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플랜B'도 빨간불…시간은 '한국편'
글로벌 관세, 발효와 동시에 '적법성 논란'
301·232는 조사 기간 소요…속도전 '제한'
2026-02-24 18:20:18 2026-02-24 18:20:18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제122조에 이어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까지 꺼내 들며 관세 압박의 '플랜B'를 본격 가동했습니다. 하지만 122조에 근거한 '글로벌 관세'는 발효와 동시에 적법성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법원과 의회 변수, 관세 부과에 필요한 조사 절차가 맞물리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략은 구조적으로 제약받는 국면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22조 임시 관세마저 '소송 가능성'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의 대체 수단으로 내놓은 '글로벌 임시 관세' 10%가 24일(이하 현지시간) 공식 발효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세율을 1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지만, 인상 적용 시점은 공개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미 투자 약속 이행을 두고, 동맹국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어떤 나라든 대법원의 터무니없는 결정을 빌미로 장난을 치려 한다면, 특히 수십 년간 미국을 갈취해 온 나라라면, 훨씬 더 높은 관세와 그보다 더 강한 조치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썼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게시글에서 "대통령으로서, 나는 관세 승인을 받기 위해 의회에 갈 필요가 없다"며 무역법과 무역확장법 등에 근거한 관세 부과는 자신의 직권으로 강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관세의 근거인 무역법 122조는 '크고 심각한'(large and serious) 국제수지 적자가 발생하거나 달러 가치의 급격한 하락 위험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수입품에 최대 1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요건이 충족됐다고 보고 무역법 122조를 발동했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이 법이 상정한 국제수지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조셉 브루수엘라스 RSM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국제수지 위기를 "한 국가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충분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거나, 필수 수입품 결제나 대외 채무 상환에 필요한 외화를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미국은 국채와 주식에 대한 수요가 충분하고, 재정 적자를 조달하는 데에도 문제가 없다"며 122조 발동의 전제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도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무역법 122조가 제정된 1974년은 브레턴우즈 체제 붕괴 이후 달러 가치가 불안정하고 국제수지 압박이 심화하던 시기였다고 짚었습니다. 외환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법이었고, 그 수준에 준하는 상황에서 발동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역시 법적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관세가 위법 판단을 받은 데 이어, 새 관세 조치 역시 소송 가능성이 제기된 셈입니다. 
 
150일 이후에도 무역법 122조를 계속 적용하려면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다수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상호관세 위법 판결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연장은 녹록지 않습니다.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천사 가족 추모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손짓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벼랑 끝 트럼프…'명분'은 한국에
 
무역법 301조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관세 조치에 대해서는 사법부가 행정부 재량을 폭넓게 인정하는 편입니다. 행정부가 각각 '불공정 무역 관행'과 '국가 안보 위협' 판단해 부과한 관세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들 조항 역시 사전 조사와 보고 절차를 거쳐야 해, 즉각적인 관세 확대는 구조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무역법 301조는 단일 국가의 특정 사안을 조사하는 데에도 통상 6개월에서 1년 이상이 걸립니다. 전 세계 주요국을 동시에 5개월(150일) 안에 마무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무역확장법 232조에도 사전 조사가 필요합니다. 실제 사례에서 조사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았습니다. 2017년 4월 시작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는 2018년 1월 보고서 제출까지 약 9개월이 걸렸습니다. 
 
정부는 상호관세 인하를 전제로 약속한 3500억달러(약 505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국회 비준 절차조차 외면한 채 밀실에서 모든 것을 결정했다"고 비판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른 평가가 나옵니다. 
 
한국이 오히려 '명분'을 확보했다는 분석입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대미 투자의 전제였던 상호관세가 위법으로 판단됐음에도 한국이 투자 계획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은 전략적으로 현명한 선택"이라며 "미국이 비관세 장벽을 압박하겠지만, 한국을 전면적으로 압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쿠팡 규제 문제와 관련해 "명백한 국내법 사안에 대해 굴복하는 선례를 남기면 향후 내정 간섭의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면서도 "한·미 양해각서(MOU)에서 합의된 망 사용료와 고정밀 지도 반출 문제 등은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미국과의 소통을 더 강화해야 하는데, 주미대사관이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사후적으로 장관과 차관이 급히 방미하는 방식보다, 현지 대사관이 사전적으로 갈등을 관리하고 예방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양준석 교수는 "대미 투자 약속은 최소한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면서도 "향후 미국 정치 지형이 바뀔 가능성을 감안해 조약이 아닌 MOU 형태로 유연성을 남겨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다만 투자 약속의 상업적 타당성은 여전히 과제로 남습니다. <폴리티코>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 자금을 활용해 미국 내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험이 부족하거나 실체가 불확실한 기업에 자금이 투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