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인간 뇌, 4번 터닝포인트 거친다”
9살, 32살, 66살, 84살이 전환점
케임브리지대, 전환 연령 첫 규명
2025-12-04 14:00:39 2025-12-04 14:54:42
출생부터 90세까지 뇌 구조를 비교한 연구에서 인간의 뇌는 9세, 32세, 66세, 83세에 네 번의 큰 전환점(turning points)을 지나며 다섯 개의 ‘발달-노화 시대’를 거친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뇌의 연결망이 이 네 시점을 중심으로 재배치되며, 학습 능력과 성격 형성, 인지 저하 등 생애 전반의 특성이 이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생애 단계를 ‘아동–청소년–성인–노년’ 정도로만 구분했다면, 이번 연구는 그 내부에서 뇌의 연결구조(connectome)가 정확히 언제 근본적으로 바뀌는지를 신경망 지도를 통해 규명한 최초의 시도입니다. 연구진은 뇌의 연결망이 네 번의 급격한 전환 시점을 거친다고 밝혔습니다.
 
캠브리지대 연구진은 인간의 뇌가 평생 다섯 번의 시대를 거친다고 밝혔다. (사진=케임브리지대 화면 캡처)
 
영국 케임브리지대 MRC 인지·뇌과학연구단은 지난 11월25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에서 “인간의 뇌는 생애 동안 몇 번의 주요한 구조 전환을 거치고, 이것이 곧 ‘뇌의 시대(Epochs of the Brain)’를 만든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0~90세 사이 3802명의 MRI 자료를 비교해 뇌 연결망의 변화 패턴을 추적했습니다.
 
9세, 아동기 뇌서 청소년기 뇌로
 
이번 연구에 따르면 출생 후 아동기까지 뇌는 ‘시냅스 가지치기(pruning)’를 통해 과도한 연결을 정리하고, 회백질과 백질이 급격히 성장합니다. 이러한 재편 과정은 9세를 기점으로 큰 변화를 맞습니다. 연구진은 “9세 전후는 인지 기능이 도약하면서도 주의력결핌 과잉행동장애(ADHD)나 불안 장애 등 정신건강 문제의 위험도 함께 높아지는 시기”라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진은 9세 이후부터 32세까지를 ‘청소년기 뇌 시대’로 규정했습니다. 이 시기 뇌의 백질은 계속 성장해 정보 전달 경로가 짧아지고 신경 전달 효율(neural efficiency)이 크게 향상됩니다. 그 절정이 바로 32세로 생애 전체에서 가장 뚜렷한 전환점입니다. 논문의 제1저자인 알렉사 무슬리(Alexa Mousley) 박사는 “과학적으로 보면 청소년기적 뇌 변화는 30대 초반까지 이어진다”라며 “32세가 뇌 구조 변화의 가장 강력한 방향 전환점”이라고 말했습니다.
 
32세, 청소년기의 진짜 종착점
 
32세 이후 뇌는 약 30년간 가장 안정된 구조를 유지합니다. 이 시기는 지능과 성격이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는데, 연구진은 “뇌 네트워크가 기능별로 서서히 분리(segregation)되며 성인 특성이 확립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인간의 뇌는 크게 4번의 변화를 겪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구진은 66세를 ‘초기 노년기 뇌’의 출발점으로 제시했습니다. 이 시점에는 백질이 서서히 퇴화하면서 뇌 네트워크 전반의 연결이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무슬리 박사는 “중·고령층에서 고혈압 등 뇌 건강에 영향을 주는 질환이 늘어나는 시기와 정확히 맞물린다”고 설명합니다.
 
노년 후기인 83세 이후에는 뇌의 전역 연결(global connectivity)이 급격히 약화되고, 일부 남은 국지적 회로에 의존하는 구조가 나타납니다. 연구진은 “이 시기 데이터는 아직 제한적이지만, 후기 노년기 뇌는 연결망 붕괴가 두드러진다”고 밝혔습니다.
 
83세, 전역 연결 붕괴·국지 회로 의존
 
논문의 교신저자인 던컨 애스틀(Duncan E. Astle)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많은 사람이 삶에 여러 단계가 있다고 느끼듯 뇌도 분명한 시대를 거친다”라며 “뇌의 배선 차이는 주의력이나 기억력, 언어 등 다양한 발달과 정신건강 문제를 예측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아동기 학습장애에 대한 조기 개입 시기 규명, 20~30대 정신건강 문제의 지속성 파악, 60대 이후 인지저하 예방 전략 수립, 초고령 치매 대응 전략 설계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연구는 영국 의학연구위원회(MRC), 게이츠 재단, 템플턴 세계자선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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