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지난 5년간 양성평등채용목표제로 추가 합격한 공무원은 남성이 여성보다 2.5배 많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이 제도가 여성에게 더 유리하다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실제 추가 합격자는 남성이 훨씬 더 많은 겁니다.
2025년 지방공무원 9급 공·경채 필기시험이 치러지는 6월21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중·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으로 응시생들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22일 <뉴스토마토>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행정안전부·인사혁신처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양성평등채용목표제를 통해 추가 합격한 인원은 총 1869명입니다. 이 가운데 남성은 1343명(71.8%), 여성은 526명(28.1%)으로 집계됐습니다.
양성평등채용목표제란 국가직·지방직 공무원을 뽑을 때 특정 성별 합격자가 선발 예정 인원의 30%에 미달할 경우, '정원 외'로 해당 성별 응시자를 추가 합격시키는 제도입니다. 2003년 도입돼 당초 5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키로 했지만, 네 차례 연장된 끝에 2027년까지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적용 대상은 5·7·9급 국가직 공무원과 7·8·9급 지방직 공무원 선발시험 중 선발 인원이 5명 이상인 경우입니다. 단 교정·보호직렬은 제외됩니다.
추가 합격자 수만 놓고 보면 남성에게 혜택이 집중된 것처럼 보이지만, 급수와 직무별로 살펴보면 양상은 다릅니다. 남성 추가 합격자는 주로 지방직과 9급에 집중돼 있습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5년간 지방직 추가 합격자 1367명 가운데 남성은 1131명으로 82.7%를 차지했습니다. 같은 기간 9급 추가 합격자 1744명 중에서도 남성은 1208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지방직 9급의 경우 추가 합격자 1335명 중 1013명(75.9%)이 남성이었습니다.
반면 국가직이거나 급수가 높아질수록 여성 추가 합격자 비중은 높아졌습니다. 최근 5년간 국가직 추가 합격자 502명 가운데 여성은 290명으로 57.7%를 차지했습니다. 지방직 7급의 경우 추가 합격자 54명 중 여성은 39명으로 72.2%였으며, 국가직 7급과 5급을 합친 추가 합격자 93명 중에서는 여성이 76명으로 81.7%에 달했습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9급 공무원 시험은 행정직 비중이 높은데, 행정직은 여성 지원자와 합격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직렬"이라며 "이로 인해 9급에서 양성평등채용목표제를 적용한다면 남성 추가 합격자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5급과 7급은 행정직 비중이 9급만큼 높지 않고, 과학기술 직군 등에서는 여성의 추가 합격이 이뤄지는 구조"라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공무원 양성평등채용목표제가 채용 단계에서는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승진 과정에서의 성별 불균형 해소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장윤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무원 양성평등채용목표제는 채용 단계에서 성별 불균형을 완화하는 데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면서도 "승진 단계에서는 여전히 여성에게 불리한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고위직이나 주요 보직으로의 (여성) 진출이 쉽지 않은 현실을 함께 개선하지 않으면 성별 균형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역시 "시험을 통한 여성의 공직 진입은 일정 부분 이뤄지고 있지만, 고위직으로 갈수록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하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인사혁신처가 지난 9월 발간한 '2025 공공부문 균형인사 연차보고서'를 보면, 2024년 공무원 관리자(중앙부처의 고위공무원과 부처 본부 과장급, 지자체 5급 이상) 가운데 여성 비율은 33.4%에 불과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공무원 외 공공 직군으로도 양성평등채용목표제를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장 연구위원은 "이 제도는 공무원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경찰·소방 등 다른 공공 영역으로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사이버 성범죄 대응이나 응급구조처럼 직무가 다양해질수록 성별 다양성은 조직의 대응 역량과 직결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특정 성별이 다수를 차지하는 조직에서는 그 성별의 경험이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기 쉽다"며 "성별 다양성 확보는 조직의 대표성과 공공성을 높이는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인사혁신처 역시 양성평등채용목표제의 '역차별' 주장엔 선을 그었습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양성평등채용목표제는 특정 성별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실제 수치를 보면 남성과 여성 모두 골고루 혜택을 보고 있다"며 "5년마다 운영 성과를 검토해 연장 여부를 결정하고 있으며, 2027년에도 재검토를 거쳐 유지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장기적으로는 고위직 인사에서 특정 성별로의 쏠림을 완화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며 "공직 사회 전반의 성별 균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경찰청은 내년부터 순경 공개채용 때 '남녀 통합 선발' 방식을 전면 확대합니다. 우선 성별과 관계없이 동일한 체력검사 기준을 적용하고, 양성평등채용목표제를 도입합니다. 특정 성별의 합격자가 15%에 못 미칠 경우 해당 성별을 추가로 뽑아, '최소 15%'의 비율을 무조건 보장하는 방식입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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