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봉권 이어 코인까지…구멍 뚫린 '압수물' 관리
수백억원 상당 '비트코인' 분실…6개월 만에 인지
4개월 만에 인지한 '관봉권 띠지 분실' 사고 판박이
광주지검 "압수한 비트코인 대한 '피싱 피해' 발생"
전문가 "가상자산 강제집행시 절차 훈령·규칙 마련"
2026-01-26 16:46:40 2026-01-26 16:46:40
[뉴스토마토 강예슬·유근윤 기자] 검찰의 압수물 관리에 또 구멍이 뚫렸습니다.
 
검찰이 압수한 수백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보관하던 중 분실하고도 사건 발생 6개월이 지나서야 이를 인지한 겁니다. 분실된 가상자산은 비트코인으로, 현재 시세로 환산하면 400억원이 넘는 규모로 추정됩니다. 지난해 8월 발생한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에 이어 이번엔 가상자산까지 행방을 알 수 없게 됐습니다. 특히 가상자산은 주로 범죄수익 은닉 용도로 활용돼, 검찰은 따끔한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문 앞 검찰 마크가 보인다. (사진=뉴시스)
 
26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지검은 지난해 12월 압수한 금융 자산에 대해 정기 점검을 하던 중 비트코인 분실 사실을 인지했습니다. 분실된 비트코인은 최대 320여개로 추정되며, 현재 시세(26일 오후 3시30분 기준)인 개당 1억2872만원을 적용하면 그 가치는 410억원을 상회합니다.
 
검찰은 해당 비트코인을 '콜드월렛(Cold Wallet)'에 보관해 왔으나, 관리 과정에서 피싱 피해를 입은 걸로 알려졌습니다. 콜드월렛은 암호키를 USB 등 오프라인 장치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인터넷에 연결된 '핫월렛(Hot Wallet)'보다 해킹이나 피싱에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이번 비트코인 분실의 핵심은 누가, 왜 콜드월렛을 컴퓨터에 연결, 피싱 사이트에 접속했느냐는 점입니다. 이에 대해 광주지검 관계자는 "확인해 드릴 수 있는 건 압수된 비트코인에 대해서 피싱 피해가 있었다는 점"이라며 "수사 절차를 진행하면서 신속히 분실한 비트코인을 회수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복되는 압수물 사고… "선관주의 의무 저버려"
 
문제는 검찰의 압수물 관리 부실로 인한 분실 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검찰을 뒤흔든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과 판박이입니다. 검찰이 압수물 분실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다는 점도 동일합니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8월 언론 보도로 처음 알려졌습니다. 서울남부지검이 2024년 12월17일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확보한 관봉권 5000만원의 띠지를 잃어버린 것입니다. 검찰은 이 사실을 4개월이 지난 뒤인 2025년 4월 인지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남부지검은 "경력이 짧은 직원이 현금만 보관하면 되는 줄 알고 실수로 버렸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이 관봉권 띠지를 의도적으로 폐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계속됐습니다. 결국 관봉권특검까지 출범,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중입니다. 
 
진현수 디센트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이번 가상자산 사고는 관봉권 띠지 분실과 비슷한 사안처럼 보인다"며 "검찰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압수물에 대해 상실 또는 파손 등의 방지를 위해 상당한 조치를 해야 함에도, '선량하고 성실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선관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 강남점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강제집행한 가상자산에 대한 표준관리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가상자산을 활용한 범죄수익 은닉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규모도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청 연구용역으로 작성된 '가상자산 압수·수색 및 표준관리모델 설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가상자산 범죄수익 보전액은 2021년 14억5000만원에서 2022년 1445억원으로 불과 1년 만에 약 9900% 폭증했습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스미싱 등 최근 사이버범죄가 접속만으로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만약 가상자산 지갑 등을 유해사이트에 부주의하게 접속했다면 그 자체로 중과실"이라며 "가상자산을 강제 집행하는 것과 관련해 내부 절차를 훈령이나 규칙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검찰은 형사소송법과 '검찰압수물규칙'을 근거로 압수물을 관리하는데, 해당 규칙만 가지고 가상자산에 대한 보관·관리하는 것은 충분치 않다는 겁니다. 
 
천희승 법무법인 린 변호사 역시 "디지털 자산 보관·관리 체계를 전반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면서 "보안성이 검증된 디지털 자산 전문 커스터디(수탁) 업체에 위탁 보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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