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낳는 순간 '경력단절'…취업해도 결국 '불안한 일자리'
15~54세 기혼여성 중 비취업여성 284만명
경력단절 여성 135만명…30~40대가 84.1%
이유는 육아 42%, 결혼 26%, 임신·출산 23%
"한국만 M자 커브 여전…정책 재설계 필요해"
2023-11-21 17:25:32 2023-11-21 20:01:46
 
[뉴스토마토 이민우·조용훈·김유진 기자] # 경기도 소재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던 홍모(36) 씨는 3개월의 출산휴가와 1년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결국 퇴사했습니다. 아이를 믿고 맡길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홍씨는 올해 3살이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다시 일터 복귀를 준비하고 있지만 재취업이 쉽지 않고 토로합니다.
 
# 중소기업 회사원으로 일한 서모(37) 씨는 결혼 후 육아를 위해 8년 전 그만뒀다가 한 대학의 조교 자리를 맡을 수 있습니다. 서씨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남편 외벌이에 의지해 두 아이를 키우다, 아이들 하원 시간에 맞출 수 있는 계약직 조교를 선택한 것입니다. 계약기간이 아직 반년 정도 남았지만 다음 직장을 알아봐야하는 현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이 줄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지만 아이가 있는 여성 취업자의 고용불안은 풀어야한 과제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재취업에 성공해도 아이를 키우는 여성으로서 양질의 일자리를 선택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비취업 기혼여성 2명 중 1명 '경력단절'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기혼여성의 고용현황'을 보면, 15~54세 기혼여성 794만3000명 중 283만7000명은 비취업 여성입니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기혼여성의 고용현황'을 보면, 15~54세 기혼여성 794명3000명 중 비취업 여성은 283만7000명이었다. 사진은 취업박람회 모습. (사진=뉴시스)
 
 
비취업여성 중 직장을 다니다 그만둔 경력단절 여성은 134만9000명(47.6%)으로 집계됐습니다. 비취업자 2명 중 1명이 경력단절 여성이라는 셈입니다.
 
연령별로 보면 40대가 59만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30대는 54만4000명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전체 경력단절 여성 중 30~40대 여성이 차지한 비중은 84.1%에 달했습니다.
 
기간별로는 10년 이상이 40%로 가장 많았습니다. 5~10년 미만 24.1%, 3~5년 미만은 13.2%로 집계됐습니다. 육아나 출산 등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여성 10명 중 4명은 10년 넘게 재취업하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어린 자녀 많을수록 '경단녀↑'
 
경력단절 이유를 보면, 육아 56만7000명(42.0%), 결혼 35만3000명(26.2%), 임신·출산 31만명(23.0%) 등의 순으로 작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았습니다. 
 
18세 미만 자녀와 함께 사는 기혼여성 중 경력단절 여성 비율은 24.9%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어린 자녀가 많은 경력단절 여성의 비율은 높았습니다. 3명 이상일 때 29.4%, 2명의 경우 26.0%, 1명은 23.1%로 집계됐습니다. 자녀 연령별로는 6세 이하가 35.9%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7~12세 21.9%, 13~17세 11.9%입니다.
 
취업자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자녀연령별로 6세 이하 32.9시간, 7~12세 36.5시간, 13~17세 38시간으로 집계됐습니다.
 
문제는 재취업에 성공한 여성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얻었을지는 미지수라는 점입니다. 정부는 18세 미만 자녀와 동거하는 여성 취업자 260만9000명 중 171만6000명(65.8%)가 상용근로자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상용근로자의 기준이 1년 이상 고용계약기간이 설정된 자를 포함하는 것을 고려할 때, 상용근로자라는 지위만 가지고 이들의 계속 고용 여부와 처우 등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기혼여성의 고용현황'을 보면, 15~54세 기혼여성 794명3000명 중 비취업 여성은 283만7000명이다. 그래픽은 여성 경력단절 사유. (그래픽=뉴스토마토)
 
"고용의 질…효과 미비 정책, 손봐야"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한국은 서구와 달리 파트타임과 풀타임 일자리 질의 차이가 있다"며 "한국의 파트타임의 경우 급여뿐만 아니라 고용 조건, 복지, 법적 보호 등에서 풀타임과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병훈 명예교수는 "자녀 돌봄 등을 도맡아 하고 있다 보니, 노동시장 내 여성일자리의 질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며 "경력단절은 스스로의 선택이든, 사회적 강요에 의한 것이든 낮은 출산율의 원인이 된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는 "세계적으로 경력단절이 해소되고 여성들의 고학력화, 시장진출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한국은 M자 커브가 여전히 유지되고 저출산 등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효과를 보지 못한 정책의 재설계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력단절 여성 취업율이 오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육아휴직 제도가 잘 작동한다면 경력단절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일자리의 질은 안 좋을 가능성이 높다"며 "정확한 분석을 위해 일하는 시간 단위로 구분을 해 통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 기혼여성의 고용현황'을 보면, 15~54세 기혼여성 794명3000명 중 비취업 여성은 283만7000명이었다. 사진은 취업박람회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조용훈·김유진 기자 lmw383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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