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차철우 기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강경 보수' 노선에 확실한 추진력이 더해졌습니다.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개헌 발의선까지 확보하는 '대승'을 거두면서인데요. 당장 전쟁 가능 국가로의 복귀를 추진하는 '평화헌법' 개정을 예고하면서 중·일 갈등의 골이 한층 더 깊어질 전망입니다. 여기에 다카이치 총리의 '우경화'가 자칫 과거사는 물론 독도 문제까지 건드릴 경우 한·일 관계에도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월13일(현지시간) 나라현 회담장에서 한일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평화헌법 개정 '수순'…한국에도 부담
9일 <교도통신> 등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민영방송과 인터뷰에서 "각 당이 개헌안을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 안을 확실히 헌법심사회에서 심의할 수 있게 된다면 감사할 것"이라며 "자민당의 당론"이라고 밝혔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그간 자민당과 함께 '자위대'가 실질적 군대의 기능을 헌법에 명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바 있습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태평양전쟁) 패배 후 헌법 제9조에 무력행사를 포기하고,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 '평화헌법'을 유지해 왔습니다. 때문에 자위대는 '방어 기능'만 수행했는데요. 일본 내 강경 보수 세력은 평화헌법 개정을 통해 '전쟁 가능 국가'로의 전환을 꾀하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다카이치 총리는 핵무기 보유·제조·반입을 금지한 '비핵 3원칙' 재검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강한 일본'의 재건을 목표로 하고 있는 다카이치 총리가 '살상 무기' 수출 제한 해제, 국가정보국 창설 등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총리가 국회에서 "중국이 군함으로 대만을 침공하면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로 간주될 것"이라고 말한 뒤 깊어진 중·일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미·일의 연대 강화는 한국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중 견제의 선봉장에 있는 미국과 일본이 한국에도 대중 견제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독도부터 신사 참배까지…매달 '변수'
한·일 관계도 곳곳이 변수입니다. 당장 2주 뒤인 오는 22일 '다케시마의 날'(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 행사가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다케시마의 날 정부 참석자를 각료(장관)급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만약 다카이치 총리가 정부 참석자를 장관급으로 격상할 경우 한·일 관계는 중대 기로에 서게 됩니다.
일본이 지난 2005년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한 이래 한국과 일본의 교류가 중단되는 등 극심한 갈등을 겪어왔습니다. 결국 경제 협력의 추진과 과거사 문제의 해결을 분리하는 이재명정부의 '투트랙 외교'도 중대 분수령을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셈입니다. 다만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가 '셔틀 외교'의 지속을 약속한 상황에서 독도 문제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오는 3월 말에는 일본의 교과서 검정 결과가 발표됩니다. 일본은 지난해 3월 검정 결과에서는 고등학교 역사 및 사회 교과서에서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징용의 강제성을 희석시켰습니다. 4월에는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춘계 예대제가 예정돼 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바 있는데요.
그는 지난 2024년 총재 선거 당시 "야스쿠니신사는 내가 매우 소중하게 생각해온 장소"라며 "국책에 따라 숨진 이들에게 계속 경의를 표하고 싶다"며 참배 의사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직접 참석하지 않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는 한·일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인식은 유지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양 교수는 "(선거 압승으로) 그동안 한·일 관계를 의식해 자제해 왔던 제동 장치가 상당 부분 사라진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교과서 문제나 야스쿠니 신사, 독도 등 역사·영토 현안에서 일본이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강경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이 정도 의석이면 한·일 관계와 중·일 관계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라며 "우경화된 정책, 굉장히 보수화된 정책들이 자민당 단독으로 처리될 수 있다. 브레이크 자체가 사라졌다"고 내다봤습니다.
우리 정부는 일본과의 '셔틀 외교'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다카이치 총리에게 축하의 뜻을 전하며, 한·일 관계의 연속성과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양국 정상은 지난 1월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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