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정국 틈탄 '가짜뉴스'…모두 '거짓 선동'
'수익 모델' 음모론 유통…알고리즘이 부추기는 '확증편향'
2025-02-04 18:04:54 2025-02-04 20:53:09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김유정 인턴기자] 윤석열씨는 극우 유튜버의 '부정선거 음모론'에 심취한 나머지, 지난해 12·3 내란 사태를 일으켰습니다. 여전히 지난 4·10 총선은 부정선거로 치러졌고, 그 배후에 중국이 있다는 망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데요. 헌법재판소 탄핵재판에선 "비상계엄은 부정선거 팩트를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팩트 없이, 의심만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사실상의 '자백'입니다. 
 
그러나 12·3 이후 음모론은 더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돈이 되기 때문'인데요. 발언이 자극적이면 자극적일수록, 극우 유튜버는 더 큰 후원을 받는 구조입니다. 유튜버가 퍼뜨린 가짜뉴스는 알고리즘을 타고 확대·재생산 되고 있습니다. 내란정국 한복판에 있는 '6대 가짜뉴스'를 살펴봤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①화교 판사
 
4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윤씨의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이 재가동되자, 사법부를 향한 거짓 선동이 다시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형사재판을 맡은 지귀연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가 '화교'라는 음모론이 가장 선두에 등장합니다.
 
보수 유튜브 채널인 '서정욱TV'는 지난달 30일 '이름부터 수상한 지귀연 판사는 누구인가?'라는 영상을 올렸습니다. 이후 온라인상에선 지 부장판사가 "전남 출생이다", "이름에 귀자가 들어가면 화교다"라며 근거 없는 주장이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극우 세력의 주장과 달리 지 부장판사는 서울 출신입니다. 개원중·개포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9년 사법시험 41회로 합격한 뒤 공군 법무관으로도 복무했습니다.
 
앞서 윤씨 구속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서울서부지방법원 부장판사에 대해서도 같은 공격이 이뤄졌습니다. 차 부장판사가 지난달 19일 윤씨 구속영장 발부하자 "중국 출신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판사가 법대로 안 하고, 이재명 시키는 대로 한다", "화교 출신이 유력하다"는 허위사실이 확산했습니다.
 
②중국인 경찰 침투
 
지난달 18일, 서부지법 앞에서 열린 윤석열 씨 지지자 집회에선 '중국인 경찰이 침투했다'는 거짓 선동도 일었습니다. '1월 18일 서부지법 중국 공안 투입!'이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이 게시되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논란이 확산한 겁니다.
 
현재는 삭제된 해당 영상엔, 인파에 둘러싸인 경찰관 모습과 함께 'CN1400-1', 'CN1400-2', 'CN1400-3'이라 적힌 깃발이 보입니다. 
 
영상 게시자는 깃발에 적힌 영문 글자 'CN'이 중국(CHINA)의 약자를 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충남경찰청 기동대의 깃발로, 충남(Chung Nam)을 뜻하는 약자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럼에도 엑스(옛 트위터)에는 "서부지법에 있던 경찰은 공안이다. 모든 것을 걸고 말씀드린다", "이름표 없는 경찰, 이상한 경찰 많다. 용역이나 중국인 이용하는 것 같다"는 등의 근거 없는 허위사실이 퍼졌습니다.
 
실제로 서부지법 집회 현장에서 일부 윤씨 지지자는 경찰을 향해 "명찰 어디 있냐. 한국말 해봐라. 한국말 못 하네. 공안이다!"라며 소리치기도 했습니다.
 
③국보법·간첩법 등 색깔론
 
윤씨가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 중 하나라고 내세우는 '거대 야당의 국가보안법 폐지' 시도와 '민주당의 간첩법 개정 반대' 등을 거론한 색깔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12일 윤씨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거대 야당이) 국가보안법 폐지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그러나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22대 국회에서 현재(4일 오후 15시 기준)까지 국가보안법 폐지 법안은 0건입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은 국회의원이 낸 모든 법안이 종합되는 곳인데요. 민주당을 포함한 어느 야당에서도 국가보안법 폐지 법안을 발의한 곳이 없었습니다.
 
지난해 7월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민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극우 유튜버인 그라운드 씨도 "민주당은 안보 파탄, 내란 집단"이라며 "대한민국 국가안보의 와해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21대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하며 이를 반박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시 법원행정처와 법무부 간 합의안 마련과 이견 조율을 위해 심사가 진행되었고, 국민의힘 의원님들 또한 개정안에 우려점을 개진하신 바 있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한 분께서는 새로 외국을 위한 간첩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었을 때 특별법 규정은 어떻게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하셨고, 다른 분도 국가기밀의 범위에 대한 우려를 말씀하신 바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찰이 중국 공안 깃발을 들고 있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 (사진=디시인사이드 캡처)
 
④중국인 해커 체포
 
이뿐만이 아닙니다. 극우 언론 <스카이데일리>는 지난달 16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미군이 공동으로 선거관리연수원을 급습해 중국 간첩 99명의 신병을 확보해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로 이송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는 이후에도 "체포된 중국인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댓글 조작으로, 한국 여론조작에 관여했다고 자백했다", "간첩단 검거 작전에 미 정보당국 블랙옵스팀이 개입했다" 등의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그러나 〈시사IN〉이 윤건영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선거연수원 본관·생활동 CCTV 영상'에 따르면, 2024년 12월3일 밤 11시17분부터 다음 날 오전 7시29분까지 계엄군이 건물 내부에 진입하는 장면은 없었습니다. 
 
논란이 확산하자, 주한미군사령부는 <스카이데일리> 보도에 대해 "완전한 거짓"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미 국방부도 "주한미군 성명을 참고해달라"며 일축했습니다.
 
그럼에도 <스카이데일리>는 "극비 작전이기 때문에, 주한미군은 모를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오히려 "한국의 좌파 매체와 소통하는 공보관에게 문제가 있다"며 주한미군을 향해 색깔론까지 제기했습니다.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 발표를 참조하라'고 한 데 대해선 "이것을 '부인'이라고 해석할 순 있다"면서도 "'일축'이란 표현이 맞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윤석열 씨가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⑤전산시스템 해킹
 
윤씨 측은 선거관리위원회 군 투입과 관련해 "전산시스템 점검 차원"이었다고도 재차 주장하고 있습니다. '선거 결과 조작이 가능하다'는 국가정보원 보고가 있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지난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계엄군이 받은 지시도 사실상 '점검'이 아니었습니다. 체포가 필요한 선관위 직원 30여명 명단이 전달됐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다 잡아서 족치면 부정선거가 사실로 확인될 것"이라며 야구방망이, 포승줄, 망치를 준비시켰습니다. 
 
"선관위 홈페이지 관리자를 찾아 홈페이지에 부정선거를 자수하는 글을 올리라"고 지시했다는 진술도 검찰은 확보했습니다. 선관위 직원들에 대한 취조 수단으로 고문까지 염두에 둔 만큼, 전산시스템에는 문제가 없었던 셈입니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해 10월 중앙선관위에 대한 보안점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북한이 언제든 해킹할 수 있는 상태"이며 "투표와 개표 모두 조작이 가능하다"고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다만 당시에도 부정선거 의혹엔 거리를 뒀습니다.
 
이 보안점검에 대해서도 윤석열 씨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행정안전부가 나서, 정부 부처가 아닌 독립적인 헌법기관(국회·대법원·헌법재판소·중앙선관위·감사원)에 "국정원의 보안 컨설팅을 받으라"고 공문을 보낸 게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중앙선관위만 압박에 못 이겨 보안점검을 받기로 합의했는데, 국정원은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관위의 취약 분야를 시스템별로 홍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해킹이 가능하다' 식의 과장된 발표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 왔던 극우 유튜버들은 환호했습니다. 국정원 차장 출신인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문제없다'는 내용의 국정원 1차 보고서에 윤석열 씨가 격노했다"며 "결과적으로 1차 보고서가 폐기되고, 2차 보고서가 재작성돼 발표됐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22년 국민의힘이 게시한 '20대 대선 국민의힘 팩트체크!' 카드뉴스. (사진=국민의힘 홈페이지)
 
⑥사전투표함 바꿔치기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은 '사전투표' 자체에 대해서도 의심합니다. 특히 '사전투표함 바꿔치기'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내놓는데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얘기입니다.
 
우선 사전투표함은 CCTV를 통해 각 시·도 선관위 청사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를 통해 '누구에게나 24시간' 공개됩니다. 모든 과정에선, 참관인의 참관이 보장되는데요. 이 과정에선 정당·후보자가 선정한 투표참관인 약 27만 명, 개표참관인 1만7000명이 참여합니다. 
 
사전투표함을 이동할 때도 경찰 2명, 후보자별 참관인 1명이 동행합니다. '국민의힘 참관인'은 언제나 사전투표함과 함께하는 셈입니다. 국민의힘 홈페이지에도 지난 대선 당시 제작된 "부정선거는 불가능하다'는 카드뉴스가 게시돼 있습니다. 
 
윤씨도 해당 카드뉴스에서 "걱정하지 마시고 사전투표해 주십시오"라며 "저도 첫날 사전투표하겠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