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K금융)②"다자간 금융협력, 한국 역할이 중요"
2025-12-10 06:00:00 2025-12-10 07:59:50
 
(자카르타=이종용·이재희 기자) 지난 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페어몬트 호텔은 이른 오전부터 인도네시아와 한국계 금융기관 관계자들로 북적였습니다. 한-아세안금융협력센터가 주최한 '2025 한-아세안 금융협력포럼'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이날 포럼에는 아세안 사무국과 한국 금융위원회,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 한국계 금융기관 관계자들이 대거 집결했습니다.
 
·아세안 금융사 한자리에
 
이번 포럼은 'The Future of Digital Innovation in Finance(디지털 금융 혁신의 미래)'를 주제로 열렸으며, 아세안 역내 금융 인프라를 고도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다자간 금융 협력 등 공동 의제를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인도네시아식 정장을 갖춰 입은 금융감독청(OJK) 인사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아눙 헤를리안토 OJK 시중은행감독부문 부청장 겸 연구소장은 <뉴스토마토 특별취재팀>에 "이번 포럼을 비롯해 한국 기관에서 인도네시아 금융산업과 OJK 인적 자원을 위해 매우 유용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양국의 금융 발전을 위해 이러한 협력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포럼에서는 한국계 인사들이 '디지털 혁신을 통한 금융 생태계 고도화' 주제 세션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발표자들은 아세안 결제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AI)의 금융 활용, 그리고 글로벌 토큰화 등 3가지 키워드가 아세안과 한국 등 다자간 금융 협력을 이끌어낼 분야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2025 아세안-한국 금융협력포럼'에서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 금융기관 관계자들이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아세안금융협력센터)
 
첫 번째 발표자인 이충열 고려대학교 경제통계학부 교수는 과거 1000년 가까이 유지된 '현금-은행-수표-카드' 중심 결제 구조를 짚으며 "아세안 국가들이 비현금·모바일 기반의 소매 결제 체계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한국, 핵심 인프라 지원 역할"
 
아세안은 지난 10년간 결제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으며, QR 결제의 상호 호환성 표준을 구축하면 아세안과 한·중·일 간 통합 생태계도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이 교수는 "한·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체결한 양자 결제 시스템 실무 협정이 내년 본격 가동될 예정이며, 이는 역내 소매 결제 표준화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교수는 "아세안은 이미 QR 결제 인프라를 널리 보급했지만, 역내 통합·상호 호환성을 구축할 기술·재원이 부족하다"며 "한국이 기술·자본·인프라를 지원하면 다자 결제 시스템으로 발전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글로벌 금융사 AI 전문가인 배성완 제프리스 홍콩(Jefferies Hongkong) 프라임 서비스 한국 시장 최고책임자는 '머신러닝' 활용 경험을 소개하며 AI의 실제 금융 적용 사례를 공유했습니다. 머신러닝은 데이터로부터 스스로 학습해 패턴을 찾아 예측·분류를 수행하는 AI의 한 분야입니다.
 
지난 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페어몬트 호텔에 열린 '2025 아세안-한국 금융협력포럼'에서 이충열(왼쪽) 고려대학교 교수가 뉴스토마토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그는 AI는 보고·시각화 단계에 머무르던 업무를 넘어 예측(Prediction)과 리스크 조기 감지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실제로 신용카드의 해외 이상 결제 탐지는 이미 대부분의 은행이 사용하는 핵심 기능이 됐고, 생성형 AI의 확대는 투자은행(IB) 업무에도 변화를 주고 있으며, 과거 사람이 직접 계산하던 재무 분석도 자동화가 가능해졌습니다. 그는 "AI는 금융산업 전체가 아니라 선별적 부문에서 파괴적 효율성을 가져올 것"이라며 "사기 탐지·리스크 모델링·고객 응대·운영 자동화가 가장 빠르게 생산성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토큰화가 금융 장벽 붕괴"
 
김만희 JP 모건 홍콩(JP Morgan HK) 에이전시 금융 부사장은 분산원장기술(DLT) 기반 토큰화가 자본 이동성과 유동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봤습니다. 그는 토큰화에 대한 상업적 관심은 높지만 채택률은 아직 제한적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무한한 확장성에 주목했습니다.
 
김 부사장은 "토큰화를 활용하면 증권의 물리적 이동 없이 즉시 결제가 가능해진다"며 "미국 국채 거래의 70%가 아시아 시간대에 체결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아시아에서 곧바로 장부 기록·결제가 이루어지는 시장 환경이 열린다"고 전망했습니다. 토큰화가 정착되면 자산 분할 투자, 스마트 계약 기반 자동화, 담보 이동성 향상 등 금융시장 구조 자체가 재편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규제·시장 인프라와의 조화가 필수"라며 "토큰화 생태계가 금융 안정성을 해치지 않도록 중앙은행·감독당국·금융기관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페어몬트 호텔에 열린 '2025 아세안-한국 금융협력포럼'에서 아눙 헤를리안토 금융감독청(OJK) 시중은행감독부문 부청장 겸 연구소장이 뉴스토마토 취재팀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한-아세안금융협력센터는 국내 금융사의 아세안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2022년 주아세안 대한민국 대표부 아래 출범한 조직입니다. 올해 인도네시아 OJK와 함께 규제 대화 확대, 국경 간 결제 인프라 논의, 금융기관 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을 추진해왔습니다.
 
이영직 센터장은 "아세안 7억명의 인구가 디지털로 전환되고 있는 시점에 디지털 금융은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아세안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포인트"라며 "한국과 인도네시아 아세안의 금융 협력을 더욱 촉진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영직 센터장은 제39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진출해 재정경제부 국고국 회계제도과, 금융위원회 기획조정관실과 금융정책국, 금융분쟁대응TF단장, 감사교육원 교육운영부장 등을 거쳐 지난 2023년 9월부터 한-아세안금융협력센터를 이끌고 있습니다. 현재 주아세안 대한민국 대표부 재경관도 함께 맡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페어몬트 호텔에 열린 '2025 아세안-한국 금융협력포럼'에서 이장근 주아세안대표부 대사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3)편에서 계속>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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