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인터뷰)'국가수사본부' 배정훈PD, 1·2화 사건 현장 영상 붉은 색 없는 이유
2023-03-24 07:15:00 2023-03-24 07:15:00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이야기 Y' 등을 연출한 SBS 배정훈PD가 웨이브와 손을 잡고 새 다큐멘터리 '국가수사본부'를 내놓았습니다. PD'국가수사본부'는 관행처럼 해왔던 연출에서 벗어나 고민하고 판단을 내려야 했던 작품이라고 했습니다.
 
PD '국가수사본부'가 공개된 이후 경찰들이 좋아했다고 경찰들의 만족도를 언급했습니다. PD는 경찰들이 방송에 나오는 경우는 잘못해서 매를 맞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그들이 묵묵하게 해왔던 일을 아무런 색채도 입히지 않고 기록했다고 말했습니다. '국가수사본부'를 보고 본인들 뿐 아니라 부모, 자녀들도 좋아했다고 그들의 반응을 언급했습니다.
 
PD'국가수사본부'를 기획하게 된 것도 '그것이 알고 싶다'를 제작하면서 생긴 반작용과 같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탐사 보도 프로그램을 할 때는 보통 주목하는 이야기가 경찰의 실수, 잘못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보면 자신이 찾고자 하는 이야기보다는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95% 이상의 좋은 이야기에 관심을 두지 않고 극소수 이야기를 찾아 헤매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 고민을 담아 풀어보고자 했던 것이 '국가수사본부'라고 했습니다. PD는 처음 기획서를 들고 국가수사본부를 찾았을 때 이러한 기획 취지에 그들도 의아해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보통 탐사 보도 프로그램의 경우 과거 사건 위주로, 이야기나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는 것이 기준이 돼서 선정을 합니다. 하지만 '국가수사본부'는 사건을 기다리는 것이 일이었다고 했습니다. 어떤 사건이 나올지 모르는 불확실성을 가지고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사건을 선정하는 건 촬영을 종료한 뒤 편집 과정에서 선별을 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제작 방식은 OTT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보통 방송 플랫폼에서 제작을 할 때는 마감이 있습니다. PD는 시작과 동시에 끝을 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방송을 해야 하는 것이 약속이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국가수사본부'는 어떤 질문도 남기지 말고 결말을 담는 것이 중요했다고 했습니다. 시간에 쫓기다 보니 15년 동안 해오면서 자기 스스로도 음성 처리 하나도 화면 처리, 앵글 각도 등도 관습대로 해왔다고 고백했습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제작진 각자의 고민이 모여 선택을 해보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던 작업이었다고 웨이브와의 협업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공개된 1, 2회에는 사망한 피해자 모녀의 사진 속 얼굴이 그대로 등장합니다. 이에 대해 배PD는 처음에는 가려진 상태로 준비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유가족에게 방송의 취지와 의도를 이야기하자 유가족이 오히려 잘 나온 사진을, 행복한 모습의 사진을 방송에 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PD는 모녀가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유가족의 바람에도 공개 2일 전까지 의사를 물어봤다고 했습니다.
 
'국가수사본부'는 다른 시사 교양 프로그램과 달리 범죄 현장에 깊숙하게 들어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작진도 처음에는 겁을 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옆에는 경찰, 형사들이 기본적으로 2~3명이 함께 있어서 오히려 안심을 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PD는 쫓아 가서 잡는 건 하수라면서 큰 에너지를 쓰지 않고도 제압하거나 검거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발생하는 돌발상황은 어쩔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배PDSBS에 민폐를 끼쳤다고 했습니다. 수사 과정을 처음 촬영했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에 대해 예상을 해야 했다고 합니다. 결국 다양한 수사 방향성을 커버할 촬영 팀이 쫓아 다니는 방법 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SBS 편집 서버 용량이 결코 작지 않음에도 '국가수사본부' 촬영분이 너무 많아서 다른 프로그램에서 민원이 들어오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너무나 많은 촬영을 했고 이 촬영 중 40분에 남기에는 부족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습니다.
 
'국가수사본부' 배정훈PD 인터뷰.(사진=웨이브)
 
시사 교양 PD를 하면서 실제로 위협을 받아 보기도 했다는 배PD는 자신이 하는 일이 범죄, 사건, 사고를 다룬다고 하기 보다는 그 안에 있는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만들어 내기 어려운 현실 이야기를 잘 가공해서 전달하는 것이 자신의 직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사건, 사고 등을 쫓다 보면 여러 우려도 있지만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고민하고 이야기의 가치를 더욱 가치있게 만드는 것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국가수사본부'가 보여주는 방식이 조금은 자극적이거나 모방범죄가 우려 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서 배PD는 양날의 검과 같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루고자 하는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국가수사본부 쪽에서는 실제 우리 주변에 흔히 일어나는 사건, 알아야 할 공익 목적의 사건에 대한 의견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범죄 수법이 나온다고 하지만 이를 따라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미리 알고 예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PD는 다양한 생각이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라면서 자신들이 공익에 가깝게 접근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극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배PD는 의외의 대답을 내놨습니다. OTT라고 하면 선정적이라는 프레임이 존재하지만 자신들이 더 보수적인 선택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1, 2화에서 사건 현장을 보여주는 장면에 대해서도 기존 방송과 다르게 빨간 색이 없다고 했습니다. 피로 난자한 현장이지만 기존 방송과 달리 붉은 색을 전부 빼버렸다고 했습니다. 사건의 잔인함, 참혹함을 보여주지만 덜 자극적이게 보여줄 방법을 많이 고민 했다고 말했습니다. 현장감 있게 보여주고 싶지만 자극적이고 선정적이지 않게 하기 위해 모자이크를 써보기도 하고 다양한 방식에 대해 고민을 한 결과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선정적이라는 리액션이 나왔다는 점에서 고민을 해볼 문제라고 했습니다.
 
PD는 시간적인 여유, 무엇이든 해보라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있어도 해보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로 인해 비싼 기회 비용을 치르기도 했지만 하지 않았다면 얻지 못했을 장면도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국가수사본부'는 배PD에게 타성에 젖었던 연출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고민하고 판단하게 만든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수많은 촬영 본을 다 쓰지 못해 아쉽다는 배PD는 감독판을 내보는 게 어떻겠냐는 말에 좋은 아이디어라면서 꼭 고려해볼 것이라고 했습니다
 
'국가수사본부' 배정훈PD 인터뷰.(사진=웨이브)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성남 엔터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