구)는 "우리는 여러 대통령을 배출해 왔고, 보수당의 기틀을 만들었다"며 "대구가 '보수 종가'라는 자존심이 있지, 잠시 상황이 안 좋다고 줏대 없는 짓을 하고 싶진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재명정권하에서 누가 와도 대구는 정부 지원을 받기 힘들다. 민주당 후보가 당선돼도 막상 선거가 끝나면 대구는 다시 홀대받을 것"이라며 "진작에 대구를 살리려고 했으면, 정부와 여당이 대구 신공항과 대구·경북 통합을 적극 지원해야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신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20대 여성 김모씨(중구, 회사원)는 "국민의힘은 대구가 텃밭이라고 너무 편하게만 여긴다"면서도 "지선에선 국민의힘을 찍겠다.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고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들은 이재명정권에 맞서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물을 원했습니다. 보수 진영 대구시장 후보 선호도를 묻는 말에 한 50대 여성 백모씨(수성구, 자영업)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무소속으로 나오면 뽑겠다"며 "지금은 싸울 줄 알고 제대로 투쟁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대구시장에 출마한 현 의원들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도 쏟아냈습니다. 이 여성은 "대구 국회의원들은 모두 '온실 속 화초', '살찐 돼지들'"이라며 "공천만 받으면 다 되니, 대구시장으로 4년간 또 누리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출마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대구 시민들이 차기 시장에게 가장 원하는 바는 "잘 살게 해달라"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정치 도시'로만 소비됐던 점을 타파하고, 정체된 대구 경제를 살릴 리더십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모씨는 "살고 있는 동네가 발전하고, 젊은 사람들이 붐비는 도시가 됐으면 한다"며 "못사는 사람들도 좀 도와줬으면 하는데, 전 대구시장은 그런 걸 너무 안 돌봤다"고 말했습니다. 강모씨도 "현재 대구 제조업이 최악"이라며 "경제가 살아날 수 있게 정부 차원에서 신경을 써주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대구 최대 번화가인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건물 앞으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김성은 기자)
대구=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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