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국내 대표 가전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1분기 실적에서 전분기 대비 긍정적인 성적표를 받아내며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중동 전쟁과 미국 관세정책 등 대외 정세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낸 성적인 만큼 의미 있는 결과라는 평가입니다. 다만 전쟁 장기화 우려에 호르무즈 해협 ‘통행세’ 논의까지 나오면서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2분기부터 전쟁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지난 3일 시민들이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가전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근 잠정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가전 분야에서도 소폭 반등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를 낸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사업부는 올해 1분기 약 1000억~2000억원대 흑자를 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같은 기간 LG전자는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S사업본부가 7000억~8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체 영업이익(1조6736억원)의 절반 가까이를 담당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는 양사가 중국 기업의 추격, 미국 관세 등 불확실한 대외 환경 속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기능을 강화한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차별화를 꾀했고,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 라인업 확대와 함께 원가 구조 혁신을 통해 원자재 가격 부담을 낮추는 데 주력했습니다.
다만 2분기 전망에 대해서는 우려가 남아 있습니다. 최근 중동 전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지만 1분기 실적에는 이 영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교수는 “1분기는 1~3월 실적이 반영되는 건데 중동 전쟁이 이슈화된 건 2월 말엽”이라며 “이란 사태가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쳤고, 대외 변수가 어느 정도로 실적에 반영됐는지를 보려면 2분기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중동 전쟁이 2분기까지 장기화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과 이란이 휴전을 논의하고 있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제거를 목표로 레바논 공격에 나서면서 불확실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물류비 증가와 원자재 수급 불안 역시 계속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지난 6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제임스 S. 브래디 기자회견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휴전이 성사되더라도 물류비 부담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가 휴전 조건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각)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호르무즈 해협 통행량 증가를 도울 것”이라며 “수많은 긍정적 조치가 취해질 것이고 큰돈을 벌 것(Big money will be made)”이라고 했습니다.
통행료가 현실화할 경우 해상 운송 비용 전반이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국제유가 상승과 전쟁 위험 보험료 확대 등이 겹치면 컨테이너 운임 역시 연쇄적으로 오를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에 대형 가전제품 운송에서 해상 운임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업체의 물류비 부담도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당장 2분기부터 매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업계도 신중한 분위기입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1분기 실적이 전분기보다 개선됐다고 해서 축포를 터뜨리긴 이르다”며 “전쟁이 장기화하면 단순한 지역 문제가 아니라, 소비심리 위축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2분기가 걱정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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