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블러 위협받는 은행)①애플·스타벅스와 경쟁
2조원 넘는 스벅 충전금, 중소형은행 수신과 맞먹어
'애플통장' 등장에 글로벌 은행 "시장잠식 우려"
2023-05-11 06:00:00 2023-05-11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비금융회사들의 금융시장 진출이 이어지면서 산업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금융업과 전혀 무관해 보이던 기업들도 기존 은행들의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스마트폰을 만들던 애플은 간편결제, 신용카드에 이어 저축통장까지 내놨고, 스타벅스는 선불 충전금이 중소형 저축은행 수신액과 맞먹고 있습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스타벅스코리아 운영사인 SCK컴퍼니의 지난해 말 기준 선불 충전금(선수금)은 2982억원입니다. 1년 전보다 약 19%(480억원) 늘어났습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충전금 규모는 2018년 940억원에서 2019년에는 1291억원, 2020년에는 1801억원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요. 글로벌 규모로 보더라도 스타벅스의 선불 충전금 규모(잔액 기준)는 2014년 7800억원에서 지난해 2조4000억원으로 급증했습니다.
 
은행 등 기존 금융사들은 스타벅스로 돈이 몰리는 것에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선불 충전금은 고객의 충성도나 플랫폼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중요 지표로 꼽히기 때문이죠. 아직 은행의 수신 규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디지털 시대에 금융 플랫폼으로서 스타벅스의 잠재력이나 영향력은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애플은 골드만삭스와 제휴해 자사의 신용카드인 '애플카드' 사용자를 대상으로 연 4.15%의 이자를 주는 ‘애플 통장’을 출시했습니다. 애플은 간편결제, 신용카드, 선구매 후결제(BNPL) 서비스에 이어 저축통장까지 내놨다는데요. 당시 기준으로 미국의 저축성 예금 평균 연 이자율 0.35%보다 10배가 넘습니다.
 
이미 페이, 카드, 단기 대출까지 공격적으로 금융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고 있는데 애플의 브랜드 파워를 고려하면 기존 은행의 자리를 위협하기 충분합니다. '스타벅스 은행', '애플 은행'이라고 불리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인데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중소은행에 예금을 맡기는 것에 불안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자금줄이 탄탄한 대기업의 금융서비스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솔로몬은 애플과 골드만삭스가 손잡고 내놓은 애플 통장에 대해 "'자기 시장잠식'(카니발리제이션) 현상이 일어날지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카니발리제이션은 기업이 새로 내놓은 상품이 매출 증대에 기여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기존 제품으로부터 고객을 빼앗아가는 현상으로, 지금 우리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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