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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융)부자감세 세수결손, 상쇄 부담은 '정책금융 배당'
산은·기은·수은 등 역대 최대 정부배당
배당성향 꾸준히 올라…40% 육박하기도
2024-04-15 06:00:00 2024-04-15 06:00:00
[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올해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역대 최대 규모로 정부 배당을 실시했는데요. 정부가 법인세·종부세 등 이른바 '부자 감세'로 발생한 세수결손을 국책은행들로부터 받은 배당으로 메우려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배당규모가 커질수록 벌어들인 수익을 내부유보금으로 배정해 자산건전화나 새로운 사업을 꾀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 곳간 책임지는 국책은행
 
14일 기획재정부 및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 배당 수입은 1조2387억원입니다. 총 19개 기관에서 받은 배당입니다. 19개 기관 중 국책은행 3곳이 배당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3곳의 정부 배당액은 7134억원으로 57.6% 비중입니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최근 2년간 정부배당에서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자료=기획재정부)
 
이들 국책은행의 정부 배당은 매년 늘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을 기준으로 보면 이들 국책은행의 정부 배당액은 3933억원으로 21.8% 비중이었는데요. 2019년 26.0%, 2020년 25.0%, 2021년 31.8%으로 지속적으로 늘다가 2022년부터 50%를 넘어섰습니다. 당시 전체 정부 배당에서 국책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54.4%였습니다.
 
줄어드는 세수 부담을 국책은행들이 감당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지난해 세수결손은 56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악을 기록했는데요. 고소득자 세금감면, 대기업 비과세 혜택 등 '부자 감세' 정책 논란이 있는 가운데 올해도 세수결손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세수결손은 예산을 책정하며 예상했던 국세수입보다 실제로 걷힌 국세가 적다는 말인데요.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2년 연속 세수결손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연속 세수결손이 발생한 이후 처음입니다. 지난해 세수 오차율은 14.1%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코로나 시국에도 고배당 유지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30% 수준의 배당성향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으로 나가는 비율인 배당성향도 지속적으로 늘었습니다. 정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산업은행의 배당성향은 3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데요. 최근 5년간 배당금 및 배당성향을 보면 2018년 1471억원(33.8%), 2019년 1449억원(5.8%), 2020년 1120억원(25.1%), 2021년 2096억원(43.0%), 2022년 8331(33.8%) 등입니다. 2022년 당기순익이 급감하면서 배당금은 줄었지만 배당성향은 35.4%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에는 한화오션 정상화 등 영향으로 충당금 환입 효과를 보고 당기순익이 증가하자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정부 배당을 실시했습니다.
 
기업은행도 30%대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상장사인 기업은행의 지분 구성은 기재부 59.5%, 산업은행 7.2%, 국민연금 5.4%, 수출입은행 1.8% 등 주요 주주와 기타주주 26.1%로 이뤄져 있는데요. 기업은행의 배당 규모 및 배당 성향을 보면 2018년 2067억(30.9%)의 정부 배당을 실시한 이후 2019년(1872억원)과 2020년(1662억원)에는 차등 배당을 실시했습니다. 당시 일반 주주 배당률은 30%를 웃돌았지만 정부 배당률은 25%를 하회했습니다.
 
그러다 이듬해부터 기업은행은 일괄 배당으로 전환하면서 정부 배당금과 배상성향은 다시 늘었습니다. 2021년 2208억원(29.5%), 2022년 3701억원(30.7%), 2023년 4555억원(31.2%), 올해 4668억원(32.5%)로 꾸준히 늘었습니다. 올해 배당역은 역대 최대 규모이기도 합니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2018년 395억원(34.5%), 2019년 415억원(10.5%), 2020년 724억원(36.2%), 2021년 277억원(39.8%), 2022년 1315억원(34.9%), 2023년 932억원(35.0%) 등으로 30% 중반대의 배당성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2019년 고위험 국가·프로젝트와 관련된 특별 계정에 정부와 공동 출자하면서 배당성향이 10%대로 잠깐 떨어진 겁니다. 올해 배당은 기재부 출자관리과에서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특히 이들 국책은행은 2020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친 시기에도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했습니다. 당시 금융당국은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위해 금융사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권고했는데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은 권고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산업은행은 43.0%,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각각 29.5%, 39.8%로 높은 배당성향을 기록했습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사회에서 배당을 결정하겠지만 정부가 컨트롤하는 정책금융기관이다보니 사회 환원하는 차원에서라도 배당 요구를 많이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채권을 발행하거나 지출을 줄이는 등 근본적 방식을 고민해야지 배당 등 임시적인 조치로 국책은행 돈을 끌어다 쓰는 것은 좋은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세수결손에 대한 부담을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3개 국책은행이 정부배당으로 짊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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