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지난 25일 진행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위증 혐의 재판에서 검사들이 항의하고 퇴정한 사건을 두고 법정 밖에선 논란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다음날 검사들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고,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들은 직무유기·법정모욕 등 혐의로 검사들을 고발했습니다.
그러자 이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법무연수원 교수는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를 통해 "참담하다"고까지 했습니다. 법정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이 재판은 이 전 부지사가 이른바 '연어·술파티'를 거론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10월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2023년 5∼6월쯤 검찰청에서 술파티가 있었다"는 취지로 증언했고, 곧 위증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검찰은 그간 술파티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이 전 부지사를 위증 혐의로 기소했던 서현욱 수원지검 형사6부장은 지난 9월18일 입장문을 내고 "물리적으로 음주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즈음 법무부 특별점검팀이 술파티 의혹을 직접 조사해 보니 해당 의혹이 사실이었다는 결과를 내면서 문제가 벌어졌습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사진 왼쪽)가 10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을 마치고 과거 자신의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법무연수원 교수를 지나쳐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술파티가 사실일 경우 여러 문제가 뒤따라오게 됩니다. 우선 이 전 부지사가 국회에서 한 증언이 위증이 아니게 됩니다. 또 '술파티는 사실이 아니다'라던 검찰의 언론자료 배포가 허위공문서 작성·행사가 될 소지가 있습니다.
특히 술파티 과정에서 나온 '진술 세미나' 자체도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검찰로서도 술파티가 허위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관련 증인들을 재판에 불러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검찰은 증인을 모두 64명 신청했습니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박상용 교수(당시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설주완 변호사 등 이른바 술파티에 관련된 인물들을 포함한 숫자입니다. 또 교도관 42명을 증인으로 신청했습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술파티가 있었던 시기로 지목한 시점에 검찰로 왔던 교도관들에게도 사실여부를 물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재판에서 검찰이 현직 교도관 4명, 이 전 부지사 측에서 전직 교도관 1명 합해 총 5명을 신청했지만, 전직 교도관 한 명만 증인으로 채택됐습니다.
재판부는 법무부 특별점검팀의 술파티 의혹 조사 결과 조사보고서 내용을 봤을 때, 교도관을 40여명이나 증인으로 부를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이번 재판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는 만큼 검찰이 신청한 증인을 모두 받아주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검찰은 재판부가 이 전 부지사에게 유리한 증인만 채택했다고 주장하며 "불공평한 소송 지휘"라고 반발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25일 이 전 부지사 위증 혐의 재판에서 수원지법 형사11부(송병훈 부장판사)는 '준비해 온 입장문'만 읽고 그대로 퇴정해버렸던 겁니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단은 27일 퇴정한 검사들을 고발했습니다. 변호인단은 고발장에서 "피고발인들의 행위는 법원의 재판을 방해할 목적으로 행해진 것"이라며 "9회의 공판준비기일과 250명의 배심후보자 소환이 완료된 상황에서 배심재판 20일 전에 기피신청을 하고 사실상 불출석을 공언해 배심재판을 무산시키려는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공판준비기일이라는 재판절차가 진행 중인 법정에서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수의 증인을 신청하고, 재판부가 이를 기각하자, 구두로 기피신청을 하고 돌연 동반 퇴정했다"며 "이러한 행위는 미리 계획된 재판의 정상적 진행을 방해하는 소동 행위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술파티 진상조사에 어떤 내용 담겼길래?
법무부의 술파티 진상조사 결과는 재판부에만 제출된 상태입니다. 검찰과 이 전 부지사 측 모두 결과 보고서 전체를 받진 못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왜 검사들이 교도관을 40여명이나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는지는 16페이지로 요약된 진상조사 보고서를 통해 일부 확인 가능합니다.
법무부 특별점검팀의 술파티 진상조사 결과(요약)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계호 교도관들은 공범들을 한명씩 거실에서 나오게 한 후 보호장비(포승 및 수갑) 사용하고 순서대로 엘리베이터로 이동시켜 공범 간 접촉을 금지했으나, 1313호 검사실에 올라가면 공범들을 영상녹화실에 모두 모아 놓은 후 검사가 자리를 비워 공범들 간 자유롭게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법무부는 또 조사보고서에서 "조재연 변호사가 수원지검 검사의 사적공간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를 단독 면담하며, '검찰에 협조하면 고위층과 이야기가 돼 있으니 구형을 낮춰줄 수 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습니다.
조사보고서에는 당시 계호를 했던 교도관들의 증언도 담겼는데, "제가 문 앞에서 계호를 하고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높으신 분이 수용자를 검사의 사적공간에서 만나고 간 적은 있었다. 그건 사실이다", "검사장 출신이라고 김성태가 말을 해준 것 같은데, 이화영하고 김성태 사이에서 다리를 놓아 주는 브로커 역할을 하는 것 같았고, 영상녹화실에서 이화영과 김성태가 있는 상황에서 검사장 출신 변호사도 같이 있었던 것을 기억합니다"라는 등의 증언도 나온 것으로 확인됩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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