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최근 촉법소년의 디지털 성범죄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가해자의 90% 이상이 남성 청소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춘다고 해도, 실제로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방식보다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과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합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차 청소년정책 포럼 '촉법소년 제도 현황과 연령 논의의 주요 쟁점'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월31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접수된 촉법소년 중 남성 청소년 비율은 75~80% 수준으로 집계됐습니다. 연도별로는 △2021년 80.0%(9983건) △2022년 78.4%(1만3181건) △2023년 75.7%(1만5349건) △2024년 78.1%(1만6742건) △2025년 77.0%(1만7352건)이었습니다. 접수된 범죄 유형의 절반 가까이(45.8%)는 절도였습니다.
증가세가 뚜렷한 범죄가 있습니다. 바로 불법 촬영이나 허위 영상물 제작·유포 등을 처벌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입니다.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접수된 건수는 2021년 750건에서 2024년 1065건으로 42.0% 증가했습니다. 해당 범죄로 접수된 가해자 역시 90% 이상이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촉법소년은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14세 미만 청소년을 말합니다. 14세~18세는 범죄소년으로 분류돼, 범죄의 경중에 따라 전과 기록이 남는 형사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상한 연령이 13세 미만으로 낮아진다면, 지금까지 소년재판을 받던 13세 청소년도 일반 법정을 서서 징역형과 같은 형사처분을 받을 길이 열리는 겁니다.
“연령 하향해도 처벌 효과는 제한적”
최근 소년범죄 증가나 저연령화, 성범죄 증가 등을 근거로 한 촉법소년 연령 하향 주장이 거셉니다. 하지만 청소년들 사이에서 급증하는 디지털 성범죄와 같은 신종범죄는 처벌 연령을 낮추는 방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13세 소년에 대해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은 낮기 때문입니다.
전민경 온율 변호사는 “실제 형사소송에서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엄벌하고 있지 않다”며 “연령을 낮춰 형사처벌이 가능해지더라도 초범·미성년자라는 점이 고려돼 처벌 수위는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소년범죄 처벌 실태 분석 및 처분·양형기준 도입방안 연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제1심 소년형사재판에서 집행유예 비율은 47.7%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벌보다 예방”…교육·환경 개입 필요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보다 예방 중심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승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3일 국회 ‘촉법소년 연령 하향, 진정한 대안인가’ 토론회에서 “촉법소년 상당수가 가정 내 보호 부재나 학대 경험 등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다”며 “처벌보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대한 개입과 제한, 교육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소년범 관련 통계 시스템 역시 보다 체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전문가들은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의 증가 배경으로 디지털 환경을 지목합니다. 유포와 재생산이 쉬운 구조 속에서 범죄에 대한 인식이 낮아, 청소년들이 이를 ‘심각한 범죄’로 받아들이지 못한 채 가담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입니다.
20년간 성폭력 가해 청소년의 재발 방지 교육을 지원해 온 이현숙 탁틴내일 상임대표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청소년들에게 디지털 성범죄는 ‘범죄’가 아니라 일상적인 ‘놀이문화’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수업으로 인터넷 이용 시간이 늘면서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화됐고, 그 결과 피해와 가해가 모두 증가하는 추세”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시가 2021년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상담사례 분석’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가해 청소년의 96%가 자신의 행위를 범죄로 인식하지 못한 채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반면 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처벌과 교화를 이분법적으로 나눌 것이 아니라 병행해야 한다”며 “피해자의 고통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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