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시중은행이 대출금리 적정성 점검을 주문한 금융당국을 비웃듯 가산금리를 잇따라 높이며 마진율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분야에서 이런 분위기가 도드라지는데요. 기준금리 동결 상태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은행들이 재량으로 가산금리를 인상하면서 대출 차주의 부담이 커지는 양상입니다. 전문가들은 공시 강화 등을 통해 가산금리를 제어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5대 은행 가산금리 줄줄이 우상향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최근 3개월간 주택담보대출(분할상환 방식) 평균 가산금리 추이를 보면 시중은행들의 금리 인상 흐름이 수치로 확인됩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산금리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반적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곳은 KB국민은행입니다.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는 지난해 11월 3.25%에서 12월 3.29%로 소폭 상승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3.46%로 한 달 만에 0.17%p 뛰었습니다. 3개월 사이 총 0.21%p가 오른 셈입니다.
NH농협은행 역시 높은 수준의 가산금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농협은행의 가산금리는 지난해 11월 3.56%에서 12월 3.59%, 올해 1월 3.61%로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3.00%에서 3.06%로 올랐습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12월에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 1월 들어 각각 2.84%, 2.29%로 다시 상승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일부 은행의 일시적인 조정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 전반의 가산금리가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시중은행 "금리 구조 통해 수익성 방어할 수밖에"
통상 연초는 은행들이 새로운 경영 목표를 수립하고 대출 영업을 확대하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명분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는 동시에 수익성 방어에 나서는 이중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대출 공급은 조이면서 금리 구조를 통해 수익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작동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대출금리는 기준이 되는 지표금리에 은행이 덧붙이는 가산금리를 더하고 여기에 우대금리를 차감해 결정됩니다. 코픽스(COFIX)나 금융채 금리 같은 지표금리는 시장 상황에 따라 비교적 투명하게 형성됩니다. 반면 가산금리는 은행 내부 기준에 따라 산정되는 구조입니다.
가산금리에는 인건비와 전산비 등 업무 원가와 차주의 신용도에 따른 위험 프리미엄, 그리고 은행이 설정한 목표 이익률 등이 반영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산정 과정은 외부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금리가 왜 오르는지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 금리 산정 체계를 점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금감원은 지난 9일 '2026년 은행 부문 검사 계획'에서 대출금리 산정과 중도상환수수료 수취의 적정성 여부를 점검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은행의 금리 산정 체계를 들여다보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 셈입니다.
그럼에도 은행의 금리 운용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실제로 은행 수익의 원천인 예대금리(예금금리-대출금리)차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 가계대출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11월 1.35%p에서 올해 1월 1.50%p로 확대됐습니다. 세 달 사이 0.15%p가 더 벌어졌습니다.
은행들은 대출 총량 규제로 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금리를 통해 수익성을 관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가 강하게 작동하는 상황에서는 은행들이 대출을 크게 확대하기 어렵다"면서 "대출 규모를 늘리기 어렵다면 금리 구조를 통해 수익성을 방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가산금리 깜깜이 산정 기준 공개 필요"
전문가들은 가산금리 결정 과정이 은행 내부 판단에 크게 의존하는 만큼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다 명확한 기준과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얘기합니다. 또 당국이 금리 자체를 직접 통제하기보다는 금리 산정 구조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합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2026년 초 기준금리 동결 속 시장금리 상승과 맞물려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리며 대출 수요를 자율 조절하고 있는데, 이는 은행 수익성 방어에도 기여하나 소비자 입장에선 이자 부담이 커져 주택 시장 냉각 효과를 높일 전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가산금리 산정 과정의 불투명성을 해소하기 위해 은행들은 리스크 프리미엄·운영비용 등의 산정 기준과 가중치를 공개해야 하며, 금융당국은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와 정기 감사, 소비자 비교 공시 플랫폼 의무화를 통해 신뢰를 확보할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연초부터 주요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의 핵심 구성 요소인 가산금리를 잇따라 올려 금융소비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창구.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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