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혈당 폭탄’ 군고구마
삶은 고구마보다 혈당 최대 2배
감자도 식히면 혈당 반응 떨어져
2025-12-05 10:22:24 2025-12-05 10:22:24
고구마·감자는 탄수화물 식품 가운데 ‘혈당에 민감한’ 대표 식재료입니다. 그런데 최근 연구들은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조리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고 있습니다. 같은 고구마라도 삶느냐, 굽느냐, 식혀 먹느냐에 따라 혈당지수(GI)와 당부하지수(GL)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곡물이나 감자·고구마가 혈당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탄수화물 섭취량이 많다(또는 ‘적다’)”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당지수(GI)는 특정 식품의 탄수화물이 얼마나 빨리 혈당을 올리는지 보는 지표입니다. 당부하지수(GL)는 여기에 실제 섭취량(탄수화물g)을 곱해, 한 끼 식사가 어느 정도의 ‘혈당 부담’을 주는지를 나타냅니다. GL은 일반적으로 10 이하면 ‘낮음’, 20 이상이면 ‘높음’으로 분류합니다.
 
고구마를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혈당지수(GI)와 당부하지수(GL)가 완전히 달라진다. 겨울 대표 간식인 군고구마는 편의점에서도 팔리고 있다.(사진=뉴시스)
 
GI·GL 값을 비교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해 <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발표한 최신의 2021년 국제 비교표(International tables) 논문에서는 같은 식품이라도 품종·가공·조리법에 따라 GI와 GL이 크게 달라지는 사례를 다수 확인할 수 있는데, 특히 감자류는 전체적으로 높은 GI 값을 보였으나, 분포 범위가 35~103로 넓었습니다. 논문은 “품종과 조리·가공 방법이 중요한 요인으로, 인스턴트 으깬 감자는 평균 84, 일반 으깬 감자는 79, 삶은 감자는 73, 냉장보관한 조리 감자는 49의 평균값을 나타냈다”고 썼습니다. 원산지, 품종, 조리법의 다양성으로 인해 이렇게 큰 편차가 나타난 것입니다.
 
탄수화물 ‘질’과 ‘양’ 함께 봐야
 
흔히 “고구마는 감자보다 혈당 관리에 좋다”고 알려져 있고, 그런 이미지 때문에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널리 소비됩니다. 그러나 이는 삶거나 찐 고구마 기준에만 합당한 이야기입니다. 여러 국제 자료를 종합하면, 평균적으로 삶은 고구마는 GI가 대략 40~60대(중간 정도) 수준으로 분류됩니다. 특히 굽거나, 군고구마로 만들면 GI가 80~90대까지 올라간 연구 보고가 많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흰 쌀밥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을 기록합니다. 튀김은 조리법·반죽·설탕 첨가 여부에 따라 GI가 크게 달라집니다. 150g 기준으로 삶거나 찐 고구마는 GL이 대략 15 안팎인 반면, 같은 양을 구워서 먹으면 GL이 25~30까지 올라가 ‘혈당 부하가 높은 식품’ 범주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 몸 안에서 고구마 전분이 어떻게 변하는지와 직결됩니다. 180℃ 이상 고온에서 굽거나 튀기게 되면, 고구마 속 전분이 당화(saccharification)되면서 포도당과 말토스 비율이 높아지고, 소화 효소가 쉽게 분해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뀝니다. 그 결과, 식후 혈당이 짧은 시간에 크게 치솟게 됩니다.
 
감자는 흔히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대표적 식품’으로 꼽힙니다. 실제로 국제 GI 표에서 GI가 103까지 오르기도 하고, 150g 기준 GL이 30을 훌쩍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감자도 조리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찐 감자의 GI는 대개 60대 중반 수준으로, 구운 감자보다 훨씬 낮습니다. 여기에 ‘식히는 과정’까지 거치게 되면, 전분 구조가 재결정화(레트로그레이데이션, retrogradation)되면서 저항성 전분(resistant starch)이 증가해 혈당 반응이 더 내려갑니다.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대표적 식품으로 알려진 감자도 식히는 과정을 거치게 되면 전분 구조가 재결정화되면서 혈당 반응이 내려간다는 연구가 많다.(사진=뉴시스)
  
여러 연구에서 “감자를 조리한 뒤 4℃에서 냉장 보관할 경우, 전분이 보다 결정성이 높은 구조로 바뀌어 소화 효소의 공격을 견디게 된다”라고 설명합니다. 차갑게 먹는 감자의 GI는 뜨거운 상태보다 훨씬 낮아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냉장 보관한 감자의 효과는 실제 식후 인슐린 반응을 연구해 2019년 9월 <Nutrients>에 발표한 논문에서도 확인됐습니다. 미국 연구진이 제2형 당뇨병 위험이 높은 남녀를 대상으로, 따끈한 삶은 감자와 같은 감자를 조리 후 냉장해 차갑게 제공한 경우를 교차 비교하는 시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두 식사에서 혈당 곡선(AUC) 자체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냉장 감자 섭취 후에는 인슐린과 GIP(장호르몬) 분비가 유의하게 낮아, 같은 혈당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인슐린 부담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냉장 감자가 저항성 전분이 더 많아, 포도당이 서서히 흡수되고 인슐린 요청량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감자를 차갑게 먹는 것만으로도 대사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조리법, 혈당·질병 위험 바꾼다
 
조리법의 차이는 혈당뿐 아니라 장기적인 질병 위험에서도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025년 8월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이 영국 의학저널(BMJ)에 발표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는, 미국 성인 20만여 명을 평균 수십 년간 추적한 결과, 감자를 튀긴 감자튀김(프렌치프라이) 형태로 주 3회 이상 먹는 사람은 제2형 당뇨병 위험이 20%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같은 감자라도 삶거나, 구워 먹는 경우의 위험 증가는 훨씬 낮았고(약 5% 수준), 감자 대신 통곡물로 바꿔 먹을수록 당뇨병 위험이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연구진은 “감자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고온에서 기름에 튀기는 조리법과 함께 섭취되는 나트륨·지방이 당뇨병 위험을 끌어올린다”며 “조리 과학과 식습관 전체를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고구마, 감자 등 전분 식품은 찌고 삶을수록, 굽고 튀길수록 GI가 올라가는 패턴은 거의 모든 연구에서 확인됩니다. 식혀서 먹으면 저항성 전분이 늘어나 혈당 상승 속도가 완만해집니다. 으깬 감자, 고구마 무스, 죽 등은 입자가 잘게 부서져 소화 속도가 빨라지고 GI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고구마에 견과류·달걀을 곁들이거나, 감자를 채소와 함께 샐러드로 먹으면 위 배출 속도가 느려져 혈당 반응이 완화됩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당뇨 환자들은 식품 종류나 양뿐 아니라 조리 방법이나 온도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무엇을, 얼마나 먹을 것인가’와 더불어 ‘어떻게 먹을 것인가’의 선택도 중요한 기준입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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