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주현 기자] 한국배터리산업협회가 경영전략실의 비위 정황과 대기발령자 속출로 홍역을 겪고 있습니다. 경영전략실은 지난해 9월부터 법인카드 사적 사용, 허위 출장 등 의혹이 제기됐고, 협회 눈밖에 나 4명이나 대기발령을 당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겁니다. 이에 협회 안팎에선 감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르지만, 감사는 미적지근한 상태입니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포스코퓨처엠,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 SDI 등 배터리 관련 기업 250여곳을 회원사로 둔 단체로 2011년 만들어졌습니다. 협회장은 배터리 관련 기업 대표이사가 돌아가며 맡고, 부회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출신 관료들이 임명됐습니다.
2025년 5월7일 독일 뮌헨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코엑스와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코트라가 '인터배터리 유럽 2025' 전시회를 공동으로 주최했다. (사진=뉴시스)
그런데 10일 <뉴스토마토>가 확보한 협회의 '경영전략실 비위 행위 정황' 문건엔 경영전략실 관계자들의 법인카드 사적 사용, 근태기록 조작, 수당 부당 수령 의혹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문건엔 그룹웨어 개편 과정에서의 자료 삭제 또는 접근 제한 우려, 특정 인원 비호 정황, 내부 사찰 정황 등도 함께 적혔습니다. 해당 문건은 협회 직원들의 전언을 종합해 작성된 걸로 추정됩니다.
특히 경영전략실 소속 직원 일부는 사적 용도로 쓰기 위해 유료 사이트를 통해 파워포인트(PPT) 탬플릿 자료를 구매한 걸로 파악됐습니다. 출장을 허위로 기재하는 수법으로 법인카드를 쓰고 출장비를 수령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이에 대해 협회 노조 관계자는 "기재된 출장지에 당시 방문 여부를 확인했는데, 해당 직원이 간 적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출장 신청 뒤 법인카드 사용과 출장비 수령 내역도 의심된다"고 했습니다.
대기발령도 잇따랐습니다. 우선 A씨는 경영전략실 비위 정황을 윗선에 보고했다가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B씨는 협회의 문제를 언론사에 제보했다고 지목돼 대기발령을 받았다고 호소합니다. 그는 "지난해 12월 박태성 협회 상임부회장 노조 갑질 의혹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다. 그런데 내가 언론에 사건 제보한 사람으로 의심받아 대기발령을 받은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대기발령 조치된 직원들은 회사의 인트라넷 시스템에 접속할 수 없고, 임금도 기존의 70%만 받는 상태입니다. 다만 협회 측은 잇따른 대기발령에 대해 "법무법인 의견에 따라 경찰에 당사자들을 형사 고소한 뒤 취해진 인사 조치"라고 했습니다.
2026년 3월3일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2026 인터배터리 어워즈에서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경영전략실의 비위 정황이 제기됐음에도 이를 확인하고 조치할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한 직원은 "경영전략실은 상무이사와 부회장 휘하의 별도 부서로, 협회 내 사무국 회계와 감사 관련 업무 등을 맡고 있다"며 "이 때문에 자기들에 대한 의혹을 제대로 조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경영전략실 비위 정황이 제기됐음에도 제대로 감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협회에 입장과 반론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협회 측은 "경영전략실 관련 의혹에 대해 외부 법무법인을 통한 내부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현재 수사기관 조사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상세한 설명이 어렵다"라고 했습니다.
더구나 '산업통상부장관 소관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칙'에 따라 협회에 대해 특별·종합 감사를 할 수 있는 산업부 역시 강 건너 불 보듯 합니다. 실제로 협회는 지난해 박 부회장에 관해 진행된 산업부 특별감사 당시에도 경영전략실 문제를 함께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산업부는 이를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이에 관해 산업부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부처 감사 범위 밖 사안을 건드리면 권한 남용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감사는 미리 계획한 범위 안에서만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취재팀이 '산업부도 협회 경영전략실의 비위 정황을 인지하고 있었느냐'라고 묻자 이 관계자는 "그건 말씀을 드리지 못한다"라고 했습니다.
정주현 기자 give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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