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안 사?' 귀여워진 밥솥, 마케팅 압력 올린다
1인당 쌀 소비, 1990년대의 절반 '뚝'
경기침체 속 '밥솥 2강' 영업이익 감소·적자
쿠쿠 수출 강화·쿠첸 '잔망 루피' 펀슈머 공략
2023-05-03 15:47:17 2023-05-03 17:15:22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하아···. 밥맛 없어···." 미토피아에 사는 분홍 비버 루피는 요즘 밥 먹는 재미를 잃었습니다. '루쪽이(금쪽이 패러디)'에 대한 제보를 받은 뤂은영 박사는 진지(ZIN-Z) 요원을 보내, 쿠첸 밥솥으로 지은 밥을 루피에게 먹입니다. 잃어버린 밥맛을 되찾은 루피의 행복한 얼굴이 쿠첸 밥솥에 새겨졌습니다. 최근 쿠첸이 출시한 '잔망 루피 에디션'의 탄생 설화입니다.
 
국내 주요 밥솥 회사가 캐릭터 협업과 기술 강화, 해외 시장 확대로 실적 개선에 힘쓰고 있습니다.
 
잔망 루피가 쿠첸 밥솥으로 지은 밥을 먹고 입맛을 되찾은 모습. (사진=쿠첸 인스타그램)
 
쌀 소비 감소는 업계의 오랜 고민입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13년 67.2㎏에서 2022년 56.7㎏으로 줄었습니다. 이는 1992년 112.9㎏의 절반 수준입니다.
 
실적 회복은 요원합니다. '밥솥 2강'으로 불리는 쿠쿠와 쿠첸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줄거나 적자가 개선됐습니다. 쿠쿠홀딩스 영업이익은 2021년 1069억9200만원에서 878억7900만원으로 감소했습니다. 쿠첸 영업손실은 2021년 57억8500만원에서 2022년 8억1000만원으로 줄었습니다.
 
밥솥 업계 실적은 세계 경기침체에 따른 가전 시장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 등이 영향을 줬습니다. 쿠쿠는 영업이익률 12%로 선방했다고 자평합니다. 쿠첸은 2021년 실적에 '121 전기압력밥솥 10인용' 자발적 리콜 충당 비용이 반영됐는데, 2022년 리콜과 보증수리비 관련 비용이 줄면서 적자 폭이 개선됐습니다.
 
쿠쿠는 고급형 밥솥 중심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습니다. 쿠쿠 관계자는 "쿠쿠전자의 경우 프리미엄 밥솥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며 "2022년에 '마스터셰프 사일런스'를 출시하며 국내 최초 개발한 '사일런트 압력 시스템'을 도입해 취사 소음을 줄이고 차별화된 최소주의 디자인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쿠첸은 인기 캐릭터 협업으로 '펀슈머(오락적 소비자)' 공략에 나섰습니다. 최근 미토피아 세계관과 진지 캐릭터를 만든 데 이어 '뽀롱뽀롱 뽀로로' 캐릭터를 활용한 '잔망 루피 에디션'을 내놨습니다.
 
잔망 루피는 3인용 프리미엄 밥솥 '121 ME'와 3.5인용 '멜로우', 1.5인용 '머쉬룸' 밥솥을 장식했습니다. 본체는 분홍색이고 조작부엔 루피 얼굴이 담겼습니다. 쿠첸 관계자는 "(판매)수량을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매니아가 많은 캐릭터임을 알고 협업을 추진한 만큼 잔망 루피 팬 분들이 구매할 수 있는 수량은 확보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진지 등 미토피아 세계관 캐릭터를 넣은 제품 출시 계획은 아직 없다고 합니다.
 
자체 세계관만으로는 펀슈머 확보에 역부족이라고 느낀 걸까요? 쿠첸은 "자체 콘텐츠만으로 펀슈머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지금 주요 대상층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캐릭터와 협업을 진행하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협업을 추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게임을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컴투스가 최근 대표작 '서머너즈 워'에 만화 '원펀맨' 캐릭터를 넣은 일과 같습니다. 쿠첸도 미토피아 세계관에 잔망 루피를 합친 이야기를 펼치며 세계관 협업을 시작했습니다.
 
쿠쿠 '마스터셰프 사일런스'. (사진=쿠쿠)
 
해외 공략도 이어갑니다. 쿠쿠 해외 매출 비중은 2020년 12.2%에서 2022년 20%로 늘었습니다. 현재 미국과 중국, 베트남, 호주, 일본, 러시아, 말레이시아, 유럽 등 25개국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법인이 진출한 중국과 미국, 베트남 시장에서 성장이 가파릅니다. 지난해 중국 법인 매출은 전년 대비 35% 성장한 924억원을 기록했고, 미국은 법인은 80%, 베트남 법인도 30% 성장했습니다.
 
쿠쿠 관계자는 "2023년도에도 적극적인 현지화 마케팅, 제품군 강화 등을 통해 해외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쿠첸은 지난해 수출 비중이 7%대로 미국과 중국, 일본에 제품을 팔고 있습니다. 아직은 국내 시장 비중이 높습니다.
 
양사는 밥솥 종류를 늘리고 마케팅도 강화해 매출을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쿠쿠 관계자는 "기존의 6인용, 10인용 밥솥뿐 아니라 3인용에서 1인용까지 꾸준히 밥솥 제품군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소형 밥솥에서도 밥솥의 기능을 밥을 짓는 것 외에도 다양한 요리가 가능할 수 있도록 기능을 차별화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올해도 프리미엄 밥솥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 활동과 밥솥에 새로운 색깔, 디자인 등을 도입한 제품군을 꾸준히 확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쿠첸도 1인 가구와 캠핑족 등을 고려해 3인용, 1.5인용 밥솥으로 종류를 넓혔습니다. 유행을 고려한 제품 디자인과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편의를 더한 제품 개발도 하고 있습니다.
 
쿠첸 관계자는 "대상별 특성에 맞는 제품군을 갖춘 만큼, 마케팅 또한 제품 특징과 주 소비자층에 맞춰 세분화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