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정부가 올해 6월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입법 논의가 다시 물꼬를 텄습니다. 다만 의료계, 산업계, 소비자 등 각계의 의견차를 좁히는 데는 시간이 좀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10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국민의힘 박수영·백종헌 의원과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 주최로 '국내 비대면 진료 입법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는데요. 참석자들은 비대면 진료의 의의에 대해선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는 듯 했지만, 세부 방향을 두고는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습니다.
비대면 진료는 지난 20여년간 불법이었는데, 코로나19가 발생했던 시점인 지난 2020년 2월부터 한시적으로 허용된 바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비대면 진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월 24일부터 2022년 1월 5일까지 총 1만3252개소 의료기관에서 352만 3451건, 437억6344만원 비대면 상담·처방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평균 매일 5166건의 비대면 진료가 행해진 것입니다.
이같은 과도기적 상황을 거친 후, 정부가 올해부터는 비대면 진료를 본격적으로 제도화할 것이라는 방침을 내놓은 것인데요. 특히 최근 일부 의원, 업계 및 정부 관계자 등이 비대면 진료에 대해 의료 접근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실효성이 있다고 보고, 각계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제도화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비대면 진료 제도화 법안은 여야가 모두 발의한 상태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과 강병원 의원에 이어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습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 원격의료산업협의회(공동회장 장지호 닥터나우 이사·오수환 엠디스퀘어 대표)가 1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내 비대면 진료 입법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이선율기자)
이날 의료계를 대표해 토론에 참석한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은 비대면 진료에 대해 일단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는 예방, 예측, 맞춤, 참여의 4P의 미래 의료로 가는 첫 걸음"이라는 게 백 원장의 생각입니다. 특히 그는 환자의 편의성과 미래 의학의 측면에서 초진부터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게 하고, 참여 대상 역시 확대하는 등 효용이 높은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자리에 나온 백 원장과 달리 의료계에선 대체적으로 오진 위험성, 의료 전달 체계 붕괴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비대면 진료를 반대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대해 백 원장은 부작용 우려가 과도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국내 비대면 진료 횟수가 전체 의료이용의 1% 밖에 안 된다는 점을 예로 들며,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더라도 전체 의료행태를 흔들 정도는 아닌 10% 내외 비중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한 의료계에서 우려했던 상급병원 쏠림 현상이나 환자 안전 문제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백 원장도 큰 틀에서 볼 때 "비대면 진료는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산업계 대표로 참석한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은 국민의 만족도가 높고, 세계시장에서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비대면 진료 입법화에 속도를 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장 회장 역시 안전한 비대면 진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 설계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는데요.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을 중심으로 환자 진료 후 약을 처방하는 의사, 복약지도 주체인 약사가 협력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모든 국민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또 경증환자 수요를 반영해 1차 의료기관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가 이뤄지고, 정부 차원의 중개 플랫폼 자격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습니다. 손웅래 메라키플레이스 공동대표 역시 "안전한 비대면 진료의 정착을 위해서 플랫폼이 반드시 필요하고, 플랫폼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화를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거들었습니다.
국민의힘 박수영·백종헌 의원과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 주최로 열린 '국내 비대면 진료 입법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입법 추진을 위해 파이팅을 하는 모습. (사진=이선율기자)
소비자 대표로 나온 곽은경 컨슈머워치 사무총장은 비대면 진료의 법제화 과정에서 의료 소비자인 국민들의 의견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곽 사무총장은 "의료 소비자가 가장 효용가치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비대면 진료 입법 과정에서 소비자 의견을 잘 담아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대중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비대면 진료 플랫폼 이용자의 98%가 향후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초진 위주로 이뤄지는 비대면 진료는 프라이버시를 침해당하고 싶지 않은 환자들의 욕구를 충족하고, 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정부 측 대표로 나선 장태영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서기관은 "비대면 진료, 약품 처방 등이 남용되거나 문제가 생기는 부분에 대해선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국민건강증진이라는 대원칙에서 비대면 진료가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해 국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제고하고, 상시적인 질병관리가 이뤄질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마무리 했습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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