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걱정스러운 전세난
2026-02-27 06:00:00 2026-02-27 06:00:00
이재명 대통령의 SNS를 통한 다주택자 압박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양도소득세 중과 부활을 앞두고 강남 3구를 비롯해 서울 전 지역에서 매물이 늘어나고 있고, 아파트 가격 상승세도 둔화했다. 일부 단지에선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 조정 눈치싸움이 벌어지는 등 시장은 숨죽인 모습이다.
 
반면 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5주 연속 상승 중이다. 매매는 식고, 전세는 오르는 전형적인 '공급 부족' 현상이다. 실제 서울 시내 수천 가구 대단지에도 전세 물건은 한 자릿수 수준으로, 바짝 말라붙었다. 
 
문제는 매물 숫자가 아니라 구조다. 다주택자가 집을 팔면 매물이 늘고, 무주택자가 그 집을 사면 전세 수요가 줄어든다는 논리는 단순하다. 현실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매도 과정에서 세입자는 먼저 이사할 집을 찾는다. 집을 비워둔 채 매도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 '시차'가 전세 수요를 일시적으로 증폭시킨다. 거래가 증가해도 전세 물량이 곧바로 늘지 않는 이유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입주 절벽이다. 지난해 4만6000가구였던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4100가구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도 1만가구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몇 년간 이어진 경기 침체, 공사비 급등, 프로젝트파이낸싱 위축이 착공 감소로 이어졌고, 그 후폭풍이 전·월세 시장을 덮친 셈이다.
 
실제 전세 물건은 1년 전보다 약 30% 줄었다. 경기도는 감소 폭이 50%에 가깝다.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비율은 여전히 높아 기존 세입자들이 눌러앉고, 신규 전세 물건은 좀처럼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 전세대출 문턱은 높아졌고,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로 '전세를 끼고 사는' 거래도 사실상 막혔다. 갭투자를 억제하겠다는 취지는 분명하지만, 그 부작용은 세입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 역시 전세시장에는 부담이다. '똘똘한 한 채'가 집중된 지역에서는 집주인이 직접 입주하면서 전세 물량이 더 줄어든다. 매매 시장의 양극화가 전세시장에서도 반복된다.
 
이는 주거 사다리의 하단부를 더 취약하게 만든다. 빌라와 오피스텔 시장은 2022년 전세사기 사태 이후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 비아파트 임대사업자 대출까지 조이면 서민 주거의 완충 지대가 더 얇아질 수 있다. 1~2인 가구가 전체의 65%를 넘는 현실에서 아파트만으로 주거 안정을 해결하겠다는 접근은 한계가 분명하다.
 
전세시장은 매매 시장과 분리돼 존재하지 않는다. 거래가 살아야 물건이 돌고, 공급이 늘어야 가격 압박이 완화된다. 전세를 '관리 대상'으로만 보는 접근에서 벗어나, 순환 구조를 복원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민간 정비사업 정상화, 비아파트 시장의 신뢰 회복, 전세대출 규제의 미세 조정 등 다층적 대응이 병행돼야 한다.
 
정책은 낙관이 아니라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설계해야 한다. 입주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거래까지 위축되면, 전세난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상수가 된다. 전세난이 구조화되면 그 고통은 고스란히 무주택 세입자에게 돌아간다. 가격을 누르는 정책이 시장의 숨통까지 조이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야 할 때다.
 
강영관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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