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무비게이션)‘블랙 아담’, DCEU의 ‘블랙’ 혹은 ‘다크’ 강박증
DC코믹스 확장 유니버스 세계관 최강자 ‘블랙 아담’, ‘샤잠’ 스핀오프
클래식+다크 캐릭터 설정 DC코믹스, 연출 강박… ’영화 포맷 전환↓’
2022-10-20 00:30:02 2022-10-20 00:30:0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일단 냉정함을 유지하고 바라봤다. DC코믹스 원작이란 점이 크게 걸림돌이 될 요지가 없어 보였다. 주연 배우가 무려 드웨인 존슨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할리우드를 움직이는 최고 흥행 카드다. 이 배우를 쓰고 흥행에 실패한다면 그건 ‘만들면 안될 영화였다’는 팩트만 증명되는 것일 뿐이다. 그럼 오히려 냉정함을 거둬 들여본다. 드웨인 존슨이란 배우를 다른 누군가로 대체해 이 결과물을 상상해 봤다. 우선 이 영화, ‘안티 히어로’로 개념이다. DC코믹스 기반 확장 유니버스 DCEU는 라이벌 마블의 MCU(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와 여전히 비교를 당하면서도 연전 연패를 거듭하고 있다. 사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DC 특유의 ‘다크’함이다. DC를 대표하는 상징적 캐릭터 ‘배트맨’부터 슈퍼맨 원더우먼 사이보그 그리고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등. 대부분의 작품이 어둠에서 시작하는 강렬한 메시지의 ‘톤 앤 매너’다. 정말 잘 만든다면 마블의 강력한 라이벌을 넘어 성인 관객 층을 포용할 훌륭한 대체재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DCEU의 연전 연패는 아이러니하게도 연출자들의 ‘다크’ 강박증에서 시작된다. 이번 영화는 제목부터 ‘블랙 아담’이다. DCEU 세계관에서 최강 능력자 슈퍼맨과 맞대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캐릭터가 ‘블랙 아담’이다. 비주얼적 측면에서 드웨인 존슨 캐스팅은 원작 자체를 고스란히 실사로 옮긴 수준이다. 하지만 그 외에 모든 것이 캐스팅의 절묘함을 뒷받침하지 못한다. 특히나 이번에도 ‘다크’ 강박증에 시달린 모습이 역력하다.
 
 
 
배경은 기원전부터 현대까지 번성해 유지돼 온 가상의 중동 지역 국가 칸다크. 현재 칸다크는 국제적 군사조직 ‘인터갱’이 지배 중이다. 인터갱은 칸다크에서 고대 유물을 찾고 있다. 고대 칸다크 국왕이 이 지역에서만 출토되는 신비의 광물을 녹여 만든 ‘사박의 왕관’이다. ‘사박’은 고대 악의 세계를 지배하던 악마의 이름. 국왕은 악마의 힘을 통해 더 큰 권력을 손에 쥐려 했다. 이런 야심에 칸다크 백성은 고통 받고, 수 많은 죽음을 당한다. 하지만 고대 칸다크의 영웅 ‘테스 아담’에 의해 국왕의 야심은 무너졌고 왕국도 무너진다. 그리고 테스 아담과 ‘사박의 왕관’도 사라진다. 여기까진 칸다크의 신화다.
 
영화 '블랙 아담'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다시 현재의 칸다크. 인터갱이 지배하는 칸다크의 시민 아드리아나. 그는 동료들과 함께 인터갱의 감시를 피해 ‘사박의 왕관’을 찾고 있다. 그리고 왕관을 찾게 된 순간, 인터갱에게 발각돼 죽을 위기에 처한다. 그때 아드리아나는 어쩔 수 없이 왕관이 있던 곳에 5000년 동안 잠들어 있던 테스 아담을 깨우는 주문을 발견하고 그를 깨운다. 엄청난 괴력과 스피드, 모든 것을 막아낼 수 있는 방탄 능력 여기에 하늘을 날고 번개를 자유자재로 조종 그리고 불사의 신체까지. 테스 아담은 전설 속 그대로였다. 칸다크 국민들은 영웅의 귀환에 환호한다.
 
영화 '블랙 아담'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하지만 메타 휴먼 프로젝트를 진두 지휘하던 아만다 월러 국장은 테스 아담 부활을 즉각 감지한다. 그리고 그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저스티스 소사이어티’ 출격을 명령한다. 테스 아담 폭주를 막기 위함이다. 하늘을 나는 능력의 호크맨, 미래를 보는 마법사 닥터 페이트, 바람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사이클론, 몸의 크기를 자유롭게 조종하는 아톰 스매셔. 이들 네 명은 칸다크로 출동, 테스 아담 검거에 나선다. 고대 칸다크 노예 출신이지만 신적인 힘을 얻게 된 테스 아담의 비밀과 분노. 그는 살아 있는 것들은 모조리 죽여야 한단 복수심과 이질적 정의감에 사로 잡힌 ‘반 영웅’이다. 반면 악당이라도 생명을 함부로 죽일 수 없단 ‘저스티스 소사이어티’ 멤버들. 이들의 충돌 그리고 ‘사박의 왕관’이 부활하면서 만들어 진 베일 속 메인 빌런 정체.
 
영화 '블랙 아담'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블랙 아담’ 실제 이름은 앞서 언급한 ‘테스 아담’. 고대 칸다크의 노예였다. 이후 어떤 과정을 통해 엄청난 힘을 얻게 된 히어로가 된다. 하지만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일반적 히어로가 아니다. 극중에선 ‘안티 히어로’로 그려지지만 원작에선 빌런에 가깝다. 그의 세계관은 국내에서 2019년 개봉해 흥행에선 실패한 바 있는 ‘샤잠!’과 공유한다. 정확하게는 ‘샤잠’ 세계관 빌런이 ‘블랙 아담’이다. 앞서 ‘샤잠’에 등장한 바 있는 고대 마법사가 ‘같은 힘을 받은 자 가운데 어둠의 세계로 들어선 인물이 있었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 인물이 바로 ‘블랙 아담’이다. ‘샤잠’이 “샤잠!”이라 외치며 번개를 맞고 히어로와 소년을 오가는 것처럼 ‘블랙 아담’ 역시 ‘샤잠’을 외치는 것으로 힘을 소유하고 벗어나게 된다. 사실상 같은 계열 혹은 같은 히어로 캐릭터다.
 
영화 '블랙 아담'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원작을 더 살펴보면 ‘블랙 아담’은 의외로 심오하면서도 복잡한 내면의 소유자다.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지지하는 자들에겐 한 없이 관대하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 재앙에 가까운 살육으로 응답한다. 이 지점에서 ‘블랙 아담’을 안티 히어로 개념으로 읽는 경향이 높다. 영화 ‘블랙 아담’은 주인공 테스 아담 고뇌 혹은 ‘안티 히어로’로서의 무자비함과 정의로움 경계를 명확하게 하는 표현 등이 거의 전무하다. 사실 그래서 DC코믹스 영화적 세계관 DCEU가 마블의 MCU대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명확한 선과 분명한 악의 개념이 모호한 ‘안티 히어로’ 캐릭터가 상당히 많은 점, 이건 코믹스 세계관에선 상당한 매력 포인트다. 하지만 영상 언어로 전환되는 과정에선 반대로 큰 약점도 된다. 앞뒤 서사의 당위성과 캐릭터 내면의 이중성을 담아내기에 두 시간의 영화 러닝타임은 터무니 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DCEU의 ‘저스티스 리그’가 잭 스나이더 감독 버전으로 재편집해 공개한 러닝타임이 242분에 달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사실상 DC코믹스 원작 작품들이 영화로 전환되기엔 작품 자체 톤 앤 매너가 적절하지 않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영화 '블랙 아담'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블랙 아담’ 역시 마찬가지다. 적당히 화려하고 적당하게 무지막지하며 지루할 때쯤 조금씩 웃겨준다. 영화 ‘블랙 아담’ 속 정의가 ‘저스티스 소사이어티’ 멤버들 그리고 테스 아담의 충돌 여기에 인터갱까지 합세한 세계관에서 어떤 개념으로 존재하는지 너무 모호하다. ‘안티 히어로’ 개념을 끌어 왔지만 가장 중요한 경계의 설정 포인트가 오히려 너무 무의미하게 처리됐다. 때문에 ‘저스티스 소사이어티’ 멤버들도 애매한 위치에 서게 됐다. 테스 아담은 무지막지한 근육질 몸매를 가진 드웨인 존슨 그 자체로 보여질 뿐이다. ‘인터갱’은 그저 세계관 설정을 위한 양념처럼 그려져 더욱 아쉽다. 막강함을 넘어 어둡고 깊은 내면의 혼란과 혼돈만이 존재하는 ‘블랙 아담’의 세계관은 DCEU가 담아내기 엔 분명 무리다. 
 
영화 '블랙 아담'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블랙 아담’, 몰락하는 DCEU를 구원할 히어로가 될지 간신히 버티고 선 DCEU에 마지막 철퇴를 던질 빌런이 될지는 오롯이 관객 선택에 달렸다. 참고로 ‘혁신적 히어로’란 개념의 카피가 눈에 띈다. ‘블랙 아담’ 그리고 DCEU 캐릭터들 강점은 오히려 클래식에서 찾는 게 쉽다. 저스티스 소사이어티 멤버들 코스튬만 해도 클래식에 방점이 찍혀 있는 걸 알 수 있다. 개봉은 19일.
 
영화 '블랙 아담'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P.S 엔딩 크래딧 이후 쿠키 영상이 하나 있다. 영화 내내 DC코믹스 세계관 속 어떤 히어로를 겨냥한 상징이 꽤 많이 등장한다. 그리고 해당 캐릭터가 마지막에 모습을 드러낸다. ‘블랙 아담’ 2편은 아마도 두 캐릭터 대결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원작에서도 두 캐릭터 대결이 그려진 바 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