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대기오염 노출이 규칙적 운동의 건강효과를 크게 약화시킨다는 대규모 국제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운동은 여전히 사망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지만,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그 효과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는 초미세먼지(PM2.5) 농도 증가가 여가시간 신체활동(leisure-time physical activity, LTPA)의 사망률, 심혈관 사망률 및 암 사망률에 대한 보호 효과를 감소시키는지를 평가하고, 이런 효과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초미세먼지 농도 임계점을 탐구하기 위해 이뤄졌습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등 국제 연구진은 세계 150만명 이상을 10년 이상 추적한 분석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지난 11월28일 학술지 <BMC 메디신(BMC Medicine)>에 실렸습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운동 효과가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1월23일 서울 마포구 평화의공원 평화광장에서 열린 제10회 김대중 평화 마라톤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초미세먼지 25㎍/㎥ 넘으면 운동 효과 급감
연구진은 영국, 대만, 중국, 덴마크, 미국 등 여러 국가 데이터를 통합해 운동량과 사망률, 지역별 미세먼지 농도를 함께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주당 150분 이상 중·고강도 운동을 하는 사람은 사망 위험이 평균 30%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25㎍/㎥ 이상인 지역에서는 운동 효과가 12~15%로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오염이 더 심한 35㎍/㎥ 이상 고농도 지역에서는 운동의 사망 예방 효과가 사라지거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을 정도까지 약해졌습니다. 연구진은 “LTPA는 상대적으로 높은 초미세먼지 수준에서도 모든 원인, 심혈관 및 암 사망률에 유익하며, 깨끗한 공기 조건에서 더 큰 이점이 관찰된다. 그러나 모든 결과에 대해 25+μg/m3에서는 보호 효과가 약화되고, 특히 암 사망률의 경우 35~50 μg/m3에서는 그 효과가 덜 뚜렷해진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전 세계 인구의 약 3분의 1(36%)이 연간 평균 초미세먼지 수준이 35μg/m³를 초과하는 지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에서는 대기오염 개선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것을 이 연구가 증명한 셈입니다.
초미세먼지는 폐 깊숙이 침투해 혈관계까지 영향을 주는 초미세 입자로, 운동 시 호흡량 증가로 인해 더 많이 흡입될 수 있습니다. UCL 앤드류 스텝토(Andrew Steptoe) 교수는 “우리 연구는 유독한 공기가 운동의 이점을 완전히 없애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깨끗한 공기와 신체 활동이 건강한 노화에 모두 중요하다고 믿기에, 건강을 해치는 오염 수준을 억제하기 위한 더 큰 노력을 촉구한다”며 대기질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영국 연구 참가자들의 연간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10μg/m³로 연구에서 밝혀진 임계치보다 낮았습니다. 그러나 미세먼지 농도는 변동성이 커서, 특히 겨울철에는 영국 도시에서도 오염 급증 시 25μg/m³를 초과하기도 합니다. 특히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은 겨울철·초봄에 초미세먼지 농도가 25~35㎍/㎥ 이상으로 오르는 기간이 길어,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운동 보호효과 약화 구간’에 자주 해당할 수 있습니다.
대기오염이 심한 날에는 운동 강도를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미지=ChatGPT 생성)
대기질 나쁠 때는 운동 방법 바꿔야
연구진은 연구 한계를 언급하면서도 “대기질 개선이 운동 효과를 극대화하는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논문의 제1저자인 대만 국립중흥대 쿠 포원(Po-Wen Ku) 교수는 “운동은 어떤 환경에서도 이롭지만, 더 깨끗한 공기 속에서는 효과가 훨씬 크다”며 대기질 개선의 중요성을 피력했습니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UCL 파올라 자니노토(Paola Zaninotto) 교수는 “대기질이 나쁘다고 야외 운동을 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기질을 확인하고, 오염이 적은 경로를 선택하거나, 오염이 심한 날에는 운동 강도를 낮추는 것이 운동으로 건강상의 이점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대기오염이 심해지는 시기가 다가옵니다. 대기오염이 심한 날에는 운동 강도를 조금 낮추는 지혜가 필요해 보입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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