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김현철·유근윤 기자] '사단법인 한국근우회'(근우회)가 신천지와 정치권 가교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짙어지는 가운데, 22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 중앙위원회 부의장이었던 이모씨가 근우회 부회장직도 겸직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국민의힘 중앙위는 선거를 앞두고 각종 직능단체 사람들을 규합, 지지기반을 넓히는 조직입니다. 이미 2023년~2024년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권성동·송석준·조정훈 국민의힘 의원 등이 근우회 행사를 찾은 데 이어 국민의힘과 근우회의 연관성이 또 드러난 셈입니다.
2024년 9월10일 창립 97주년을 맞아 열린 한국근우회 행사에 이희자 회장과 함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 등이 서있다. (출처=왕호TV 유튜브 화면 갈무리)
22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이씨는 22대 총선을 앞둔 2023년 11월부터 1년가량 국민의힘 중앙위 부의장에 재직했습니다. 이 시기는 그가 근우회 부회장으로 재직한 때(2023년 11월~2024년 3월)와 겹칩니다.
이씨는 2018년 7회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서울 용산구에 출마해 당선했습니다. 이후 자유한국당 중앙당 부대변인, 서울시당 수석부위원장, 서울시당 여성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이후 2023년 11월부터는 국민의힘 중앙위 부의장을 맡았습니다. 중앙위는 국민의힘이 둔 여러 상설위원회 중 하나로, 선거를 앞두고 당 지지세를 확산하는 활동을 주로 합니다. 중앙위엔 의장과 수석부의장·부의장, 상임전국위원 등으로 구성되는데 의장과 부의장의 임기는 1년입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중앙위원회 부의장은 직함일뿐 실질적으로 업무를 하는 것은 없다. 이 조직은 결과적으로 직능사회단체 사람들을 모으는 곳"이라며 "직능단체별로 여론을 조성하는 일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씨가 부회장을 했던 한국근우회는 1927년 '여성 단결과 지위 향상'을 강령으로 세워진 근우회를 모태로 1982년 신설된 단체입니다. 남북통일을 목표로 탈북민 지원, 무궁화 묘목 보급 등 각종 봉사활동을 합니다. 하지만 최근 근우회는 신천지와 국민의힘 사이 가교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언론에 보도된 신천지를 탈퇴한 간부들 증언에 따르면, 근우회 회장인 이희자씨는 10여년 전 신천지에 입교했고, 현재 근우회 내부는 사실상 신천지 교인들이 중심이 돼 운영되고 있습니다. 근우회가 사실상 신천지의 위장조직이라는 주장입니다. 이 회장은 근우회 회장이라는 직함을 활용해 정치권 인사와 널리 교류해왔는데, 이것이 신천지와 정치권을 잇는 기반이 됐다고도 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씨가 국민의힘 중앙위 부의장과 근우회 부회장을 동시에 맡은 건 국민의힘과 신천지가 서로 긴밀하게 이어져 있었던 또 하나의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된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의 녹취록에도 근우회가 등장해 이목을 끕니다. 2020년 7월 코로나19 방역을 방해한 혐의로 구속영장 심사를 앞두고 있던 이 총회장은 신천지 소속 한 고위 간부와의 통화에서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자신의 조직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이 총회장은 통화에서 "이 지사가 저 혼자만 대권에 나오는 것 아니지 않느냐"며 "신천지가 손잡고 있는 사회단체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사회단체가 무엇인지 아느냐. 근우회라고 했지? 근우회가 전부 우리한테 다 들어와 있다"라고 말하며 근우회를 언급했습니다.
신천지가 근우회를 통해 정치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교유착 의혹도 이 시기부터 점점 커진 모양새입니다. 이희자 회장은 2022년 20대 대선에 즈음해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만희 총회장의 오찬을 주선했으며, 김무성 전 대표 휴대전화로 이 총회장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통화하도록 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이희자 회장은 그해 1월 윤석열 후보를 직접 만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씨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국민의힘과 근우회의 연관성을 부인했습니다. 그는 "예전에 (국민의힘) 여성위원회를 나갔었는데, 지인이 주최하는 모임에 가서 이희자 회장을 소개받았다"며 "(근우회가) 쌀 기부도 하고 좋은 일도 많이 해서 (부회장을) 했다. 나도 근우회를 통해 2000만원 상당을 기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막상 같이 활동해보니 제가 생각한 방향과 맞지 않아서 그만뒀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씨는 근우회 부회장직을 맡게 된 경위에 대해선 "이희자 회장이 단독으로 부회장 주면 주는 거고, 안 주면 안 주는 것"이라며 "근우회 운영위원회에 있는 분이 저를 추천했으니 그렇게 된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근우회 조직이 유서가 깊지 않으냐. 그래서 권위가 있고 조직도 엄청난 전국 조직이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조직이 너무 없었다"며 "신천지 사람들이 근우회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건 (부회장) 활동이 끝나고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한편, 이씨는 21대 대선 이후엔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민주당에 입당해 활동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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