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이종용·이재희 기자) 국내 은행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건 복수의 현지 은행을 인수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105개에 달하는 현지 은행과 외국계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한국계 및 현지 대기업의 수익 활로가 주춤해진 지금의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현재 실적은 중위권 수준인데요. 기업금융 확대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디지털 플랫폼 확대로 중상위권 도약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입니다.
신한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지점 중 하나인 자카르타 소재 Shinhan Bank Kantor Pusat 지점 창구에서 현지 직원들이 상품에 대해 안내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신한 "2030년 30위권 도약"
신한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지난 2015년과 2016년 현지 은행을 인수하며 출범했습니다. 현재 신한은행은 중장기 목표로 'BSI 3030' 비전을 제시하며 공격적인 성장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구형회 법인장은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통해 "신한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이 현재는 자산 규모로 58위인데, 오는 2030년까지 30위권으로 도약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구 법인장이 제시한 'BSI 3030' 슬로건은 'Bigger & Stronger with Infinite Passion(무한 열정으로 더 크고 더 세게)'이라는 뜻으로 자산 측면의 외형적 성장과 건전성 중심의 내실 성장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목표입니다. BSI는 뱅크 신한 인도네시아(Bank Shinhan Indonesia) 약자이기도 합니다.
신한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지난 9월 기준 본점 등 총 28개 영업점을 운영 중입니다. 28개의 영업점 중 27개가 수도 자카르타가 위치한 자바섬에 집중돼 있고 수마트라, 슬라웨시, 발리에 각각 1개씩 있습니다. 인력 구성은 주재원 9명을 포함해 약 600명에 달합니다.
신한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우선 외형과 손익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총자산을 현재의 2배 수준인 4조 루피아(한화 약 35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하고 당기순이익 또한 5830억 루피아(한화 약 514억원)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구형회 신한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장이 자카르타 소재 Shinhan Bank Kantor Pusat 지점에서 현지 직원들과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신한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한국계 기업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로컬 시장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대출 포트폴리오는 기업금융 90%, 리테일 10% 비중이며, 기업대출 중 한국계 기업과 로컬 기업 비중은 각각 60%, 40% 수준입니다. 구 법인장은 "한국계 기업의 해외직접투자(FDI)에만 의존할 수 없기 때문에 은행 성장을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로컬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구 법인장은 "현지에서 영업을 하다 보면 자본이 굉장히 중요한데 조달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열위한 중위권 은행의 NIM(순이자마진)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출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이자이익 수익원을 다변화하는게 중요하다"며 외환 및 파생상품, 채권 운용에 대한 수수료 수익 확대에 무게를 두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지 영업망 확대를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입니다. 대형은행 중심의 현지 은행사업에서 오프라인 채널 확대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도네시아는 수년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핀테크 산업의 영향으로, 송금, 결제 등 핀테크 기반의 금융 습관이 깊숙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신한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자체 모바일 뱅킹 '인도네시아 SOL'을 운영하며, 국내 이체와 해외 송금, 공과금 납부, 디지털 머니 Top-Up(선불 카드나 계정에 돈을 추가하거나 충전하는 행위)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내년 '인도네시아 SOL' 사용자환경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구 법인장은 "인도네시아에서는 Gopay 등 디지털 머니 충전 기능이 활발히 쓰이는데, 여기에 교통카드 탑업 기능을 외국계 은행 최초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하나 "중장기 10위권 진입 목표"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옛 현지법인이 2014년 통합하면서 출범했습니다. 현지 기업과 개인금융, 대기업 영업과 무역금융 등에 각각 강점을 보유한 두 은행이 통합한 이후 자금 조달과 운용, 여신 구성 및 규모 측면에서의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고영렬 법인장은 "인도네시아 하나은행은 기존 로컬 영업에 강점이 있던 하나은행과 기존 대기업 외국환 영업에 강점이 있던 외환은행을 합해 출범했다"면서 "올해 이익은 원화로 6000억루피아(한화 약 53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향후 연간 순이익을 1조루피아까지, 대출 50조루피아를 달성해 명실상부한 한국계 은행으로 발돋움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소재 Mankuluhur City Building Tower 1층 하나운행 라운지에서 현지 직원들이 커피를 마시거나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지난 9월 말 기준 총 39개 영업점을 운영 중입니다. 총 1166명(본점 820명, 영업점 351명)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본국 주재원 약 12명을 제외하면 모두 현지 직원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과 로컬 기업들을 대상으로 대출·예금·수출입·외환·리테일·WM·커스터디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이 힘을 쏟고 있는 부분이 디지털 뱅크입니다. 한국계 은행 중 유일하게 디지털 뱅크인 라인뱅크를 BIB(Bank in Bank) 형태로 운영하며 약 130만명의 고객을 확보했습니다. 라인뱅크는 하나금융이 2021년 6월 네이버의 글로벌 모바일플랫폼 라인과 협업해 인도네시아에 출범한 디지털 뱅크입니다.
자카르타 소재 Mankuluhur City Building Tower 1층에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의 라인뱅크 홍보물과 은행 입구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라인뱅크는 정기예금, 적금 등 수신 상품은 물론이고 디지털론을 통해 비대면 신용대출 시장을 공략 중입니다. 또한 CGV, 스타벅스 등 주요 브랜드 제휴를 통해 20~30대 젊은 고객층을 중심으로 이용자 저변 확대에 나섰습니다.
신용카드 발급률이 낮고 금융 문해도가 낮은 인도네시아의 환경상, 금융 접근성을 높여주는 디지털 플랫폼 경쟁은 성패를 가르는 핵심 분야입니다. 이 외에도 하나은행은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현지 상황을 감안해 크레디보(Kredivo) 등 현지 핀테크 업체 4개와 제휴를 맺고 소비재 구매 대출 등을 채널링 방식으로 제공하며 리테일 성장을 꾀하고 있습니다.
고 법인장은 "중소기업 대출과 리테일 대출 확대로 대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디지털 뱅크인 라인뱅크의 본격적인 수익성 확보를 통해 연간 순이익 1조루피아, 10위권 은행으로 도약하는 것으로 목표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고영렬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장이 자카르타 소재 Mankuluhur City Building Tower 내 사무실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4)편에서 계속>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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