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이종용·이재희 기자) "우리나라 기업 고객들이 진출할 때 겪는 금융 애로 사항을 해결해드리는 동시에, 현지 로컬 기업에 대한 금융 확대를 통해 인도네시아 경제 발전에도 기여하겠습니다."
오인택 기업은행 인도네시아 법인(IBK인도네시아은행)은 지난 1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중소기업 특화 은행이라는 특수성을 살려 영업력을 키우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9년 9월 현지 아그리스 은행과 미트라니아가 은행을 합병해 인니 법인을 공식 출범했습니다. IBK인도네시아은행 주요 고객은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고객사들과 현지 은행 인수 과정을 통해 확보한 로컬 기업입니다. 특히 인도네시아 진출 시기를 보면 한국계 은행 중에서 기업은행은 후발주자에 속합니다.
'중기 지원' 정체성 살려
출범 6년을 맞은 IBK인도네시아은행의 비전은 명확합니다. 오 법인장은 'To Become a Professional, Innovative and Leading Bank for SME & Corporate(혁신을 선도하는 기업금융 전문 리딩뱅크)'라고 소개했습니다. 기업은행의 정체성을 최대한 살려 다른 한국계 또는 외국계 은행들과 차별화 한다는 방침입니다.
오 법인장은 "다른 한국계 은행들이 먼저 진출해 한국계 기업 고객들을 선점한 부분이 있다"며 "그러다 보니 IBK인도네시아은행은 현지 로컬 기업 대상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국계 은행 중 로컬 기업과의 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자평했습니다.
IBK인도네시아은행은 오는 2030년까지 총자산 42조 루피아(한화 약 3조7000억원)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2019년 출범 이후 초반 적자에 시달렸지만 최근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안착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출범 첫해인 2019년에는 18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2020년에는 손실이 394억원으로 불어났습니다. 2021년에도 13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2022년 81억원 흑자로 전환한 이후 줄곧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 법인장은 "IBK인도네시아은행은 오는 2030년 순이익은 4500억 루피아(한화 약 400억원)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30~40위권 은행으로 도약하는 게 중장기적인 목표"라고 강조했습니다.
오인택 IBK인도네시아은행 법인장이 지난 1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뉴스토마토)
"중상위 은행 도약 목표"
인도네시아는 연평균 5%대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신흥시장 '강자'지만, 금융기관들이 영업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신용 인프라 기반이 약해 개인·기업의 신용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합니다. 신용 인프라 자체가 공유가 안 돼 이에 대한 심사, 부실 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에 각 은행이 자체적으로 신용평가 정보를 구축하는 상황입니다.
오 법인장은 "한국에서 기업 심사 담당 전문가가 파견돼 한국의 심사 기법과 신용평가 시스템을 여기에 적용하려고 많이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식 리스크 관리 기법을 조기 이식한 결과 IBK인도네시아의 비무수익여신(NPL) 비율은 1.9%로, 인도네시아 은행 평균(2%)보다 낮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특히 기업은행 인니 법인은 GCF(녹색기후기금) 재원을 활용한 KDB산업은행 발행 보증서를 담보로 하는 대출을 한국계 은행 중 최초로 취급 중입니다. 환경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시설 자금을 지원하는 것인데요. 현지 규정과 실행 실적이 전무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을 설득해 사업계획서 승인을 받은 혁신적인 사례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금까지 이를 통해 약 2800만달러(한화 약 406억원) 시설 자금 대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IBK인도네시아은행은 오프라인 채널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금융서비스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오 법인장은 "IBK인도네시아은행 스마트 뱅킹 앱은 현지 고객들 사이에서도 한국계 은행 앱 중에서 가장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예금 상품 가입, 외화 송금, 환전 신청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널리 쓰이는 QR 결제까지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9년 9월 현지 은행을 인수해 인도네시아 법인을 공식 출범했다. 사진은 IBK인도네시아 법인 본점 앞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현지 인력 중심 로컬화"
신용평가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현지 사정을 감안해 비대면 대출보다는 외환 및 수신 서비스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 법인 장은 "비대면 환경에서도 창구에서 수행하는 대부분의 외환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하고 펌뱅킹과 오픈 API를 활용해 거래 기업들의 편의성을 증진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IBK인도네시아은행은 현재 30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인력 구성은 전체 직원 590여명 중 한국인 주재원은 10명에 불과합니다. 현지 인력 비율 규정을 준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은행 모델을 현지에 이식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특히 현지 인력의 이탈을 막고 소속감을 제고하기 위해 다양한 동기 부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오 법인장은 "우수한 현지 직원을 선발해 매년 기업은행 한국 본사와 문화 체험 연수를 보내주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인도네시아 현지 여행을 보내주는 것도 추가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사고 방지 등 내부통제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현지 당국의 내부통제 관리 요구가 커지고 있는 데다 한국 금융당국의 리스크 관리 주문 등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 법인장은 "중요 업무는 지점에서 어떤 거래를 완결시키지 못하도록 하고 본사에서 적정성 여부를 검토하고 실행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인택 IBK인도네시아은행 법인장이 지난 1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가진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5)편에서 계속>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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