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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학부모,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두고 부정적 반응
교사 "학생 간 격차로 사용 방법 지도하느라 수업 진도 못 나가"
교원단체 "교원 확보 등 디지털 교육 환경 조성이 우선"
학부모 "게임·유튜브 중독이나 학습 능력·문해력 저하 걱정"
2023-02-27 06:00:10 2023-02-27 06:00:10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교육부가 2025년부터 수학·영어·정보 교과에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나 교육 현장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교사들은 학급당 학생 수 감축과 교원 확보, 디지털 인프라 구축 등의 여건이 갖춰져야 학생 개인 특성에 맞는 진정한 디지털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디지털 기기 중독과 학습 능력 저하를 걱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교육부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발표에 학교 현장 볼멘소리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5년부터 수학·영어·정보 교과에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전문성 갖춘 '선도교사단' 양성 등의 내용을 담은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교육부는 당장 올해 상반기에 공모를 통해 7개의 시범교육청을 선정하고 교육청별로 40개 내외의 선도학교를 지정한 뒤 하반기부터 총 300개의 선도학교를 운영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교육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 수업이 한창이던 지난 2020년에도 디지털 교과서 전환을 위해 나섰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겁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 A씨는 "당시 일반 교과서를 PDF 파일로 전환하거나 그림·사진을 누르면 영상·음향이 재생되는 수준으로 디지털 교과서가 만들어져 학교 현장에서 외면당했다"며 "게다가 디지털 교과서를 통한 맞춤형 교육은커녕 디지털 기기 사용에 대한 학생 간 격차로 인해 디지털 교과서 사용 방법을 지도하는데 수업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하면서 수업 진도도 나가지 못했었다"고 토로했습니다.
 
교육부가 오는 2025년부터 수학·영어·정보 교과에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표는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로드맵.(표 = 교육부 제공)
 
교원단체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 디지털 교육 환경 조성부터"
 
교원단체들은 한목소리로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이전에 학급당 학생 수 감축과 교원 확보 등 디지털 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대변인은 "'AI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하면 학생별로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한 반에 학생이 너무 많으면 지도하기 힘들다"면서 "학급당 학생 수가 줄어들지 않으면 혁신이나 개선이 불가능하다. 결국 정책이 현장에 안착되거나 실효성 있게 추진되는 게 아니라 위정자들의 실적 내기용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박성욱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정책실장도 "지금 우리 교실은 디지털 기기 여러 대를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네트워크 속도 등 디지털 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며 "교육부가 말하는 학생 맞춤형 학습 환경 제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AI 디지털 교과서'가 아닌 교사"라고 비판했습니다.
 
학부모 "게임·유튜브 중독이나 학습 능력 저하 어떡할 거냐"
 
학부모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자녀들이 일찍부터 디지털 기기를 많이 접하면 게임이나 유튜브 등에 중독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분위기입니다. 또 디지털 기기로 인해 학습 능력과 문해력 등이 떨어지지 않을지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박 모 씨는 "정부가 유해 사이트나 앱을 차단하는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그런 보안 프로그램 뚫는 방법쯤은 금방 알아내 서로 공유한다"면서 "자녀들이 게임·유튜브 등에 빠질까봐 스마트폰도 최대한 늦게 사주려는 분위기인데 'AI 디지털 교과서'를 핑계로 디지털 기기를 들고 다니면 게임·유튜브 중독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거냐"라고 말했습니다.
 
중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는 정 모 씨도 "전자책으로 글을 읽었을 때 종이책보다 오래 기억하지 못하고 금방 잊어버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아이들이 'AI 디지털 교과서'로 공부하게 되면 오히려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줄어들고 학습 능력도 저하되는 거 아닌지 우려된다"고 의견을 표했습니다.
 
교육부가 오는 2025년부터 수학·영어·정보 교과에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자 교사·학부모 모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진은 한 학생이 디지털 교과서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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